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세기 티저 포스터

<우리의 20세기>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우리는 모두 인생을 처음 살아본다. 그래서 인생을 타인에게 배우려고도 하고, 가르쳐 보려고도 한다. <우리의 20세기>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겹겹이 포개어서 지나간 20세기의 그림을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반추하게 만든다. 원제인 < 20th Century Women >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로 여성이지만 영화는 여성영화이기 이전에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비춰주는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마흔 살에 낳은 아들과 함께 사는 55세 여인 도로시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아들 제이미의 성장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함께 사는 20대 예술가 애비와, 그의 친구인 줄리에게 부탁을 한다. 제이미에게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주라고. 하지만 인생은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제이미는 두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기 보다는, 두 사람의 인생을 관찰한다. 나아가서 자신의 엄마인 도로시, 함께 사는 맥가이버 아저씨 윌리엄의 삶까지 바라보며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삶을 목격한다.

 영화의 주제는 가족이다.

영화 <우리의 20세기> ⓒ 그린나래미디어(주)


제이미가 관찰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으면 20세기의 정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경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상실의 아픔에서 비롯한 외로움을 표출하지 않는 엄마 도로시, 육체적 여성성을 소실하는 아픔을 겪고 '여성'에 대해 공부하는 애비, 일찍이 성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고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 줄리, 여성과 육체적 교류는 쉬웠지만 그 이상의 공감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윌리엄까지. 제이미는 격동하는 20세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포개어가면서 20세기 그 자체를 목격하는 관찰자가 된다. 20세기의 '여성', 저항정신에 기반을 둔 밴드문화,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21세기의 영화인 <우리의 20세기>가 복기하고 반추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20세기>는 구태의연한 교훈을 관객들에게 설파하지 않는다. 제이미가 인생을 타인에게 가르침 받지 않았던 것처럼, 영화 또한 관객들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저명한 작가가 쓴 책의 문장이나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연설이 영화의 사이사이에 알알이 박혀 있지만, 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얼굴, 그로 인해 겪는 사건들이 한 겹, 한 겹 차곡이 쌓여서 우리의 삶을 채워나간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들도 가득할 테니까.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모여 하나의 세기를 만든다.

 제이미가 20대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음악을 제이미에게 들려주며 함께 춤을 추는 애비.

ⓒ 그린나래미디어(주)


삶은 온통 불확실성으로 뒤덮여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르기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답을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매번 서툴게 각자의 삶을 이어나간다. 같은 세기에 사는 사람들도 나이 차이에 의해 구분되는 세대 간의 갈등을 느끼고 어려워한다. 55세의 도로시가 제이미 세대의 밴드 음악을 듣고 어려워하듯이.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쌓여가는 게 아닐까.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마음은 각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은 우리가 직접 만나고 부딪치고 겪으며 만들어간다. 배울 수 없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우리의 삶,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고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웃는 이들을 지켜보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끔 하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기재한 글입니다.
영화 여성 20세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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