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의 기둥들이 연이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90일도 남겨놓지 않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피겨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시니어로 활약하고 있는 최다빈(18·수리고)선수와 박소연(20·단국대) 선수의 상황이 좋지 않다.

최다빈 선수는 비시즌부터 줄곧 부츠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에 탓에 기술요소를 수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시작 후 최다빈 선수는 점프에서 줄곧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발목과 허리 부상 여파가 여전하고 지난 6월 모친상까지 더해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직 18살인 고등학생이 겪기엔 너무 큰 일들이다. 앞서 최다빈 선수는 지난 12일에 의정부에서 열린 동계체전 경기도 대표 선발전 예선에도 기권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지만, 앞으로도 최 선수 앞에 놓인 일정이이 적지 않다. 최 선수는 오는 24일 미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6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데, 이 대회 일주일 후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에도 출전해야 한다.

발목 골절 박소연 선수, 염증으로 최근 재수술


박소연 선수는 지난 1년 사이에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중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박소연은 철심을 박는 수술과 제거하는 수술을 모두 받았다. 이후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겼고 지난달 초 재수술을 했다.

이 사이에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박소연 선수는 후배들에게 밀리며 6위에 랭크돼 평창행마저 불투명해 졌다. 이후 박 선수는 지난 12일 막을 내린 그랑프리 4차 대회에 출전했지만 결국 최하위로 경기를 마쳤다. 박소연 선수는 당시 재수술을 받고 2주가량 훈련을 한 후 이 대회에 나선 것이라 경기력이 최상일 수 없었다.

두 선수 모두 그동안 시니어 대표로서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박소연 선수는 '피겨여왕' 김연아(27)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후 줄곧 국제대회에 자력으로 출전했다. 세계선수권 첫 톱10 진입에 이어, 지난 2014-2015 시즌 이후 네 시즌 연속으로 그랑프리 티켓 두 장을 모두 자력으로 획득했다. 지난 시즌에는 김연아 이후 선수로는 최초로 180점대를 돌파했다. 특히 박소연 선수는 '김연아 키즈 1세대'라고 불리는 1997년 유망주 가운데 홀로 국제무대에 출전하고 있어 의미 또한 남다르다.

최다빈 선수는 지난 시즌 한국 피겨 역사의 한 줄을 장식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한 3월에 있었던 세계선수권에서 190점대를 돌파하며 톱10에 올라, 한국 여자피겨에 평창행 티켓 2장을 안겼다. 강릉에서 열렸던 4대륙선수권에서도 5위를 차지해 평창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까지 모두 여러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평창을 코앞에 둔 지금 부상과 난제들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시니어 대표로 그랑프리에 참가한 적 있는 김나현(18·과천고) 역시 지난시즌 후반 발목 부상을 당했다. 이후 아직까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올 시즌 그랑프리 2차 대회도 기권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에게 있어 올림픽은 최종 목표이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은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평창은 이제 90일도 남지 않았다. 선수들이 부상을 갖고 있음에도 대회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상과 어려움으로 인해 비록 지금은 아쉬운 결과를 냈을지라도, 최종 목표인 평창에서는 시련을 딛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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