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국가대표' 문성민과 김연경 선수

'한국 배구 국가대표' 문성민과 김연경 선수 ⓒ 박진철


한국 배구의 최대 과제는 단연 2020년 도쿄 올림픽 남·여 동반 출전이다.

남자배구는 도쿄 올림픽마저 출전하지 못한다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년이 넘도록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다. 여자배구는 세계 최고 공격수인 김연경(30세·192cm)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다면, 겨울 스포츠의 꽃인 V리그 흥행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배구가 올림픽으로 가는 길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부여 방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번이라도 더 올림픽 티켓 도전 기회를 갖기 위해 세계랭킹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지난 5월 4일 발표한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 부여 방식 개편 잠정안'(아래 개편안)과 현재 추가로 논의 중인 사안 등과 관련해, 엄한주 FIVB 경기위원회 위원에게 직접 자문을 구해 상세히 알아봤다.

이번 개편안은 FIVB 경기위원회가 기초하고 토론을 거쳐 이사회를 통해 잠정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엄 위원은 개편안 결정 과정에 참가한 당사자이다.

엄 위원은 "이번 개편안은 잠정안이고, 최종 확정은 올림픽 규정에 따라 2018년도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편안의 큰 틀은 그대로 결정될 것"이라며 "단계별로 세부적인 사항 2~3가지가 추가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올림픽 출전국, '4단계'에 걸쳐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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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FIVB 개편안에 따르면,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국가 확정은 남녀 모두 4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배구 종목의 올림픽 출전 팀은 남녀 각각 12개국이다.

1단계는 도쿄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에게 자동으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부여된다. 따라서 남녀 모두 올림픽 본선 티켓 12개 중 1장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2단계는 '올림픽 세계예선전'이다. 영문 명칭은 'World Olympic Qualification tournament'다.

이 대회에서 3개국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부여된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는 나라는 12개국이다. 올림픽 세계예선전 주최국(1개국), 2018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국(1개국), 5개 대륙(유럽·북중미·남미·아프리카·아시아)별로 세계랭킹 기준 상위 2개 국가(10개국)가 출전 자격을 얻는다. 12개 팀이 3개조로 나뉘어서 각 조 1위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한다.

단, 일본은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이미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 국가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논의 중이어서 변경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5개 대륙별 출전권 부여 방식이다. 1안은 개편안대로 5개 대륙별로 세계랭킹 상위 2개팀(총 10개국)에 출전권을 부여한다. 2안은 5개 대륙별로 세계랭킹 상위 1개국에만 출전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5개국은 대륙별이 아닌 전체 세계랭킹 기준으로 상위 5개국에 출전권을 부여한다. 2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에 더 불리하다. 이 부분은 2018년도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3단계는 '올림픽 국제예선전'이다. 영문 명칭은 'International Olympic Qualification tournament'다.

이 대회에서도 상위 3개국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부여된다. 이 대회도 12개 국가가 참가하는데, 오로지 세계랭킹만을 기준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 또한,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된 일본과 올림픽 세계예선전 3개국은 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4개국을 제외하고 세계랭킹 기준으로 상위 12개 국가가 출전한다. 현재 일본의 남자배구가 세계랭킹 14위, 여자배구가 6위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전체 세계랭킹 16위 국가까지 올림픽 국제예선전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

올림픽 국제예선전은 일본에서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2~3장)을 부여해 왔던 것을 폐지하고, 그 대신 신설한 것이다.

4단계는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이다.

5개 대륙이 각각 치르는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의 우승 팀(5개국)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한다. 여기에도 앞서 본선 진출을 확정한 7개 국가(일본, 올림픽 세계예선전 3개국, 올림픽 국제예선전 3개국)는 출전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도쿄 올림픽 출전국 12개 팀이 모두 확정된다.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국제예선전, 대륙별 예선전은 모두 2019년도에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유럽, 북중미, 남미, 아프리카 4개 대륙은 올림픽 직전에 대륙별 올림픽 예선전을 먼저 실시해서 우승 팀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고, 2~3위 팀에는 올림픽 세계예선전 출전권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시아 대륙만 올림픽 예선전을 별도로 치르지 않고, 곧바로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포함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야 했다. 그만큼 아시아 국가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 올림픽은 아시아도 다른 대륙과 똑같이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전'을 실시해 우승 팀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기로 바꾼 것이다.

아시아선수권에 올림픽 티켓 부여, 가능성 '적다'

현재 일부 대륙 연맹은 별도의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을 열지 말고, 유럽선수권·아시아선수권 등 기존 대륙별 선수권 대회 우승 팀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대회를 2개나 치르면, 선수들이 힘들고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2018년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FIVB의 반대 등 여러 면에서 개편안대로 별도의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올림픽 세계예선전보다 먼저 개최하고, 아시아선수권 우승 팀에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경우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아시아배구연맹(AVC)이 최근 2019년 아시아선수권부터 직전 대회 즉 2017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의 순위에 따라 조 편성이 미리 확정되도록 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7 아시아선수권 1~4위는 2019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A조가 되고, 5~8위는 B조, 9~12위는 C조, 13~16위는 D조로 자동 확정된다. 그리고 각 조별로 풀리그로 경기를 펼쳐 순위를 결정한 다음, 1위-16위, 2위-15위, 3위-14위, 4위-13위, 5위-12위, 6위-11위, 7위-10위, 8위-9위가 16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따라서 7~8월에 열리는 2017 아시아선수권에서 4강에 들어가야 2019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16강~8강에서 쉬운 상대를 만나기 때문에 유리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남녀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에도 국가대표 1진을 선발한 상태다.

