'초행' 포스터. [제공=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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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무섭기도 하다. 영화 <초행>은 인생에서 우리가 겪는 '처음'에 집중한다. <초행>은 7년 차 커플 수현(조현철 분)과 지영(김새벽 분)이 '연애'에서 '결혼'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영화는 수현의 아버지 환갑을 앞두고 수현과 지영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가봐야겠네" "너도 오래"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이 이어진다.

김대환 감독은 11월 30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큰 상황만 제시하고 대사는 정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인물의 대사가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속 두 사람은 끊임없이 묻고 대답한다. "고양이 키울까?" "우리가?" 이런 소소한 정보부터 결혼과 임신에 대한 문제까지.

지영의 집에 가는 길에서 나오는 지영의 대사 "나도 이 길은 처음이니까"는 이 영화의 목적이 어딨는지 알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지영의 엄마는 7년 연애한 둘에게 식사 자리에서 결혼을 종용한다. "나중에 얘기하자"는 지영과 "지금 해야된다"는 어머니의 대립. 그마저도 현실적이다. 지영의 퉁명함과 엄마의 짜증, 그리고 계속 울리는 수현의 전화벨.

딸을 결혼시켜 본 적 없는 부모님의 '처음'과 부모님과 결혼 이야기를 하는 지영의 '처음'. 여자친구의 집에 인사드리러 가는 게 '처음'인 '수현'. 각자 다른 이유지만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복잡함을 드러낸다.

 '초행' 스틸 컷. [제공=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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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대학원 진학을 놓고 힘들어 한다. 그림 밖에 그릴 줄 모르는 그를 두고 선배는 "교수를 찾아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촛불시위가 한창인 광화문을 무심히 지나쳐 가는 수현의 뒷모습. 그에게 세상 일보다 현실이 더 중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둘 사이의 질문은 계속된다. "아들이 좋겠어? 딸이 좋겠어?"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차는 누가 탈거야? 기름값은?" "어떻게 불러야 되지?" 모든 게 처음인 인생. 영화의 마지막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방향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그들의 모습. 어쩌면 그게 우리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김대환 감독은 "지금 시대의 이야기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현철 배우는 "어차피 인간은 다 풋내기고 (인생길은) 초행이니 너무 불안해 말고 즐겁게 사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정도도 없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길을 갈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휩쓸릴 필요도 없다. 그렇게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초행 김새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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