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으로 귀촌한 배우 김준배를 인터뷰 했다.

논산으로 귀촌한 배우 김준배를 인터뷰 했다. ⓒ 권오헌


배우 김준배는 실감 나는 조직 폭력배 연기로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후엔 2007년 영화 <트럭>에서 극 중 무고한 트럭 운전자 유해진에게 시체 유기를 지시하는 조직 폭력배 보스를 연기했다.

"잘만 하면 트럭 받아, 돈도 받아. 근데 만약 나불나불하면 그땐 마, 아! 생각을 하지 말자. 아,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그, 딸이 병원에 있다고?"

그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왔다 갔다 하는 사투리로 따라 하고 싶은 대사들을 여럿 남겼다. 김준배는 요즘 충남 논산시 부적면 감곡2리에서 시골스럽게 살고 있다.

 배우 김준배가 집앺에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배우 김준배가 집앺에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 권오헌


작년 지인들과 함께 집터를 알아보고 논산에 집을 꾸미고 산 지 약 1년이 됐다. 배우 김준배는 논산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논산은 사람이 좋다. 정도 많고,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그는 시간이 나면 자전거로 논산의 탑정호, 관촉사, 백제군사박물관, 돈암서원, 연산전통시장 등을 다니며 몸으로 논산을 느끼고 있다.

 배우 김준배가 출연한 영화 <여자 전쟁: 도기의 난>의 한 장면.

배우 김준배가 출연한 영화 <여자 전쟁: 도기의 난>의 한 장면. ⓒ TCO(주)더콘텐츠온


또한, 집 주변에 작은 텃밭 그리고 대추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등이 심어져 있어 계절마다 유기농 과일을 먹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집은 작은 예술관이다. 집 주위에 벽화와 천막을 이용해 마을 형님들의 초상화를 그려놓고, 방안에는 책으로 가득하고, 계절마다 집을 바라보는 느낌은 그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예술 공간이다.

배우 김준배는 "폐교를 활용해 논산 시민을 위해 예술교육(연극, 뮤지컬 등), 미술, 공예 그리고 공연을 통해 예술과 자연이 행복이 넘치는 논산예술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준배 논산에 귀촌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배우 김준배 논산에 귀촌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권오헌


김준배는 직장인 연극 워크숍으로 연기를 접한 후 이윤택 감독이 이끄는 '연희단 거리패'에 들어가 연기를 익혔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 윤제문이 당시 연희단 거리패에서 김준배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극단 동료였다.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김준배는 1999년 '이재수의 난'으로 처음 영화 연기를 시작한 이래 18년간 30여 편의 영화와 10여 편의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왔다.

굵은 저음의 목소리와 강하고 투박한 이목구비 때문에 조폭이나 형사 등 누아르 영화의 캐릭터로 많이 캐스팅됐으며, 특히 '악역 전문 배우'로 통할 정도로 악역을 주로 맡았다.

 영화 <이끼>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영화 <이끼>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준배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걸걸한 목소리, 범상치 않은 마스크가 그의 매력이다. 그는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허태학, 영화 <이끼>에서 하성규 역으로 대중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정형화된 김준배를 거부한다. "나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연극 <너 때문에 산다(2008)>, <인류 최초의 키스(2007)> 등에서 코믹하고 로맨틱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영화 <악인은 너무 많다>로 다시 '악인'으로 회귀한다. 그것도 주연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제목처럼 악당 캐릭터를 맡는다.

 영화 <이끼>의 한 장면.

영화 <이끼>의 한 장면. ⓒ 권오헌


김준배는 "악역 이미지를 자꾸 소비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악당이지만 그 안에 인간미가 느껴져 수락했다"고 했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연극은 세상을 달라 보이게 했다. 내성적인 성격도 연극을 통해 점차 외향적으로 변했다. 혼자이길 좋아하던 그에게 연기는 세상과 내부를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던 내게 연극은 선물이었다"면서 "배를 주리더라도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삶에 의욕을 준 연극은 또 다른 선물을 준비했다. 그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를 각색한 연극 <너 때문에 산다>에서 바보 온달 역을 맡았었다.

 배우 김준배와 인터뷰 장면

배우 김준배와 인터뷰 장면 ⓒ 권오헌


김준배는 "어린 시절에는 집안이 엄해 어리광도 잘 못 부렸는데 그 시절 감성을 꺼내 연기를 하다 보니 유년기에 대한 그리움의 심연을 들여다 본 느낌이었다. 어머니께 하지 못했던 것을 푼 느낌이었다"며 "그때 연기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젊은 시절 근육질을 자랑했던 그는 극단에서도 액션 연기만을 도맡으면서 잠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배우 김준배는 장르 욕심은 많다. 도전적인 장르면 뭐든 해보고 싶다.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도 독특하고 신선한 장르를 선택하고 싶다. 요즘은 그런 작품들에 끌리고 있다. 아직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많이 넓혀 놓고 싶다. 다양한 모습과 역할, 감정들을 모두 연기 해보고 싶다.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은 영화 <귀여워> <야수> <형사> <열혈남아> <트럭> <부러진 화살> 등 많다. 특히 <이끼>에서 하성규 역할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논산에서 지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논산에서 지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 권오헌


김준배는 "아직은 전작과 비슷한 연기를 할 때 참 어렵다고 느끼는데, 나중에는 비슷한 역할도 스스로 세분화해서 정확하고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기 내공을 쌓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엄청 멋있는 거창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는데...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좋다. '배우 김준배' 하면 믿고 봐야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장 최근 작품은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으로, 김준배는 탐욕스럽고 줏대 없는 건달 허태학 역할을 연기하며 호평받았다.

 MBC <라디오 스타> 출연 모습.

MBC <라디오 스타> 출연 모습. ⓒ MBC


 가을이 아름다운 배우 김준배의 집

가을이 아름다운 배우 김준배의 집 ⓒ 권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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