너무도 중요해진 '세계랭킹'

개편안에 따라 한국 배구가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단연 세계랭킹 관리이다. 세계랭킹은 최근 4개 국제대회, 즉 올림픽(Olympic), 세계선수권(World Championship), 월드컵(World Cup), 월드리그(World League·남) 및 월드그랑프리(World Grand Prix·여) 대회에서 획득한 랭킹 점수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긴다.

또한, 2019년도에 열릴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2019년 1월 세계랭킹이 기준으로 적용된다.

여기에는 2018년 세계선수권과 월드리그·월드그랑프리에서 획득한 랭킹 점수가 반영된다. 때문에 두 대회가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출전해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반면, 2016년 리우 올림픽 순위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2015년 월드컵 순위는 2019년 월드컵 대회까지 유지된다.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의 올림픽과 월드컵 랭킹 점수는 그대로 2019년 1월 세계랭킹에 반영된다.

다만, 일부 대회의 경우 랭킹 점수 배점 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현재 FIVB 내에서 월드컵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보다 급이 낮기 때문에 똑같이 최고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점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2위-전체 16위'까지, 올림픽 예선전 출전 자격

FIVB가 2016년 8월 22일자로 발표한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남자배구의 경우 이란이 7위(랭킹점수 163점), 일본 14위(66점), 호주 15위(65점), 중국 20위(50점), 한국 22위(41점), 대만 33위(18점), 카자흐스탄과 카타르 공동 36위(16점) 순이다.

여자배구는 중국이 1위(328점), 일본 6위(178점), 한국 10위(100점), 태국 14위(68점), 카자흐스탄 21위(42점), 호주 43위(11점), 베트남 44위(10점) 순이다.

한국 남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하려면 세계랭킹 순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 상위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따라서 호주와 중국보다 앞서야 한다. 또한, 올림픽 국제예선전에 출전하려면 세계랭킹이 전체 16위까지 진입해야 한다.

현재 세계랭킹 15위인 호주와 한국의 랭킹 점수 차이는 24점이다. 이는 2018년 세계선수권과 월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충분히 추월할 수 있는 격차다.

남자배구가 2019년 1월 세계랭킹에서 '아시아 2위-전체 16위'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에 출전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길은 단 한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더 어렵다. 단 한 번의 기회에 그것도 우승을 해야 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또한 이란, 호주 등 강호들이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하고, 아시아 예선전까지 밀려올 가능성도 있다.

결국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세계랭킹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올림픽 티켓 도전의 기회가 생긴다.

남자배구 도쿄 운명, '세계선수권 티켓'에 달렸다

여러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남자배구는 올해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서 2018년 세계선수권 대회(이탈리아·불가리아 공동 개최) 출전권을 반드시 따내야 한다. 사실상 도쿄 올림픽 출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남자배구가 포함된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은 오는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이란에서 열린다. 이란, 중국, 대한민국, 카타르, 카자흐스탄 5개국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러 2위까지 2018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다.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이란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장신의 중국 중 한 팀을 반드시 제쳐야만 한다.

한국 남자배구가 2018년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내지 못한다면, 2014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획득했던 랭킹 점수 30점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에 따라 세계랭킹이 더 크게 추락하고, 2019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반대로 한국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하고 중국이 탈락한다면, 한국은 곧바로 세계랭킹에서 중국을 추월한다. 여세를 몰아 2018년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추가로 세계랭킹이 상승해 호주까지 역전하거나 세계랭킹 16위권 진입 가능성도 생긴다. 그럴 경우 남자배구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세계선수권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선수권은 배구 국제대회 중에서 세계랭킹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다. 랭킹 점수도 최고인 데다, 출전과 비출전, 본선 순위에 따라 랭킹 점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여자배구, 세선 티켓 따면 '올림픽 예선전' 조기 확정 가능

여자배구는 현재의 세계랭킹 순위(10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남자배구에 비해 '아시아 2위-전체 16위' 진입이 한결 여유로운 상황이다. 그러나 FIVB의 개편안과 추가 개정으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세계랭킹 점수를 쌓아 두어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는 리우 올림픽 8강 진출로 50점의 랭킹 점수를 받았고, 2015년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 40점의 랭킹 점수를 획득한 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두 대회에서 얻은 랭킹 점수 90점은 2019년까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FIVB에서 월드컵 대회의 랭킹 점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또한, 여자배구는 2018년 세계선수권과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출전만 해도 랭킹 점수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남자배구와 달리 2014년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세계선수권 랭킹 점수는 2014년 세계선수권 예선전에서 얻은 10점밖에 되지 않는다. 월드그랑프리 랭킹 점수는 0점인 상태다.

따라서 여자배구는 2018년 세계선수권과 월드그랑프리 대회의 출전권만 획득해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권을 조기에 확정지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여자배구가 포함된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은 오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태국에서 열린다. 태국, 대한민국, 북한, 베트남, 이란 5개국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러 2위까지 2018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한다.

한국 배구 '위기이자 기회'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한다면, 좋은 기회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의 대회 일정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18회 아시안게임은 2018년 8월 18일 시작해 9월 2일 끝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남자배구는 2018년 9월 10일, 여자배구는 9월 30일 시작된다. 일정상 두 대회 모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대회 일정이 겹칠 경우, 아시안게임에 비중을 두는 경향이 강했다. 배구 국제경쟁력 향상은 외면하고, 군 병역 면제나 눈앞의 흥행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소용 없는 일이다. 또한, 아무리 험난해도 미리 치밀하게 대비하면 넘지 못할 산도 없다.

도쿄 올림픽은 한국 배구가 남녀 동반 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도약과 침체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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