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첫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의 어린 축구 친구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고 남아메리카의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했다. 그 결실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그림같은 쐐기골로 새겨졌다.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 강지훈 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제 U-20 월드컵 개막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조짐이 느껴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1일 오후 8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 U-20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기분 좋게 이겨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절호의 기회 놓치지 않은 에이스 '이승우'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질주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이승우가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이 평가전 하루 전부터 쓰리 백 수비 시스템을 준비시켜 시험 가동했다. '이상민-김승우-정태욱'이 그 자리에 섰다. 이 조합으로 훈련한 것이 하루밖에 안 되었기에 공간 배분이나 커버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실점 없이 평가전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상대 팀인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를 위해 남아메리카 U-20 선수권대회를 예선삼아 치르면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한 우승 후보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제시한 쓰리 백 시스템은 그 성과를 어느 정도 올렸다고 봐야 한다.

 11일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초청 U-20 월드컵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신태용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11일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초청 U-20 월드컵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신태용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 명의 수비수 앞에 네 명의 미드필더를 두고 그 앞에는 쓰리 톱을 내세워 비교적 템포 빠른 역습 전술을 사용했다. 아시아 무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세계 톱 클래스의 팀들과 경쟁해야 하는 월드컵이기에 우선 수비 라인이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주지시킨 것이다.

그 결과 전반전 38분에 번뜩이는 패턴 플레이를 펼치며 확실한 선취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미드필더 이유현이 밀어준 공을 이승우가 잡지도 않고 절묘한 힐 패스로 동료 골잡이 조영욱을 빛낸 것이다. 여기서 조영욱은 침착한 슛으로 우루과이 골문을 직접 위협했고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쳐낸 공을 뒤따르던 이승우가 몸을 내던지며 다이빙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상대 수비 라인의 빈틈이 보일 때 얼마나 정확하고 과감하게 패스를 연결시키는가 하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명장면이었다. 완벽한 선취골을 터뜨린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에게 달려와 안기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자만했던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강지훈의 명품 가위차기 쐐기골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종료 후 생중계 케이블 스포츠채널 방송 팀과의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워하면서도 후반전에 드러난 자만심에 대해서는 분명히 혼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후반전 한국 선수들은 비록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흐름을 쉽게 넘겨주는 태도가 드러나기도 했던 것이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77분부터 쓰리 백 라인(이승무, 이정문 교체 투입)을 손대기 시작했고, 84분에는 선취골을 합작한 이승우와 조영욱을 빼고 강지훈과 하승운을 들여보냈다.

두 명의 공격수는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았지만 부지런히 공간을 찾아 뛰어다니며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다 흘러갈 때까지 과감한 공격 작업을 펼쳐나갔다. 그 덕분에 종료 직전에 믿기 힘든 쐐기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90+4분, 수비 지역에서 길게 넘겨준 역습 패스를 하승운이 재치있게 받아놓으면서 크로스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는 왼발로 그리 높지 않게 감아올렸다. 골문 정면에서 자리를 잡은 강지훈이 마치 이 크로스 궤적을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내던지며 아름다운 오른발 가위차기를 시도했다. 공은 그의 발등에 정확히 맞아 우루과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11일 오후 청주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축구대표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강지훈이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강지훈 자신도 이 멋진 동작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얼굴 가득 계속 웃음이 번져나갔다. 이 극장골의 기쁨은 벤치에 나와 있는 동료들을 모두 불러모을 정도로 큰 것이었다.

평가전임에도 불구하고 청주종합운동장을 찾아온 수많은 관중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승우와 강지훈의 시원하면서도 아름다운 득점 순간을 되새기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1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게 된다. 본선 A조에서 양보없는 순위 다툼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아르헨티나를 겨냥하여 우루과이를 만났다면 역시 A조에서 만나야 할 기니를 염두에 두고 세네갈을 상대하며 아프리카 선수들의 성향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기회다.

신태용호의 본선 첫 경기 기니와의 1차전은 오는 20일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대회 공식 개막전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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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FIFA U-20 월드컵 대비 평가전 결과(11일 오후 8시, 청주종합운동장)

★ 한국 2-0 우루과이 [득점 : 이승우(38분), 강지훈(90+4분,도움-하승운)]

◇ 한국 선수들
FW : 이승우(84분↔강지훈), 조영욱(84분↔하승운), 백승호
MF : 윤종규(46분↔우찬양), 한찬희(46분↔이진현), 이상헌(46분↔임민혁), 이유현
DF : 이상민, 김승우(77분↔이승모), 정태욱(77분↔이정문)
GK : 송범근
축구 U-20 월드컵 신태용 이승우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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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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