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장원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장원준 ⓒ 두산베어스


지난 8월 18일 장원준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이강철(현 두산 2군 감독)과 정민철(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이어 프로야구 36년사에서 단 3명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과거 이대진(현 KIA 투수코치)이나 배영수, 그리고 현재에 와서 윤석민, 김광현 등 화려한 기록을 가진 KBO리그 에이스들도 부상에 발목을 잡혀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원준의 8년 연속 10승은 분명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이 없다.

그보다 한달여 전인 7월 9일, 롯데 팬들에겐 '아픈 손가락' 과도 같은 조정훈이 2583일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2009년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며 14승으로 윤성환, 로페즈(당시 KIA)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그의 앞날은 탄탄대로 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만 스물 세살 다승왕의 다음 등판은 서른이 넘어서야 이뤄졌다. 끝없는 수술과 재활의 반복, 고독한 싸움을 이겨내고 돌아온 그의 투구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2583일만에 복귀한 조정훈

2583일만에 복귀한 조정훈 ⓒ 롯데자이언츠


장원준처럼 꾸준한 투수도 드물지만, 조정훈처럼 기나긴 공백기를 지나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도 정말 찾기 힘들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소모품이기에 아무리 관리를 받는다 해도 타고나지 않는 한 롱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한 번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 부상 당한 시점이 젊은 시절이라 해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가 부상을 당한 이후 기교파 투수로 돌아와 계속 활약을 이어가는 모습이 어쩌면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다.

실제로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몫을 해낸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발투수는 150이닝 이상, 불펜 투수는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횟수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해당 10시즌 동안 150이닝 이상을 최소 2차례 이상 기록한 선발투수는 15명이며 역시 10시즌동안 50이닝 이상을 최소 3차례 이상 기록한 불펜 투수는 32명으로 나타났다.

먼저 외국인 투수들을 제외한 국내 선발투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10시즌동안 선발투수들이 150이닝 이상을 기록한 평균 횟수는 4.1시즌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150이닝 미만을 기록한 평균 횟수는 2.1시즌으로 나타났다. 장원준이 8시즌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송승준이 6시즌, 윤성환과 장원삼, 류현진이 5시즌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13, 14시즌을 포함하면 총 7시즌 150이닝 이상을 소화해냈으며, 이 가운데 190이닝 이상(200이닝 1차례포함)을 달성한 유일한 투수이기도 하다. 연속 150이닝 투구로 눈을 돌리면 이 역시 장원준이 1위로 8년 연속을 기록했다(12, 13시즌 경찰청 복무 제외). 2위는 송승준이 기록한 6시즌 연속 150이닝+로, 병역으로 공백이 있었던 장원준을 예외로 하면 최근 10년 간 가장 긴 연속 150이닝 시즌을 소화한 선발투수에 해당한다. 4시즌 연속 150이닝을 기록한 윤성환, 김선우, 류현진이 그 뒤를 이었다.

불펜투수 역시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50이닝이상을 기록한 평균 횟수가 4.6시즌으로 나타났고, 50이닝미만에 그친 횟수가 2.1시즌으로 집계 되었다. 안지만(전 삼성)이 9시즌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정재훈이 8차례 50이닝 이상 투구하며 2위를 기록했다. 손승락이 7시즌, 송신영(전 한화)과 정우람이 6시즌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오승환의 경우 KBO리그에 한정하면 5차례 50이닝을 넘겼으며, 일본과 미국에서의 활약까지 더하면 8시즌 50이닝+를 기록했다. 또한 2011년 이후 6년연속 50이닝을 넘기고 있고 올시즌도 50이닝을 넘겨 연속 기록을 7로 늘렸다. KBO리그에서 최다 연속 50이닝 기록은 안지만의 9시즌, 2위는 손승락의 7시즌이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투수들이 팔꿈치와 어깨 등 투구에 핵심이 되는 부분에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불펜 투수 가운데 10시즌 중 최소 4시즌 연속으로 50이닝 이상 채운 투수는 11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숫자에 그쳤다.

수술 없이 4시즌 연속 50이닝 달성 불펜 투수(11명)

오승환(11~16), 정우람(08~11),정재훈(07~11), 안지만(07~11), 임창민(13~16), 손승락(10~16), 손영민(07~12), 송신영(07~11), 정현욱(08~12), 이동현(12~15), 임정우(13~16)

물론 위의 11명 중에서도 이 기간 이후 수술을 받은 투수들이 있다. 정재훈은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두차례 받았고, 안지만 역시 12시즌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또한 임정우는 16시즌 이후 어깨 통증으로 긴 재활기간을 거쳐야 했고, 팔꿈치나 어깨는 아니지만 정현욱의 경우 위암 투병으로 공백을 갖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등판 간격이 보장되어 있는 선발 투수들 역시 수술 및 재활 없이 마운드를 지킨 투수는 전무하다. 2007~2016 시즌 동안 150이닝을 최소 2차례 이상 기록하면서 동시에 수술을 받지 않은 선수는 7명으로 나타났다. 불펜 투수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4~5일 간격으로 등판을 준비하면서 관리 받는 선발의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수술 없이 3시즌 연속 150이닝 달성 선발투수(7명)

양현종(14~16), 윤성환(13~16),유희관(14~16), 장원준(07~16, 12, 13시즌군 복무), 김선우(09~12), 송승준(08~13), 류현진(07~11, 12~14 두차례 기록)

이 7명 가운데에서도 류현진과 송승준이 결국 수술을 피해가지 못했다. 양현종과 윤성환은 이 기록을 세우기 이전에 어깨 통증으로 선발진에 합류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사실상 장원준과 유희관, 두산의 토종 원투펀치가 현역 투수 가운데 아프지 않고 이닝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셈인데, 이 마저도 유희관은 최근 구위 저하로 인해 몸상태에 이상이 온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있다.

혹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과거의 야구와 달리, 선발-셋업맨-마무리로 이어지는 마운드 분업화 체계는 특정 투수에게 쏠리던 막중한 부담을 덜어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7~16시즌 기간 활약한 투수들 가운데 '건강하고 꾸준하게' 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을 합쳐 10명 안팎이라는 것은분업화가 투수들의 건강을 보장하지 않음을 뜻한다. 소속팀 투수들이 기록한 연간 이닝 소화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부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부상이 발생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게 할 기본적인 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타자들의 기술적 발전으로 타고투저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나아가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인적자원이 감소하는 만큼 유망한 신인투수들을 발굴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결국 앞으로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두터운 투수력을 갖춘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데,새로운 자원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전력에서 이탈한 투수들의 공백 기간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점의 순간에서 부상을 당해 재활을 거친 투수들 중, 다시 돌아와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투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젊은 투수 한 명을 발굴하기도 어렵고 발굴하더라도 전력감으로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탈한 자원들이 빠르게 복귀할수 있는 재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결국 각 구단들이 현재의 재활 시스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의학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함으로써 발전된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머니볼'을 주창한 빌리빈이 "다음 시대는 '메디슨 볼'이 될 것"이라 언급한 대목은 KBO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조정훈의 감동적인 복귀는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되도록 그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그리고 리그의 미래에도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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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한달수기자
장원준 조정훈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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