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웰링턴 TSB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차전 한국 대 뉴질랜드 경기에서 허재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 TSB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차전 한국 대 뉴질랜드 경기에서 허재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허재호는 고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 8월 레바논에서 열린 '2017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에서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뉴질랜드는 우승을 차지해도 아무런 혜택이 없었던 지난 대회와 달리,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이며 한국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허재호도 더욱 강해져 있었다.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선보이며, 기적 같은 첫 승리까지 따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3일 오후 3시 10분(이하 한국 시각) 뉴질랜드 웰링턴 TSB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 FIBA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A조 1차전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86-80으로 승리했다.

초반은 홈팀 뉴질랜드 분위기였다. 우리 대표팀은 높이와 힘의 우위를 점한 뉴질랜드의 골밑을 공략하지 못했다. 이정현이 오세근과 투맨 게임을 통해 뉴질랜드 수비의 균열을 불러오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오세근과 김종규의 야투도 말을 듣지 않으면서, 수비를 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1쿼터 종료 4분 42초 전, 최준용이 코트에 들어서 분위기를 바꿨다. 3-2 드롭존이 뉴질랜드를 괴롭혔고, 최준용의 패스가 빛을 발했다. 전준범이 투입돼 3점슛을 성공시켰고, 이승현이 궂은일과 중거리 슛을 도맡으면서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2쿼터 초반에는 전준범과 이승현이 연속 3점슛을 터뜨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특히 전준범은 2쿼터 중반까지 8분만 뛰고서도 10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뉴질랜드는 3쿼터부터 공격에 변화를 줬다. 1, 2쿼터에는 개인기에 의존한 공격이 많았다면, 후반에는 높이와 힘의 우위를 점한 골밑을 공략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노련한 오세근과 힘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이승현, 높이가 있는 김종규와 이종현을 번갈아 투입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2m 장신 가드' 최준용의 순간적인 도움 수비도 돋보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이 잇달아 나왔다. 상대가 쳐낸 볼이 오세근의 몸에 닿지 않았지만, 뉴질랜드 공격권이 주어졌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허훈의 반칙이 선언됐다. 전준범이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와 접촉이 있었지만, 자유투는 주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항의하자 테크니컬 파울까지 주어졌다.

4쿼터 종료 1분 9초가 남은 상황에서 나온 판정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오세근이 골밑을 완벽히 파고들었고, 슛을 시도하기 직전이었다. 이때 쉐아 일리가 점프 후 떨어지면서 오세근의 팔을 내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정확하게 잡혔다. 그러나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다행히 허재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허재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하기보다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세근과 이승현이 중거리 슛을 잇달아 성공시켰고, 최준용과 이정현의 '송곳 패스'가 화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정현은 3점슛 시도 후 곧바로 리바운드에 가담해 상대 반칙을 얻어내는 투혼을 보여줬고, 4쿼터 종료 2분 23초 전 장거리 3점슛을 성공시키며 흐름을 가져왔다.

전준범은 2점 차로 쫓긴 4쿼터 종료 1분 3초 전, 또다시 귀중한 3점포를 성공시켰다. 곧바로 뉴질랜드의 3점슛이 림을 가르며 쫓아오자, 이정현이 오세근과 환상적인 투맨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쐐기를 박았다. 이정현은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도 최준용의 골밑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승리에 기뻐할 틈 없이 2차전 준비, '이제 시작이다'

 남자 농구대표팀 전준범이 23일 뉴질랜드 웰링턴 TSB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A조 1차전 뉴질랜드와 원정 경기에서 골밑슛을 하고 있다.

남자 농구대표팀 전준범이 23일 뉴질랜드 웰링턴 TSB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A조 1차전 뉴질랜드와 원정 경기에서 골밑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대표팀은 누가 코트에 들어서든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었다. 14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오세근, 대한민국 최고의 몸값을 증명한 이정현, 투혼을 발휘한 양희종, 3점슛 6개를 폭발시킨 전준범, 7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한 최준용 등 승리의 주역을 꼽기가 쉽지 않다.

허재호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수비를 흔들었고, 기회를 잡아냈다. 특히, 이정현과 전준범은 1:1 싸움을 여러 차례 이겨내고 3점슛을 터뜨리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과감한 드라이브 인에 이은 패스도 일품이었다.

골밑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세근은 신장에서는 밀릴지 모르지만, 힘과 기술에서는 앞서 있었다. 2쿼터 종료 53초 전, 포스트업과 유연한 스핀무브로 골밑슛을 성공시킨 장면은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백발백중의 야투 성공률도 자랑했고, 이정현, 최준용 등과의 호흡도 완벽했다.

김종규는 힘의 약점을 스피드로 메웠다. 장신 선수가 득실거리는 뉴질랜드 골밑으로 돌진해 자유투를 만들어냈고, 속공에도 꾸준하게 가담했다. 이승현은 리바운드와 수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더했고,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득점도 쌓았다. 이정현과 최준용, 전준범 등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도 쉼이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허재호는 기뻐할 새도 없이 2차전을 준비한다. 오는 26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라이벌' 중국을 상대한다. 중국은 '2019 FIBA 월드컵' 개최국으로 예선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만큼, 허재호는 2연승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예선 2차전에서도 화끈한 농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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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VS뉴질랜드 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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