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32개 팀이 최종 결정됐다. 아울러 시드 배정도 마무리가 되어 한국 축구는 4번 포트에 자리하게 됐다. 이에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한국 축구의 FIFA월드컵 도전사를 뒤돌아 보면 질곡의 역사 그 자체다. 그 과정에서 한국축구의 기억을 돌아보려고 한다.

1954년 첫 출전한 스위스 FIFA월드컵에서 빗발치는 상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한국축구 골키퍼 계보의 1세대 홍덕영, FIFA월드컵 역대 한 대회 16골 최다실점 오명, 32년 만에 멕시코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서 첫 골의 역사를 쓴 박창선, 이어 1994년 미국 FIFA월드컵의 원샷원킬을 입증한 서정원. 그리고 한국축구 심판으로서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섰던 1호 주인공 박해용, 이어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에서 한국축구 FIFA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선취골과 퇴장의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하석주, 한편으로 대회 중 해임이라는 최악의 오점을 쓴 차범근, FIFA월드컵 첫 붕대투혼을 발휘한 이임생,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4강 성취의 영웅 거스 히딩크, 2006년 독일 FIFA월드컵에서 한국축구 FIFA월드컵 도전 역사상 52년만의 원정 첫승의 역전골 히어로 안정환 등.

한국 축구가 FIFFA월드컵 도전의 첫발을 띈 대회는 바로 1954년 6.25의 상흔이 채 가시기 전인 1954년 개최된 제5회 스위스 FIFA월드컵이었다.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5-1, 2-2로 1승 1무를 기록하여 FIFA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 축구는 1차전 헝가리와의 대전에서 스위스까지 가는 순탄치 않은 여정(비행기 탑승 문제로 전 선수가 함께 가지 못함)으로 후보선수 없이 상대하여 0-9 대패를 당하고 , 2차전 역시 터키에게 0-7 영패의 수모를 당하며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2전 2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쓰라림을 맛봤다. 결국 그 쓰라림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 축구를 지배하면서 늘,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룰 수 없는 꿈과 희망의 벽으로 존재했다.

이후 32년 만에 비로소 그 벽은 무너졌고 두 번째 FIFA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된 한국 축구는 제13회 멕시코 FIFA월드컵에서 그야말로 감동과 감격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터뜨린 '첫 골'이 가져다준 감동은 실로 상상을 초월했고, 1954년 스위스 FIFA월드컵의 쓰라린 상처를 단번에 치유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2차전 불가리아와의 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획득한 첫 승점은 벅찬 감동이기도 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세계 축구의 최강국 이탈리아였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을 펼치며 2-3으로 패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축구는 두 번째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비록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의 저력을 맘껏 뽐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값진 경험을 축적하며 세계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실로 1954년 스위스에서 시작한 한국 축구의 FIFA월드컵 첫 걸음은 1986년 멕시코 고원에 비로소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되기까지 그 시간은 너무나 길고 긴 32년 세월이었다. 한국 축구는 그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꿈과 희망으로 결국 한국축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첫 골과 첫 승점 획득이라는 역사를 쓰는데 성공했다. 한국 축구에게 FIFA월드컵 본선 무대 첫 골과 첫 승점 획득은 곧 뜻깊은 의미이며 희망이기도 했다.

1990년 제14회 이탈리아 FIFA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순항으로 의욕과 기대를 가지고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벨기에 전에 첫 단추를 잘못꾀는 0-2로 패배를 당하며 그 부담감으로 졸전끝에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로 무릎을 꿇고 3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축구 변방국의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

1994년 제15회 미국 FIFA월드컵은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에서 맛본 설움이 희망의 싹을 틔운 무대였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예선에서 '도하의 기적'을 발판으로 1994년 제15회 미국 FIFA월드컵에 출전 세계축구의 영원한 강호 스페인과 독일을 맞아 접전을 펼쳤고, 볼리비아를 상대로 하여 0-0 무승부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지만 종합 전적 3전 2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페인과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세계축구가 인정하는 명승부 중 명승부를 펼쳤다. 강호 스페인은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1-3 패배를 안겨준 실로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스페인에 2골을 먼저 내주며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적으로 원샷원킬의 동점골을 터뜨리며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선전을 펼쳤다. 독일과의 대전에서는 경기 초반 3골을 내주며 참패가 예상됐지만 값진 2골을 터뜨리는 명승부로 경기를 마쳐 한국 축구의 저력과 투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FIFA월드컵 저력과 투혼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1998년 제16회 프랑스 FIFA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오랜 염원이자 숙제였던 FIFA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된 채 씻을 수 없는 오점만을 남긴 대회로 아로 새겨졌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3 역전패의 고배를 마셨고, 이어 네덜란드에 0-5패라는 대패를 당하면서 감독이 대회 도중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 위기 속에서,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 전에서 '심기일전'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결국 1무 2패의 성적으로 짐을 싸 FIFA월드컵 도전은 한국 축구에게 여전히 험난함으로 남게 됐다.

