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2번째 라운드인 디비전 시리즈도 이제 각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팀들이 하나 둘 가려지고 있다. 10월 10일(아래 한국 시각)까지 열린 총 4개의 디비전 시리즈 중 2개의 디비전 시리즈가 마무리되었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각각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10일 디비전 시리즈는 4경기가 모두 열렸는데, 이 날 가장 먼저 시작되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디비전 시리즈가 4개의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종료를 알렸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렸던 시리즈 4차전은 접전 끝에 애스트로스가 5-4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었다.

뒤이어 열렸던 경기는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섰던 워싱턴 내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였다. 1차전에서 승리했다가 2차전에서 반격을 받았던 디펜딩 챔피언 컵스가 다시 3차전을 승리하면서 조금 앞서게 됐다. 뒤이어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은 양키스가 2연승하며 승부를 끝내 5차전까지 이어가게 됐다.

마지막으로 열린 경기는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앞서 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리즈를 시작한 까닭에 4개의 디비전 시리즈 중 가장 늦게 시작되었던 두 팀의 시리즈는 4개의 시리즈 중 유일하게 스윕이 나오게 됐다.

예비 FA 다르빗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다르빗슈, 다저스 데뷔전 7이닝 10K 무실점 승리(2017년 8월 4일)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다르빗슈 ⓒ EPA/연합뉴스


올 시즌 풍부한 선수 자원을 갖고 있었던 다저스는 디백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앞선 2경기를 모두 타선의 힘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홈런 4개를 허용하며 고전했으나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고, 2차전에서도 선발투수 리치 힐을 조기에 대타로 교체까지 하면서 역전에 성공한 타선이었다.

3차전 경기 초반은 트레이드로 영입된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활약이 돋보였다. 다르빗슈는 1회말 케텔 마르테에게 기습 내야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5회말 2사까지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5회말 2사에서 다니엘 데스칼소에게 불의의 일격(솔로 홈런)을 당한 것을 제외하면 5회까지 다르빗슈는 완벽했다.

그러나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대타 크리스티안 워커를 상대하면서 다르빗슈는 갑자기 흔들렸다. 다르빗슈가 던졌던 6구 째 공은 다르빗슈의 손에서 빠졌고, 이로 인하여 워커의 손목 쪽 배트를 맞았다. 비디오 판독 챌린지가 있었으나 이 공은 워커의 배트 끝을 맞은 것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끝내 워커를 아웃 처리하지 못했다. 8구 째 공이 또 다르빗슈의 손에서 빠졌고, 이번에는 워커의 헬멧 창끝을 맞히면서 몸 맞는 공을 허용했다. 헬멧 창끝을 맞혔기 때문에 헤드 샷이 아닌 것으로 인정되어 퇴장 판정이 나오지는 않았다(헤드 샷 발생 즉시 해당 투수 퇴장 규정이 있음).

그러나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점 차 살얼음 리드 속에서 불안한 다르빗슈를 마운드에서 즉시 내렸다. 만일에 있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다저스는 토니 싱그라니와 브랜든 모로우를 투입하여 어수선했던 6회를 마무리했다.

원정 팀 선발투수였던 다르빗슈는 디백스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승리투수가 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다르빗슈는 포스트 시즌을 위해 다저스가 잠깐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인데, 다르빗슈는 이번 등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침묵했던 신예 벨린저의 활약, 팀 분위기 각성

올 시즌 메이저리그 흥행에는 임팩트 강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중 코디 벨린저의 활약은 가히 군계일학이었다. 벨린저는 정규 시즌에서 39홈런 97타점(내셔널리그 홈런 2위, 타점 공동13위)을 기록하며 베테랑 저스틴 터너와 함께 다저스의 타선을 이끌었다.

벨린저는 메이저리그 선수 클레이 벨린저의 아들로 1995년 애리조나 주에서 태어났다. 한때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아버지 덕분에 호르헤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 앤디 페티트, 데릭 지터 등 양키스의 21세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후 벨린저는 2007년 리틀야구 월드 시리즈에서 미국의 우승을 이끌었고, 2013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됐다.

벨린저는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루키 리그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웨이트 강화에 힘쓴 결과 2015년 하이 싱글A에서 30홈런을 기록하는 등 큰 반전을 보였다. 이후 드래프트에서 자신보다 앞서 다저스에 지명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2017년 메이저리그에 깜짝 승격되는 행운을 안았다.

