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 뉴스타파


공영방송 정상화 여론이 거센 가운데 <공범자들>이 개봉 8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범자들>은 24일 하루 9천 관객을 추가하며 누적 10만 5천 관객을 기록했다. 14만 관객을 동원한 최승호 감독의 전작 <자백>이 개봉 15일 만에 10만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다.

특히 개봉 첫 주말 이후 점차 관객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공범자들>은 도리어 역주행 기미를 보이는 등 흥행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소 20만은 가볍게 넘길 흐름이고, 상영관이 증가하는 추세라 주말 성적에 따라 그 이상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흥행 성적은 단연 눈에 띄었는데, 이날 신작 개봉으로 대부분의 영화의 관객들이 줄어든 가운데, 1만 관객을 넘기며 나 홀로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장겸 MBC 사장이 "자진 사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방송사 안팎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를 거부한 날이었다. 마치 관객들이 영화 관람을 통해 자진 사퇴를 압박한 모양새다.

<공범자들> 흥행의 특징은 높은 좌석점유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좌석점유율은 <택시운전사>나 <청년경찰> 등 흥행 중인 상업영화들에 밀리지 않는 높은 수치다. 상영관과 시간대가 열악했던 1주차에 비해 상영관이 늘어나고 상영시간이 일부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공영방송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보인다. 방송사 노조의 파업 전운이 짙어지자 <공범자들>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기자와 아나운서, 프로듀서 등이 연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가 공영방송의 파업 의지를 북돋고, 파업 가시화가 영화 흥행을 밀어주는 모습이다. 흥행과 파업 초읽기가 일종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양상인 것이다.

영화로 세상을 바꾸는 <공범자들>

 영화 <공범자들>에서 감재철 전 MBC 사장을 만나고 있는 최승호 감독

영화 <공범자들>에서 감재철 전 MBC 사장을 만나고 있는 최승호 감독 ⓒ 뉴스타파


지난 9년간 공영방송 내부의 치열한 싸움이 담겨 있는 부분도 영화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유능한 방송인들이 무능한 경영진에 의해 엉뚱한 곳으로 쫓겨나 어려움을 겪는 모습과 온갖 전횡을 서슴지 않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공영방송 적폐 세력의 태도는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좌충우돌을 불사하는 최 감독의 태도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웃음을 불러오면서,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그러냐는 일부의 시선도 영화를 통해 내부의 지속적이고 치열했던 저항이 전해지면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공범자들>이 10만을 돌파하면서 연출자인 최승호 감독은 스타 다큐감독 반열에 오르게 됐다. 다큐멘터리가 1만 관객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지난해 <자백>에 이어 2년 연속 10만 관객 돌파는 연타석 홈런을 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화로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은 그간 수많은 영화감독들이 가져온 의지이다. 많지는 않아도 여러 작품들이 사회 변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면, <공범자들> 역시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저널리즘을 장착한 다큐멘터리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고 방송사 구성원들의 정상화 의지를 북돋고 있어서다.

최승호 감독은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공범자들>을 처음 공개한 날, 관객들에게 "촛불시위처럼 시민들과 방송인들이 같이 힘을 합쳐 역사적인 일들을 해보자"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의 바람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범자들>이 한국다큐멘터리와 방송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공영방송 정상화 길은 그만큼 빨리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공범자들 ` 10만 관객 다큐멘터리 최승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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