월드컵 축구 히딩크 감독 기자회견 스페인과의 한일 월드컵 8강 결전을 하루 앞둔 지난 2002년 6월 21일 오후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구장적응훈련을 마친 히딩크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월드컵 축구 히딩크 감독 기자회견 스페인과의 한일 월드컵 8강 결전을 하루 앞둔 지난 2002년 6월 21일 오후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구장적응훈련을 마친 히딩크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4강 신화, 과분한 선물이자 새로운 이정표였다

여기에 2002년 제17회 한일 FIFA월드컵 4강 신화 창조는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FIFA월드컵에 대한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과분한 선물인 동시에 새로운 이정표였다. 한국 축구는 첫 경기에서 유럽의 폴란드를 시종 압도한 끝에 2-0 쾌승을 거뒀다. 이는 한국 축구가 지난 1954년 스위스 FIFA월드컵부터 6차례 FIFA월드컵 본선 무대를 노크하여 역대 4무10패의 치욕적 FIFA월드컵 성적표에 종지부를 찍으며 48년 만에 거둔 첫 승리로서 실로 값진 결과였다. 이어 미국과의 대전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1-1 무승부로 1승1무를 기록한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강호 포르투갈과의 경기 결과에 16강 진출의 성패가 판가름 나게 됐다.

한국 축구는 포르투갈을 맞아 체력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압박수비와 기동력으로 경기를 압도하며, 1-0으로 이겨 2승1무로 조 1위로 사상 처음으로 FIFA월드컵 축구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16강 상대는 FIFA월드컵 영원한 우승후보 이탈리아였다. '사상 첫 FIFA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는 이탈리아를 맞아 불꽃 같은 투혼을 발휘하며 연장까지 가는 혈투끝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이어가며 2002 한.일 FIFA월드컵 8강에 안착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탈리아를 꺾고 벅찬 감격을 맛본 한국 축구는 8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또다시 120분 연장 사투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극적인 승리를 일궈 아시아 국가 최초로 FIFA월드컵 4강에 오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서 축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가운데, 경찰들이 붉은악마 응원단 사이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16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서 축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가운데, 경찰들이 붉은악마 응원단 사이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FIFA 랭킹 40위권이었던 한국 축구는 5, 6위 팀들을 잇달아 꺾은 여세를 몰아 4강전에서 FIFA월드컵 단골 우승후보인 전차군단 독일과 일전을 펼쳤다. 독일은 역시 강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독일을 상대하여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지만 후반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석패하며 3,4위전으로 밀려났다. 독일전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키를 맞상대 한 한국 축구는 4강 성취까지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경기는 더 이상 보여주지 못 한 채 2-3으로 패하며 한국 축구의 아름다운 도전은 비로소 4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의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4강 성취는 곧 한국 축구를 세계 축구의 변방국에서 중심국으로 진입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대회였다. 이에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 4강 성취의자신감을 가지고 2006년 제18회 독일 FIFA월드컵 무대에 선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토고를 2-1로 잡는다. 그리고 FIFA월드컵 도전 역사상 52년만의 원정 첫 1승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토고전 승리로 한국 축구의 기대감은 컸다. 그 기대감은 대회 우승 후보 프랑스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절정을 이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0-2로 뼈아픈 패배를 당해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되며 불과 4년 전에 가졌던 FIFA월드컵 4강 성취의 벅찬 감동도 잊어야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멋진 활약 보여주길

2010년 제19회 남아공 FIFA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4강을 부풀리게 하는 대회로서 충분했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승1무1패 전적으로 FIFA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한국축구 분위기는 그야말로 잔칫집이었다. 첫 상대인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챔피언 그리스에 2-0 완승을 거둔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맞아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4 참패를 당하며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2-2 무승부를 기록 1승 1무 1패로 FIFA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로써 8강, 4강은 손에 잡힐 듯 다가서 있었고 한국 축구의 기대감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16강에서 만난 남미의 복병 우루과이에 전후반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결정력 부족으로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1-2로 패배, 7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과 더불어 16강 진출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은 한국축구에게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의 대전에서 발전의 정체라는 교훈은 물론 축구 발전을 위한 지도자와 선수 육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일깨워준 대회였다. 첫 상대인 러시아와 1-1로 경기를 마친 한국 축구는 아프리카의 복병 알제리에 2-4로 일격을 당하고 벨기에게도 0-1로 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며 FIFA월드컵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한국 축구의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10년 남아공 FIFA월드컵에서의 원정 16강 진출로 기세등등했던 한국 축구로서는 부끄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실로 한국 축구의 FIFA월드컵 본선 도전 역사는 굴욕과 눈물로 아로 새겨진 한편의 장편 서사시였다. 결국 그 아픔은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4강 기적이라는 꽃을 피우기까지 한없는 통곡과 눈물을 토해내며 한국 축구의 생명에 끈을 이어왔다. 때로는 끊어질 듯한 위태로움이 엄습해 와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천운의 끈을 잡고 간신히 일어나 다음 FIFA월드컵 도전에 대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FIFA월드컵에서 4강의 역사를 썼듯 지난 과거의 FIFA월드컵의 쓰라림을 잊고,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만큼은 희열과 감동이 식지 않는 도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한국축구를 가슴에 품고 혼을 지키며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앞에 당당하고 떳떳해질 수 있는 방법이며, 아울러 한국 축구의 성장과 발전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유일한 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훈련할까' 27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어떻게 훈련할까' 지난 27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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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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