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8회 연속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브라질(20회)과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은 대기록이다.

10·20세대는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접하지 못했다.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아래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홈과 원정 모두 패했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에 2차례 모두 패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본선 무대를 밟는 데 실패한 적은 없었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 이근승


굉장히 낯설다. 대한민국 없는 월드컵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둔 현재, 한국(승점 14)은 3위 시리아(12)에 승점 2점 앞선 조 2위다. 마지막 상대는 시리아와 승점이 같은 우즈베키스탄(12)이며, 그들의 홈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

불안하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 원정(0-1)에서 패했고, 카타르 원정(2-3)에서 33년(32년 6개월) 만에 무너졌다. 내전으로 훈련조차 어려운 시리아와 중립(말레이시아)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홈에서는 졸전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박지성 은퇴 이후 이길 수 없는 팀으로 여겨지는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유효 슈팅 0개'라는 굴욕까지 안았다.  

울리 슈틸리케가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이란과 홈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상대의 퇴장으로 인해 일찌감치 수적 우위를 점하기도 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구차철, 권창훈 등 유럽파가 총출동했음에도 이란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신태용호가 출범한 이후 첫 경기였고, 이란에게 4연패 중이었다. 특히 이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조 1위에 올라있는 팀이었다. 8경기에서 6승 2무를 거뒀고,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중국과 카타르에게 패했던 팀이 한 달여 만에 아시아 최고인 이란을 잡아내기란 어려웠다. 조세 무리뉴나 위르겐 클롭이 온다 한들,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하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처럼 개개인의 기량이 최고 수준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러한 팀들과 거리가 멀다.

수비진의 집중력 유지에 더욱 신경 써야

가혹하게도, 취임한 지 한 달이 갓 지난 신태용 감독에게 비판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불과 2개월 전, 카타르 원정에서 패했던 팀이 '아시아 최강' 이란을 잡아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선수 교체 타이밍, 소극적인 전술 등도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란전 4연속 0-1 패배, 시리아전 2경기를 제외한 최종예선 매 경기 실점했던 과거는 완벽하게 무시됐다. '주장' 김영권의 실언까지 더해지면서 축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겨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가 절실하다. 비겨도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무승부는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승리만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낼 수 있고, 절망에 빠져있는 한국 축구에 희망을 꽃피울 수 있다. 대표팀은 축구 인생의 마지막 경기란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옳다. 실점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최종예선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9경기를 치르며 11골을 넣었지만, 무려 10골을 내줬다. 불안한 수비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조기 소집을 통해 효과를 보려 한 부분도 수비의 안정이다. 김민재와 김진수, 김민우, 고요한, 최철순(경고 누적) 등 수비에는 K리거가 다수 포진한다. 김영권과 김주영, 장현수 등도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만큼, 일찌감치 대표팀에 합류해 손발을 맞췄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구자철을 제외하면, 수비 지역에 유럽파는 없다.

이란전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닌 이유다. 대표팀은 2017년에 열린 최종예선 4경기에서 4실점을 내줬다. 지난 3월 시리아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치르기는 했지만, 권순태 골키퍼의 안면 선방과 골대가 우리를 살렸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러시아행을 확정한 이란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것은 칭찬할 만하다.

무실점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원정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하면서, 우리를 이겨야만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 확실하다. 신태용호는 어설프게 올라서는 것을 경계하고, 수비진의 집중력 유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선제 실점은 3만여 홈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우즈베키스탄을 춤추게 할 수 있다.

생각도 못 한 예선 탈락, 유럽파가 제 역할 해줘야 한다

    지난 3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지난 3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이근승


공격은 유럽파가 책임져야 한다. 구자철과 손흥민, 황희찬 등은 소속팀의 주말 경기를 치른 뒤 부랴부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란전을 위한 준비 시간은 이틀밖에 없었다. 핑계로 들릴 수밖에 없지만, 완벽하게 관리된 잔디에서 볼을 차다 논두렁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축구를 하니 제 기량이 나올 리도 만무했다.

더 이상 핑계는 없고, 보호도 없다. 우즈베키스탄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었다. 특히, 손흥민은 자신이 박지성 이후 한국 최고의 선수라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최종예선 8경기(중국 원정 경고 누적 제외) 1골이란 성적은 매우 아쉽다. '스타'라면, 박지성처럼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승리를 가져오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황희찬도 무주공산인 대표팀 최전방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원임을 증명해야 한다. 올 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활약(11경기 7골)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 복귀전을 치른 권창훈, K리거의 자존심 이재성, 공격 본능이 필요한 구자철 등도 한국 축구를 구원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아시아 예선 탈락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문구를 보지 않길. 오는 6일 대한민국에 떠오를 태양이 희망찬 햇살을 전해줄 수 있길 기원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대한민국VS우즈베키스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