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미 특별전

배우 김지미 특별전. 작품명 '미상'의 포스터.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한국영상자료원


지난 7월 8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배우 김지미가 출연한 영화 <토지>를 봤습니다. 그녀가 배우로 데뷔한 지가 올해가 60주년인데, 그것을 기념해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700여 편에 출연했다는데 그 가운데 20편을 추려 상영해줘서 나에게는 퍽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가슴 속에 잊히지 않는 연예인이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 배우 김지미는 아주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1940년생이니 그녀의 나이는 올해 만 77살로 60년 전인 17살 때 <황혼열차>라는 작품으로 영화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내가 그 배우를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인 1967년 시골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큰누나를 따라서 동네에 있는 극장에 갔습니다. 아마 그 영화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고 오직 하나 스크린에 비친 여배우가 너무도 예뻐서 그 어린 나이에 두 눈이 뚫어지라 쳐다봤던 것만이 생각납니다.

나보다 7살 위인 큰누나는 나에게 그 배우의 이름이 '김지미'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제목도 다 잊어버렸고 다만 그 배우가 다리를 다쳐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면이 있어서 나중에 찾아봤더니 바로 그 유명한 영화 <흙>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9살이었던 나는 그 배우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저렇게도 예쁜 여자가 있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습니다. 어린 나에게 그녀는 사람이 아니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로 보였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내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주었습니다.

60주년 특별전, 50년 만에 만날 기회

데뷔 60주년 김지미, 전성기의 그녀 배우 김지미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 씨의 전성기였던 1975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탔을 때 모습.

▲ 데뷔 60주년 김지미, 전성기의 그녀 배우 김지미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 씨의 전성기였던 1975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탔을 때 모습. ⓒ 연합뉴스


그런 추억이 있는 나에게 이번 60주년 기념 특별전은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니 그녀가 직접 영화관에 들러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시간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7월 8일이었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녀를 9살 때 처음 시골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봤는데 자그마치 50년 만에 직접 내 두 눈으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꿈만 같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드디어 영화 <토지>가 끝나고 무대 위에 그녀가 그 영화를 만든 김수용 감독과 함께 올라왔습니다.

1967년에 그녀의 나이 만 27살이고, 50년이 지난 지금 만 77살입니다. 27살 때의 그녀는 시골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봤지만, 77살 때의 그녀는 스크린이 아니고 바로 앞에서 직접 본 것입니다. 비록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했습니다.

한 영화평론가의 진행에 따라 감독과 배우가 그 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끝난 다음에 관객들을 향해서 질문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습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하지만 진행자가 다른 사람을 먼저 지명하는 바람에 절호의 첫 번째 기회는 놓쳤지만 두 번째로 발언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발언입니다. 그녀를 직접 보는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얼마나 흥분되고 긴장했던지 목소리가 마구 떨렸습니다. 9살 때 극장에서 처음 보고 선녀라고 하면서 반해버린 그 배우를 쳐다보면서 말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기적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마이크를 잡고 나는 먼저 9살 때의 첫 인연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도 주위에 앉아 있는 관객들도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배우에게 깊이 빠졌다는 말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나는 다른 것보다도 나의 그 고백에 그녀가 호기심을 갖고 빤히 나를 쳐다봐줘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궁금했던 질문 두 가지

데뷔 60주년 특별전 여는 배우 김지미 배우 김지미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뷔 60주년 특별전 여는 배우 김지미 배우 김지미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금 마음이 진정되자 차분하게 두 가지를 그녀에게 질문했습니다. 하나는 영화 인생 60주년이지만 배우로서 영화에 마지막 출연한 것이 1992년에 나온 <명자 아끼코 쏘냐>이니 사실상 35주년이 아닌가 하면서 그 이후에 어떻게 생활했는지 궁금하다고 했고, 또 하나는 이번 특별전을 홍보하는 이미지 사진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전시한 것을 훑어보니 '작품명 미상'으로 되어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물론 수백 편의 작품에 출연했으니 모를 수도 있겠지만, 배우 김지미와 관련된 영화인이 많으므로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출처를 알 수 있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홍보지에 쓰인 사진은 젊었을 적 얼굴인데, 뒤에서 한 중년 남자가 그녀를 위협하고 있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영상자료원 직원에게 먼저 물어봤지만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먼저 듣고 그녀에게 질문한 것입니다. 드디어 그녀가 나의 질문에 답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50년 전에 스크린을 통해 열심히 봤던 것처럼 말 한마디라도 혹시 놓칠세라 얼굴을 바라보며 잘 들었습니다.

고맙게도 그녀는 매우 성실하게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내가 잘 지적한 것처럼 배우 생활은 35년간 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는 영화 관련 일을 계속 해왔고 또 결혼도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홍보지에 쓰인 사진은 자신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또 영화는 아니더라도 여러 홍보물에 쓰느냐고 찍은 것도 하도 많아서 다 기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꿈만 같은 그녀와 만남이 50년 만에 기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뜻하지 않게 그녀와 질의 응답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사진의 출처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므로 다 같이 관심을 두고 힘을 보탠다면 분명히 출처가 밝혀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작품명 미상' 대신 정확한 제목이 그 자리에 적혀졌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