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유독 남미팀에게 약하다. 역대 월드컵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남미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기적을 일궈낸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남미팀을 만나지 않았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동메달 신화를 써냈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브라질에 가로막히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동국과 김은중, 설기현 등이 중심이던 1999 U-20 월드컵, 박주영과 백지훈이 출전했던 2005 U-20 월드컵, 기성용과 이청용이 나섰던 2007 U-20 월드컵 역시 우루과이와 브라질을 넘지 못하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15 U-17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브라질을 격파하는 기쁨을 맛봤고, 열흘도 채 남지 않은 2017 U-20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사냥에 나선다. 뛰어난 개인 능력을 앞세운 남미팀은 여전히 어려운 상대지만, 우리는 조금씩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나라 U-20 대표팀이 남미 예선 1위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남미 선수 특유의 번뜩임에 매번 당했던 우리나라가 이승우와 강지훈을 앞세워 남미 최고의 팀을 무너뜨렸다. 한 박자 빠른 패스와 예리한 침투를 선보인 이승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을 들썩이게 만든 강지훈의 오버헤드킥은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이승우의 '번뜩임'에 가려진 U-20 대표팀의 문제점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질주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오후 8시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맞대결은 친선 경기일 뿐이다. 2-0 승리의 기쁨은 본선에서 맞붙을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자신감을 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특히, 남미 예선 1위 팀을 꺾었다는 자신감이 자만으로 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결과는 완승이었지만, 내용에는 아쉬움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스리백을 시험했다. 뇌진탕 사고의 아픔을 이겨낸 장신 수비수 정태욱과 이상민, 김승우가 호흡을 맞췄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선 스리백이었기 때문일까. 수비는 경기 내내 불안했다. 수비와 중원 사이의 간격이 자주 벌어졌고, 잦은 패스 실수로 역습과 슈팅을 내주는 모습이 잦았다.

우리나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돌아 뛰는 선수도 여러 차례 놓쳤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상대 장신 공격수에게 잇달아 헤딩슛을 허용했다. 후방에서 넘어오는 침투 패스, 튀어 오른 볼을 처리하는 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을 떠올리게도 했다.

U-20 대표팀에게 생소했던 스리백이었지만, 전술의 깊이와 본선에서의 수비 안정을 위해서는 개선이 시급하다. 수비와 미드필드진의 적절한 간격 유지, 압박으로 인한 패스 시도 차단, 뒷공간을 파고드는 선수에 대한 대응,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침착함이 요구된다. 이날은 다행히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우와 강지훈의 '번뜩임'과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영욱의 '성실함'이 빛났던 공격진 역시 아쉬움이 있었다. 먼저, 스리백 전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 측면 윙백의 활약이 아쉬웠다. 선발로 나선 이유현과 윤종규는 공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으로 나아가는 타이밍도 아쉬웠고, 크로스의 정확도와 연계 플레이도 부족했다.

윙백의 공격 가담이 저조하다 보니 조영욱의 뒷공간 침투와 이승우에 의존하는 모습이 잦았다. 우측면 공격을 담당한 백승호는 코너킥 상황을 제외하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측면에서의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하고, 그로 인한 이승우와 백승호의 중앙 침투도 늘어나야 한다. 스리백이 아닌 포백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를 끌어낼 수 있는 중거리 슈팅도 더 필요하다. 이날 우리나라는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자리를 잡은 우루과이 수비진을 뚫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앞서 말한 측면과 일부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아쉽기는 했지만, 중거리 슈팅 시도가 적은 것도 문제였다.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임에도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나오지 않다 보니, 우루과이는 페널티박스 부근 수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친선 경기는 본선에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점검하는 과정이다. 남미 예선 1위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남은 시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하고, 우리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우루과이전 승리가 아닌 아르헨티나전 승점 3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20 월드컵 이승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