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신태용 감독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계획을 말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신태용 감독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계획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몇 년간 선수 선발 과정에서 유독 잡음이 많았다. 대부분 부임 초기에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뛰는 선수를 중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은근슬쩍 자신이 정한 원칙 스스로 깨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나 주전 경쟁과는 상관없이 감독 개인의 '코드'에 맞는 선수들만을 중용하는가 하면, 국내파와 해외파를 차별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무리한 포지션 파괴로 선수들을 자신의 축구에 억지로 끼워맞추려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이고, 조광래·최강희·홍명보 등 국내파 감독들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표팀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자연스럽게 선수와 전술도 바뀐다. 신태용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확정되면서 한국축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슈틸리케호에서 코치를 역임한 경험도 있는 데다 자신만의 축구 색깔로 뚜렷한 신 감독이 등장하면서 대표팀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나는 슈틸리케와 다르다"라는 신태용

신태용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한 질문에 신 감독은 "전임 감독과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전 감독이 기용했던 선수들을 모두 쓸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어 신 감독은 "해외파라고 무조건 뽑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경기에 뛰지 못해도 신태용 축구에 맞으면 뽑을 것"이라면서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하다는 걸 강조했다.

전임 슈틸리케나 홍명보 감독은 모두 초기에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중용하는 선수를 기용하겠다" "국내파-해외파를 구분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못하는 선수는 뽑기 어렵다" 같은 원칙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대표팀은 미묘한 시기에 놓여있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한국축구의 월드컵 본선행 운명이 걸린 단두대 매치를 잇달아 치러야 한다. 대표팀은 현재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본선직행이 가능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란(8월 31일)-우즈베크(9월 5일)과의 마지막 2연전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란에 최근 A매치 4연패를 당했으며, 한국과 조 2위 경쟁을 펼치고 잇는 우즈베크와의 최종전은 심지어 원정경기다.

손흥민-기성용의 부상... 대안은 K리거

신태용호 1기 명단은 8월 21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단 소집 이후 마땅한 평가전 없이 난적 이란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대표팀 조기 소집도 쉽지 않다. K리그나 유럽 구단들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선수단에 당장 큰 폭의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 멤버들을 위주로 팀을 꾸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팀의 양대축이라고 할만한 손흥민과 기성용이 부상으로 인해 이란-우즈베크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최상의 전력을 꾸려도 시원치 않을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차'와 '포'를 떼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구자철도 아직은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밖에도 다수의 해외파들은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경기력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 일부 포지션에 있어서는 과감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안은 K리거에게 쏠린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 소속팀에서의 활약에도 중용받지 못했던 국내파와 베테랑 선수들의 활용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현재의 기량으로 보면 이명주(FC서울)나 염기훈(수원 삼성) 등은 대표팀 복귀가 거론되는 유력한 후보다. 두 선수는 슈틸리케 감독 재임 시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꾸준히 중용되지는 못했다. 날카로운 패싱과 경기조율 능력에 강점이 있는 두 선수는 국제무대 경험도 풍부한 데다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기성용·손흥민 포지션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꾸준하다.

공격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정협(부산), 지동원(아우크스), 김신욱(전북) 등 슈틸리케 감독이 중용했던 공격수들의 활약은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예선 이후 한국 최전방 공격수가 기록한 득점은 지난 카타르전에서 황희찬(잘츠부르크)이 기록한 한 골이 유일하다.

K리그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 양동현(포항)은 신태용호에 이름을 올릴만한 강력한 후보다. 양동현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8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리며 자일(전남)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이고 개방적인 축구철학도 K리거들의 발탁을 기대하게 한다. 신 감독 본인도 현역 시절 K리그의 레전드로 꼽혔지만 정작 대표팀이나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아픔이 있다. 실력이 있어도 차별받는 비주류 K리거들의 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승우 조기발탁? 글쎄...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신태용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신태용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신태용 감독이 직접 지도한 경험이 있는 연령대별 대표팀 출신 선수들의 기용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신감독은 20세~23세 이하 대표팀을 두루 지도하며 리우올림픽 8강, 청소년월드컵 16강 등의 성적을 냈다.

월드컵 본선행에 가려졌지만 어쩌면 대표팀에 더 시급한 화두가 바로 세대 불균형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이 2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막내급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기성용·이청용·구자철 등 '런던 올림픽 세대'가 어느덧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젊은 선수들의 발굴은 피할수 없는 숙제가 됐다.

어느덧 스무살을 바라보는 이승우(바르셀로나)의 대표팀 조기발탁 여부는 슈틸리케호 시절부터 팬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승우가 최근 바르셀로나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데다 몇 년간 꾸준한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해 A대표팀 승선론에 대한 목소리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시기적으로도 빅매치를 잇달아 앞두고 있는 신태용호가 당장 이승우 같은 유망주를 발탁하는 건 무리다.

소속팀에서 대부분 유망주 신세를 벗어나지못하고 있는 20세 이하 멤버보다는 이미 성인무대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리우 올림픽' 멤버들이 더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이나 권창훈(디종), 이창민(제주)은 이미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경험이 있다. 특히 황희찬은 최근 오스트리아 1부리그를 통해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신태용호에서도 더욱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A팀 경력이 아직 없는 멤버 중에서는 문창진(강원), 이슬찬(전남), 이찬동(제주), 박용우(울산), 정승현(울산) 등을 주목할만하다.

가장 고민거리는 역시 수비진 조합이다. 몇 안되는 30대 베테랑 곽태휘는 노쇠했고, 김기희(상하이 선화)·김영권(광저우 헝다)·홍정호(장쑤 쑤닝) 등 대표팀의 주력을 이루던 중앙수비수들 다수가 중국 진출 이후 기량 하락 논란에 시달리며 최상의 조합을 꾸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좌우 풀백도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했으나 아직도 확실한 주전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태용 감독은 과거에도 화끈한 공격축구에 비해 수비 조직력을 꾸리는 데는 서투르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앞으로의 경기가 월드컵 진출이 걸린 한 골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안정적인 수비진 조합을 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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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신태용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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