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빛나는

ⓒ 그린나래미디어(주)


'배리어 프리 영화'(장애인을 위한 자막, 화면해설 서비스 등이 포함된 영화-편집자 주)의 음성해설을 만드는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는 모임에서 우연히 시각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를 만난다. 영화 해설을 두고 의견 충돌을 빚는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며 서로의 아픔과 결핍을 이해한다. 두 사람 사이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은 그 어느 영화의 것보다 더욱 빛나 보인다.

핸드헬드 기법으로 담은 클로즈업, 광채로 피사체를 파묻어버리는 과잉. 영화 <빛나는>은 과잉의 연속이다. 인물의 마음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과잉은 일종의 끈질김이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온전히 관객들에게 열어젖히려 한다. 영화 속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서, 그리고 두 사람의 충돌을 통해서, 빛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지는 각자의 아픔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 <빛나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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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코는 자신의 마음이 담긴 해석을 적어서 감독에게 보여준다. 감독은 "이 영화의 끝이 희망적으로 보이냐"고 묻는다. 사실 이야기는 점점 어둑해지는 데도 말이다. 미사코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영화 속 주인공과 자신이 겹쳤기에, 주인공이 자신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런 해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작가 나카모리는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 실낱 같은 미세한 빛을 바라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암울함에 빼앗긴다. 생전 빛을 가장 잘 담아냈던 나카모리는 'flow'라는 사진집을 냈었다. 미사코는 우연히 나카모리의 사진집을 봤고, 아름다운 석양 사진에 매료된다. 이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도 이어진다. 빛을 잃어가는 남자와 빛을 그리워하는 여자는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엮인다.

 영화 <빛나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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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소실로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던 두 사람은 처지를 인정하고 그리운 것을 되찾기도 하며, 끝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다. 미사코가 해석을 달던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이 두 남녀도 빛나는 석양 아래서 결핍과 소실 사이의 경계를 극복해낸다. 그리고 미사코는, 마지막 장면의 해설을 바꾸며 한결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눈 앞의 빛을 잃어가는, 마음의 빛을 잃어가는 두 사람은 석양의 끝에서 또 다른 일출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끝엔 희망이라는 빛이 있을 테다. 분명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비춰지겠지만, 가와세 나오미의 인물에 대한 애착과 간절함은 그녀가 만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담는 화면과 풍광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만 같다. 이런 지나친 감상이 나쁘지만은 않다. 두 사람의 희망을 찾는 애틋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기에.

 영화 <빛나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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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건의 시민기자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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