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어수선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2017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LG는 올겨울 대대적인 내부 개편을 단행했다. 양상문 전 감독이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삼성 왕조의 전성시대를 이끈  류중일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또한 LG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정성훈, 손주인, 유원상 등 베테랑 멤버들을 정리하면서 다음 시즌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LG의 변화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썩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실체 없는 리빌딩과 일방통행식 구단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베테랑 정성훈의 갑작스러운 방출은 가뜩이나 타오르던 여론의 심지에 불을 붙인 격이었다. 일부 LG 팬들은 온라인을 통하여 구단 운영을 성토하는 것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시위를 펼치며 집단행동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LG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 LG에는 성장이  필요한 젊은 유망주들이 많다. 내야만 해도 기존의 양석환-김재율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윤대영도 있다. 정성훈과 계약을 연장했다고 해도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반박하는 논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젊은 선수들이 과연 확실한 주전감이라고 할만한 검증된 모습을 보여줬냐는 점. 둘째는 베테랑이 지닌 무형의 가치와 구단의 예우와 관련된 문제다.

일부 LG 팬들은 아예 리빌딩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LG에서 리빌딩과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15년부터 양상문 전 감독을 중심으로 다시 리빌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젊은 선수들의 더딘 성장, 오락가락하는 팀운영으로 인하여 "대체 언제까지 리빌딩 핑계만 댈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7시즌 실패 통해 교훈 얻고도 왜...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지난 10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지난 10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젊은 선수들에게 무작정 기회를 몰아주는 것만이 리빌딩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지난 2017시즌 LG의 실패를 통하여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나이'라는 요소를 빼고 보면 아직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정성훈을 확실하게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류중일 신임감독도 부임 후 선수들을 점검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내린 지적이 '반쪽짜리' 선수가 많다는 평가였다. 그만큼 확실한 주전감이 아직 많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KIA나,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 등도 젊은 선수들만이 아니라 베테랑의 경험과 노련미가 안정적인 신구조화를 이루며 강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같은 포지션에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얻는 시너지효과도 무시할수 없다.

또한 정성훈은 비록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무려 9시즌이나 팀에 헌신한 베테랑이자 KBO리그 전체로 봐도 우타자로서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다. 그런 선수를 떠나보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무례하고 매몰찼다. 이는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다. 베테랑이 대접받지 못하는 구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위하여 솔선수범하고 희생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이들면 언젠가 저렇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게되면 젊은 선수들도 팀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LG는 과거에도 이병규, 이진영, 이상훈 등 팀에 헌신한 베테랑 선수들을 홀대한다는 인상을 준 사건이 잦아서 팬들의 불만이 이미 누적된 상태다. 구단 내부 개편과 방향성 의하여 일방통행식 결정이 반복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대 LG 감독이나 프런트의 사례를 봐도 팬들의 여론과 지속적인 대립각을 세워서 구단이 안정적으로 굴러간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부 극성팬들을 중심으로 한 지나친 비난이나 성급한 여론몰이는 신중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류중일 LG 감독은 최근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한 귀국 인터뷰에서 "40인 보호 선수 명단 작성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통하여 함께 내린 결정"이라며 양상문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가 지나치게 비난을 받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이 팀은 1~2년 후에 재능을 발휘할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을 뺏기는 것보다는 베테랑들을 제외시키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좋지 않은 분위기 극복 방법은 오로지 성적 뿐

양상문 단장은 이번 사태로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도 언급했듯이 구단의 방향성이란 개인의 의지와 판단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양 단장은 비록 공과는 엇갈릴지언정 '제2의 이순철-선동열', 'LG를 망쳤다'같은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인물은 결코 아니다. 한때 10년 넘게 가을야구 한 번 나가지 못하며 야구팬들의 놀림감으로 전락했던 LG를 4년간 2번이나 플레이오프까지 이끈 감독은 2000년대 이후로는 어쨌든 양상문이 유일하다.

선수를 보는 안목이나 기용방식의 문제라면 몰라도 최소한 리빌딩이라는 방향성 자체가 당시 LG의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양상문은 결코 '실패한 감독'이라고 낙인찍기는 어려우며, 단장으로서의 아직 한 시즌도 제대로 치러보지 않은 상태에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

결국 LG가 좋지 않은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성적뿐이다. 지난 2016년에도 LG는 시즌 중반 극심한 부진과 간판타자 이병규의 거취 문제 등이 빌미가 되어 양상문 감독의 퇴진론이 제기되는 등 우환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해 후반기 대반전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갈채를 받은 바 있다.

LG의 진짜 고민은 즉시전력감 선수들의 잇단 방출보다도 오히려 그에 걸맞은 새로운 전력보강 효과가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당초 중심타선과 수비 보강을 위하여 손아섭-황재균-민병헌 -김현수 등 '빅네임'의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이미 손아섭과 민병헌은 롯데, 황재균은 KT와 계약을 맺었고 사실상 남은 것은 이제 김현수 정도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현수 역시 메이저리그 재도전이나 친정 두산 복귀 가능성이 열려있어서 LG행은 불투명하다. 외국인 선수 인선 역시 마무리되지 않았다. LG가 만일 이대로 스토브리그를 마친다면 악화된 여론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교체 및 리빌딩을 이야기하고 있는 구단의 방향성과 단기간의 성적이라는 목표가 과연 일치할 수 있느냐는 올시즌 LG의 가장 큰 딜레마가 될 것이다. LG는 최고의 인기구단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무려 23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는 롯데(1992년) 다음으로 가장 긴 기록이다. 2010년대 이후 오랜 암흑기를 끊고 세 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아직 갈증을 풀기에는 부족하다.

베테랑 선수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젊은 선수들로 빠른 시간에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은 류중일-양상문 체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리빌딩과 성적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느낌을 주는 LG의 스토브리그가 다가오는 2018시즌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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