사실 벨린저의 승격은 당초 계획보다 이른 것으로, 시즌 초반 팀 타선의 슬럼프 및 부상 선수 공백으로 인하여 이뤄진 것이었다. 벨린저도 원래 1루수로 육성되었는데, 처음 콜업되었을 때에는 외야수 빈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벨린저는 39홈런 97타점으로 리그 홈런 2위에 오르며(1위 지안카를로 스탠튼 59홈런) 팀 중심 타선에 당당하게 한 몫을 했다.

그랬던 벨린저였지만, 그 역시 다른 신인들처럼 포스트 시즌 출전은 처음이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앞선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던 벨린저는 도합 10타수 1단타 1득점에 그쳤고, 삼진은 무려 6개나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츠 감독은 벨린저를 3차전에서도 1루수 겸 4번타자로 출전시켰다. 일단 다저스 타선 자체가 특정 선수가 부진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주고 있었다. 올 시즌 다저스는 정규 시즌 100타점 선수가 1명도 없었지만, 코리 시거가 22홈런 77타점, 야시엘 푸이그가 28홈런 74타점, 크리스 테일러가 21홈런 72타점 그리고 터너가 21홈런 71타점 등 여러 타자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벨린저는 첫 타석부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1루수 앞 땅볼에 그쳤지만, 1사 2,3루 상황에서 3루에 있던 테일러가 홈으로 들어와 선제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초구를 건드렸다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는 등 그의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벨린저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벨린저는 상대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를 상대로 5구 째 들어왔던 바깥 쪽 공을 밀어쳐 체이스 필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포스트 시즌에서 침묵했던 벨린저가 그것도 상대 팀의 에이스를 상대로 포스트 시즌 역대 최연소 홈런을 날린 것이다(만 22세 2개월 26일).

벨린저의 활약은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5회말 2사까지 실점이 없었던 다르빗슈가 데스칼소에게 홈런을 맞고 조금 흔들렸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벨린저는 제프 매티스의 타구가 1루 근처 다저스 더그아웃 쪽으로 뜬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캐치 동작이 완료된 뒤 다저스 동료들이 받아주지 않았다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벨린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개인'보다 돋보인 '팀' 다저스, 스윕으로 NLCS 진출

벨린저가 공수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자 선배 동료들이 힘을 냈다.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섰던 포수 오스틴 반스는 그레인키의 2구 째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겨 버렸다. 이 한 방으로 비록 구위가 불안했지만 꾸역꾸역 버티던 그레인키는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다르빗슈가 마운드를 내려가던 시점에 분위기는 불안했다. 그러나 뒤이어 등판한 싱그라니와 모로우가 급한 불을 껐고, 8회에는 포스트 시즌에서 중간계투로 던지고 있는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가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뒤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잰슨이 9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하면서 다저스는 이번 디비전 시리즈 중 유일한 스윕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최근 5년 동안으로 한정했을 때, 5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다저스가 시리즈를 스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디비전 시리즈 4차전 2회, 5차전 2회).

3경기 만에 스윕으로 시리즈를 끝내면서, 다저스는 올해에는 에이스 커쇼를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 당겨쓰는 무리수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이전까지 커쇼는 매번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한 뒤, 3일만 쉬고 4차전에 등판했다. 특히 2016년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4차전 뒤 하루만 쉬고 5차전에 또 마무리투수로 등판하기까지 했다.

보통 포스트 시즌에서는 특정 선수들이 각성하면서, 소위 "미친 선수"가 팀 분위기를 이끌며 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다저스는 특정 선수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며 활약했고, "개인"보다 "팀"이 더 빛났던 시리즈를 보여줬다.

만일에 생길 부상 선수를 대비하여 류현진과 브랜든 맥카시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까지 팀과 동행하여 불펜 피칭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특정 선수의 큰 부상도 없었고, 예비 전력까지 갖춘 상황에서 여유 있는 휴식까지 얻었다.

모든 라운드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저스는 다시 홈 경기장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챔피언십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 아직 내셔널스와 컵스의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중 시리즈를 승리한 팀이 로스앤젤레스로 와서 다저스를 상대하게 된다. 다저스는 지난 해 내셔널스와 디비전 시리즈 5차전 혈투를 벌였고, 컵스에게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안타깝게 패했다.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되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시즌은 1988년이다. 당시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다저스는 현재의 6개 디비전 시대가 된 이후(1994년 중부지구 신설) 다저스는 한 번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진정한 원 팀이 된 다저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올해는 한을 풀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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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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