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단장 퇴진 시위에 나선 LG 트윈스 팬들 (출처: 익명을 요청한 LG 트윈스팬 제보)

양상문 단장 퇴진 시위에 나선 LG 트윈스 팬들 (출처: 익명을 요청한 LG 트윈스팬 제보) ⓒ LG 트윈스팬


분노한 LG 트윈스 팬들이 결국 행동에 나섰다.

지난 22일 베테랑 정성훈의 방출이 알려지고 손주인, 이병규, 유원상 등이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제외되어 2차 드래프트로 타 팀으로 이적했다. 오랜 기간 LG에서 활약했던 베테랑들이 버림받듯 팀을 떠나는 상황에 LG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는 LG 양상문 단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에 돌입했다. 잠실구장에는 유광 점퍼를 입은 LG 팬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펼쳐졌다. 

LG 팬들의 분노가 양상문 단장을 향한 이유는 그가 감독 시절부터 '리빌딩'을 강조하며 베테랑 퇴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5시즌 종료 뒤에는 주장 이진영이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kt 위즈로 이적했다. 2016시즌에는 '적토마' 이병규가 2군에서 타율 0.401 3홈런 29타점 0.999의 OPS(출루율 + 장타율)를 기록했지만 정규 시즌 최종전에 대타로 한 타석만 나선 뒤 은퇴했다.

양상문 단장이 감독 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창해온 '리빌딩'과 그에 따른 '베테랑 퇴출'은 2000년대 중후반의 LG의 암흑기를 연상시킨다.

LG는 2004년 '야생마' 이상훈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했다. 같은 해 유지현은 2년차 유망주 박경수를 키운다는 명목 하에 시즌 도중에 은퇴로 내몰았다.

김재현에게는 '고관절 부상 재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선수에 있다'며 각서를 요구했다는 '각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후 김재현은 FA 자격을 취득해 SK로 이적했다.

1994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이 가차없이 정리된 뒤 LG는 긴 암흑기를 겪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KBO리그 불명예 기록으로 남아 있다. 베테랑의 인위적 청산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되기는커녕 팀에 대한 충성심을 뒤흔드는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갑작스런 정성훈의 방출 소식은 LG팬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갑작스런 정성훈의 방출 소식은 LG팬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 LG 트윈스


LG의 포스트시즌 복귀는 2013년에야 이루어졌다. 김기태 감독이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등 베테랑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지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은 LG의 '회전문 인사'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7시즌이 종료되자 임기가 만료된 양상문 감독은 단장으로 영전하고 송구홍 단장은 2군 감독으로 보직 이동했다. 구단 수뇌부 인사를 '자리바꿈'만 한 셈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95억 원으로 FA 차우찬을 영입해 우승 후보로 꼽히던 LG는 6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로 인해 서용빈 코치 등은 자진 사퇴했고 베테랑들은 칼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성적 부진에 책임을 져야 할 양상문 감독이 단장으로 영전한 인사부터 잘못되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7월 28일 잠실구장 외야석에 내걸린 현수막 (출처: 익명을 요청한 LG 트윈스팬 제보)

지난해 7월 28일 잠실구장 외야석에 내걸린 현수막 (출처: 익명을 요청한 LG 트윈스팬 제보) ⓒ LG 트윈스팬


2년 전에도 LG에는 '어색한 인사'가 있었다. 2015년 LG는 9위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책임을 진 것은 자진 사퇴한 차명석 수석 코치였다.

주장 이진영도 LG를 떠나며 책임을 나눠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양상문 감독은 책임지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고 결국 단장으로 승진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LG의 향후 행보와 팀 분위기다. 2008시즌 종료 뒤 FA로 영입되어 9년 간 활약했지만 용도 폐기되듯 방출되는 정성훈을 보고 LG의 젊은 선수들이 팀에 대한 애정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회전문 인사와 인위적인 세대 교체가 초래한 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과거 암흑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근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임 류중일 감독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자해지가 필요해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기사] [견제구] LG 팬들은 왜 이겨도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었나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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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그런데 다스는 누구 겁니까?
프로야구 KBO 양상문 LG트윈스 퇴진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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