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격수 부재'는 최근 한국축구의 오래된 고민거리였다. 한국은 과거 차범근-최순호-황선홍-안정환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최전방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해결사가 한동안 실종되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2-1로 승리를 거둔 손흥민이 환호하고 있다.

자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2-1로 승리를 거둔 손흥민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부상한 것은 단연 손흥민(토트넘)이다. 손흥민은 당초 측면 공격수였으나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하여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4-4-2 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동안 대표팀에서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손흥민은 골문에 한결 가까워진 위치에 포진하며 특유의 뛰어난 스피드와 골결정력을 살려서 펄펄 날았다. 대표팀으로서는 내년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공격진의 실마리를 찾은 장면이었다.

손흥민이 살아나며 대표팀은 한숨을 돌렸지만 공격진이 아직 완성단계라고는 할 수 없다. 4-4-2에서 투톱 전술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옆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줄 또다른 공격수 자원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연전에서 이근호(강원)-이정협(부산)-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을 번갈아가며 손흥민의 파트너로 기용하면서 실험을 시도했다. 이정협을 제외하면 모두 전문 공격수가 주포지션이 아닌 선수들이었다는 점은 현재 대표팀의 공격수 기근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석현준-황희찬-김신욱-이정협-진성욱... 손흥민 파트너, 누가 될까

최근 유럽파 공격수 석현준(트루아)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부활은 대표팀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해준다. 프랑스 리그서 연속 골맛을 보고 있는 석현준은 지난주 앙제전에서 원톱 공격수로 나서 또 다시 골을 기록하며 3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유럽에서 소속팀을 계속 옮겨가며 불안정한 '저니맨' 신세였던 석현준이 오랜만에 안정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활약중인 황희찬도 부상으로 지난 11월 2연전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지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을만큼 건강만 하다면 신감독의 플랜 A로 거론되는 선수다. 최근 소속팀 잘츠부르크와 계약을 연장한 황희찬은 복귀 후 3경기서 2골을 넣으면서 시즌 초반 과시했던 득점 감각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국내 공격수 발굴도 계속되고 있다. 신 감독은 최근 12월 동아시안컵 멤버를 발표하며 공격수로 기존의 이정협에 김신욱(전북)-진성욱(성남)을 새롭게 발탁했다. 지난 명단에서는 공격수로 승선했던 이근호는 이번에는 미드필더로 분류되어 다시 이름을 올렸다. 김신욱은 지난 8월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약 3개월여 만의 대표팀 복귀이고 진성욱은 사상 첫 승선이다.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수의 성향은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4-4-2를 기준으로 했을때 선수들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인 압박과 활동량을 요구하는 전술임이 드러났다. 미드필드의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공격수들부터 최전방에서 활발한 수비가담으로 1차 수비수의 역할을 해줘야 하고 2선과 수시로 스위칭 플레이도 잦다. 더구나 손흥민을 좀더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수비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창출해주는 등 사실상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희생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자연히 많은 움직임과 체력소모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파트너로 굳이 전문 공격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골결정력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체력과 활동량에 한계가 있는 노장 이동국을 뽑지 않은 것이나, 이근호-구자철의 포지션 변경에서 신 감독의 지향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수 있다. 향후 황희찬이나 석현준이 대표팀에 복귀하더라도 손흥민의 파트너로 또다시 공격수 포지션이 아닌 '제3의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11월 평가전만 놓고 보면 신 감독이 요구하는 공격수의 유형에 가장 부합했던 선수는 이근호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출전하여 골까지 기록했던 베테랑 이근호는 전문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최전방과 2선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이근호는 풍부한 경험과 왕성한 체력-활동량을 앞세워 손흥민의 곁에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줄 수 있는 이타적인 '연계형 공격수'의 모범을 보여줬다. 많지않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이근호가 함께 뛰었을 때 손흥민의 움직임도 가장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을 정도다.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새롭게 발탁된 진성욱은 중앙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빠른 스피드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측면에서의 돌파력이 돋보이는 윙어형 공격수라는 점에서 이근호의 장점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정협은 최근 대표팀에서는 부진했지만 연계능력과 이타적인 플레이의 장점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한편으로 단순히 '손흥민의 짝꿍'으로서 의미만이 아닌, 경쟁자 차원에서의 '플랜 B'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결사로서의 능력을 갖춘 황희찬이나 석현준은 그런 면에서 손흥민의 파트너 이전에 선의의 경쟁자에 더 가깝다.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 많지 않아... 공격수들 '건강한 경쟁' 필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황희찬이 상대 문전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황희찬이 상대 문전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이 현재 대표팀 공격진의 핵심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만일 그가 부진하거나 혹은 부상 같은 변수에 처했을 때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98 프랑스 월드컵 차범근호 시절의 황선홍이나,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호 시절의 박주영 같은 사례처럼, 특정 선수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전술은 오히려 독이 될 위험도 크다. 객관적인 전력상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상대적인 약체이며 경쟁국들도 손흥민 같은 한국의 에이스를 집중분석하고 견제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손흥민이 아니어도 그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득점을 올려줄수 있는 공격루트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 면에서 전북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여전히 '희소성' 면에서 대표팀이 포기할 수 없는 카드중 하나다. 문제는 대표팀에서는 제한된 활용도 때문에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A매치를 38경기나 출장했는데 득점은 고작 3골뿐이고 마지막 득점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주로 후반 교체로 짧은 시간만 투입된 경우가 많고 그것도 '헤딩 셔틀'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신욱은 현재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정통 타깃맨 차원이다. 경기 후반 직선적인 공격루트로 빠르게 득점을 노려야할 때 제공권이 뛰어난 김신욱만큼 유용한 '조커'는 없다. 손흥민과 함께 선발 투톱으로 출전시켰을 때 어떤 호흡을 보여줄수 있느냐도 한번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또한 아직 성인대표팀에 승선한 적은 없지만 주목할 만한 선수로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도 있다.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과 U-20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소속팀에서 아직 많은 시간을 출전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유의 개인기과 잠재력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승우를 따로 불러 점검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이승우가 사실상 최종엔트리의 윤곽이 확정될 내년 3월까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대표팀에 뽑힐 만한 명분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표팀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손흥민 외에도 더 많은 공격수들의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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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공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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