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2016-17 시즌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이 4일 오전 3시 45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내셔널 스타디움 오브 웨일스'에서 열린다. 디펜딩챔피언이자 UCL에서만 무려 12번째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세리에A 6연패에 성공한 유벤투스가 유럽 축구 최정상의 자리를 놓고 운명의 맞대결에 나선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11회)에 빛나는 명문구단이다. 레알은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라 운데시마'를 달성한바 있다. 내친 김에 올시즌에는 UCL 사상 첫 대회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넘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시절에는 종종 연속 우승팀도 나왔다. 최다 연속 우승 기록도 레알이 기록한 5연패(1956-60)였다. 하지만 1992년 지금의 UCL이라는 이름으로 개편되고 대회의 수준과 규모가 크게 향상된 90년대 이후로는 연속 우승팀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UCL 체제로만 국한해도 역시 레알이 5회로 최다 우승팀이다.

레알은 올해까지 무려 7년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간은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만큼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레알이 2연패를 차지한다면 AC 밀란(1989-90) 이후 27년만의 대기록이 된다. 레알은 이미 자국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라이벌 FC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5년만에 우승컵을 탈환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어서 내친김에 '더블'까지 노리고 있다.

유벤투스는 자타공인 세리에 A 최강팀(최다우승 33회)이다.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유벤투스는 2011/12시즌 이후 세리에 A 절대강자의 위상을 놓치지 않으며 UCL 무대에서도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6연패는 세리에 A 최다 연속우승 신기록이며, 현존하는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 2002-2008)의 7연패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장기집권 기록이다.

리그에 이어 코파 이탈리아(FA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더블을 확보한 유벤투스는, 내친김에 UCL마저 정상에 오를 경우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유벤투스는 2년 전인 2014-15시즌에서도 결승에 올라 트레블에 도전했으나 또다른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달성에 제물이 되며 분루를 흘린 바 있다.

유벤투스는 그동안 자국리그에서의 명성에 비하며 UCL에서는 상대적으로 운이 따르지않는 편이었다. 두 차례(1985.1996) 정상에 올랐지만 마지막 우승이 무려 21년전이다. 특히 준우승만 대회 최다인 무려 6번으로 UCL의 대표적인 '콩라인'이기도 하다. 묘하게도 이번 결승에서 '대회 최다우승팀'인 레알과 만나게 된 유벤투스로서는 우승 탈환의 갈증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호날두와 부폰, 주포와 수문장의 대결

양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로는 역시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을 꼽을수 있다. 각각 소속팀의 주포와 수문장으로 두 선수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서로를 뚫고 막기 위해 경합해야 하는 사이다.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지난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 EPA/ 연합뉴스


호날두는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만 통산 103골(139경기)로 경기당 평균 0.74골의 높은 결정력을 자랑한다. 호날두는 올 시즌 기량이 다소 쇠퇴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올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라이벌 리오넬 메시(11골)에 이어 10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어서 5년 연속 득점왕 등극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두고 이다.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8강전과 아틀레티코와의 4강전에서 잇달아 헤트트릭을 작렬하는 등 큰 경기에서 더욱 강해지는 면모도 돋보인다.

호날두는 30대를 넘기면서 기량은 전성기를 조금씩 지나고 있지만 오히려 우승복은 터진 모습이다. 스페인 진출 이후 라이벌 메시에 비하여 항상 다소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최근 4년 사이에서 라 리가-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각 두 번씩 달성하며 바르셀로나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조국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유로 2016에서도 정상에 올라 '메시에게는 없는' 국가대항전 우승트로피까지 거머쥐게 됐다. 사상 첫 UCL 2연패까지 차지하게 된다면 호날두는 이미 위대한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역사를 추가하게 된다.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4강 경기에서, 독일에 패한 뒤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 슬퍼하고 있다.

2016년 7월 2일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4강 경기에서, 독일에 패한 뒤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 슬퍼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잔루이지 부폰은 자국 이탈리아에서 무수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월드컵(2006)에서도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빅이어'와는 인연이 없었다. 동시대에 최고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던 이케르 카시야스, 페트르 체흐, 마누엘 노이어 등 수많은 라이벌에 비하여 유일하게 아쉬운 옥의 티도 여기에 있다.

부폰은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2002-2003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을 맛봤고, 14년 뒤 2014-2015 대회 결승에서는 바르셀로나에게 3골을 내주며 눈물을 흘렸다. 1995년 첫 프로 데뷔 이후 22년이 넘도록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부폰도 올해로 벌써 39살이다.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현역 생활에서 이번 결승전은 어쩌면 빅이어를 들어올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우승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주전출장이 확실한 부폰은 유벤투스가 우승할 경우 AC밀란의 파올로 말디니(38세 331일)를 제치고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네딘 지단과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두 명장의 지략대결도 흥미롭다. 레알 갈락티코 1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지단은 지난 시즌 중반 친정 레알의 지휘봉을 물려받은뒤 단숨에 챔피언스리그와 라 리가를 잇달아 우승하며 감독으로서도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만일 프로 데뷔와 동시에 UCL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다면 지단 감독은 스타 출신 지도자의 성공사례로 등극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지단은 이탈리아와 유독 인연이 많은데, 유벤투스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활약한 지단의 친정팀이기도 하다. 지단은 현역 시절 마지막 대회였던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부폰을 비롯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탈리아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알레그리 감독은 현재 유럽축구에서 떠오르는 수비 전술가다. 유벤투스나 이탈리아 축구가 원래도 강력한 수비력이 돋보이는 팀이었지만 올시즌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전술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그 어느때보다 탄탄한 방패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레알 못지 않게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8강에서 만나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묶어낸 것은 올해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행보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지단과는 달리 현역 시절에는 선수로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던 알레그리 감독은 유벤투스에서 트레빌을 눈앞에 두며 지도자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객관적인 전력은 역시 2연패를 노리는 레알이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하지만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단판 승부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만큼 전력이 앞서는 팀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양팀의 상대 전적도 공교롭게 8승 2무 8패로 팽팽한 호각세다.

레알이 스페인 특유의 화려한 공격축구를 대표한다면,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특유의 끈끈한 수비와 역습에 강점을 지닌 팀으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상이한 팀컬러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레알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기까지 12경기에서 32골로 대회 최다득점 팀이라면 유벤투스는 반대로 실점이 단 3골에 불과하다. 결승전에서의 우승 확률은 레알(78.6% 11/14)이 유벤투스(25% 2/8)에 월등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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