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열리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 지난 4월 16일 세월호 3주기 당시 청소년 만민공동회를 진행하던 모습. ⓒ 이희훈


"지금까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아이고 뭐, 이게(만민공동회 활동 등) 정치지'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살아갈 사회를 위해 목소리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미래라는 청년 정당 자문위원을 하고 있는데 말이 자문위원이지 돈 내고 있어요(웃음).

지금 40대 이하 국회의원이 세 명뿐입니다. 40 넘은 사람들은 세월호 사태에 책임이 다 있고, 이 사회 부조리에 책임이 다 있습니다. 청년들 장식품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되지요. 청년들이 제도권 정치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적어도 기득권들, 마흔 넘은 사람들이 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 팟캐스트 <맘마이스> 24회분에서 '제도권 정치 참여 여부'를 묻는 말에 대한 방송인 김제동의 답이다. 명확히 풀어보자면 '의회 정치 활동 의지'에 김제동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놀랐다

이날 방송에서 김용민 시사 평론가와 최욱, 정영진 등 진행자들은 김제동의 그간 선택과 활동에 집중해 질문했다. 헌법 조문을 줄줄 외우게 된 계기, 경상북도 성주군에 살다시피 하며 사드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 만민공동회 진행을 궁금해했다. 정치 참여 문제는 모든 질문이 끝나던 시점에 방송인 최욱이 덧붙인 내용이었다.

김제동의 발언에 사회자들도 다소 놀란 분위기였다. 막상 질문을 던진 최욱조차 "답을 이미 알고 있지만 짧게 하나 던지겠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을 정도다. 청년 정당 활동의 의미를 먼저 설명하며 김제동은 기성세대의 반성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제도권 정치 활동도 가리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사실 청년들을 이해한다는 그 얘기를 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사실 이해 못 합니다. 어떻게 이해하나요? 저도 (방송 끝나고) 나가면 매니저가 차 끌고 올 건데요. '아, 나도 그때 그거 해봤어, 나도 셋방 살아봤어' 아니요?! 그건 그때죠. 우린 이해 못 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해 제가 뭘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싼 똥은 우리가 치우고 가야죠. 그게 제도권 정치 활동이 됐든 사회자로서 마이크를 잡는 활동이든 이제 태연하게 앉아서 따질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다 다 죽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제가 마이크를 들고 무슨 얘길 해도 누가 웃을까요. 돌 던지죠. 어떤 것도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진짜 헌법 정신

이 발언에 앞서 김제동은 사회적 문제에 본인이 적극 투신하게 된 계기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그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그걸로 공격받고 비난당하니 굉장히 억울했고, 뭔가 토 달지 못하게 딱 떨어지는 말을 갈구했던 거 같다"며 "그게 헌법 조문이었다"고 말했다.

"헌법은 진짜 시집 같습니다. '누구든지', '모든 국민'은 이런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토 달기 어렵죠. 저녁 8시에 거기(성주군)에 딱 갔는데 할매, 할배 앉혀놓고 얘기하는데 진짜 열불 나는 겁니다. 촌에선 그분들 주무실 시간입니다. 그런 분들을 지키고 잠 잘 주무시게 하고 참외 잘 키우게 하는 게 헌법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외우기) 시작했어요. 국가의 주인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 우린 모두 헌법 세력이라는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게 답니다."

 16일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의 한 장면. 김제동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라기 보다는 현장에 모여준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서 울고 웃는 사람이었다.

<김제동의 톡투유>를 두고 김제동은 6일 <맘마이스>에서 "카메라의 방향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게 진짜 정권교체라고 본다"며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 JTBC


JTBC <톡 투 유>를 제외하고 김제동은 본인의 주요 생계였던 토크 콘서트 등 모든 연예 활동을 접고 현재까지 다수 집회 및 사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달렸던 만민공동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 땐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해당 행사를 진행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이런 활동에 여러 비난과 악성 댓글은 빠지지 않는 법. 이미 몇 언론을 통해 국정원 사찰 대상임이 보도됐고, 그때마다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제동은 "(그런 활동으로) 피해를 봤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하다. 사실 전 세계에서 이 정도로 사람들 모아놓고 마이크 들 사람 몇 없지 않나"라며 "유재석, 강호동도 바빠서 이런 데 못 온다. 나름 자부심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사람이기에 지치기도 하는 법. 진행자들은 댓글에 상처받거나 본인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지도 물었다.

"그 질문이 정확합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생각도 하죠. 근데 저도 모르게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의 결과물들 같습니다. 가끔 돌아보면 버거울 때도 이상할 때도 있죠. 근데 할매, 할배 분들 만나면 알겠지만 아주 개인적이고, 찰나의 순간 때문에 버티는 거 같아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이 제게 '제동씨가 얼마나 중한 사람인데 이렇게 바람을 맞고 있나'라고 하셨거든요. 이런 말들이 제겐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돼요. 현장에 가면 받거나 느끼는 게 많습니다."

투표는 유일한 평등권

아울러 김제동은 청년 정책의 부재, 특히 최저시급 문제 등을 언급하며 "왜 이런 공약 하나만 제대로 파는 후보는 없나?" 안타까워했다. 김제동은 "최저시급 1만 원 하나만 이뤄도 동반성장이 가능하고, 구조적 문제가 많이 해결된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조기 대선에 대해 김제동은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역대 최고 투표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제가 과연 투표를 독려할 자격이 있나, 사람들을 가르칠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지 이런 원론적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전하자면 누굴 지지하든 안 하든 반드시 정치인 뇌 속에 국민의 말을 문신처럼 새겨 넣게 해야 합니다. 개헌, 권한 구조 분산 등 (기성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국민들 의견은 완전 뒷전이에요. 의원내각제로 하면 좀 바뀔까요? 아니죠. 의원 뽑는 방식이 바뀌어야죠. 이런 모든 걸 이루기 위한 첫 출발이 이번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로 우리나라가 완전히 바뀔 거라 기대는 안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투표율이 낮으면 바뀌는 속도가 더뎌지는 게 아닌 완전 뒤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주인이니까 방 청소를 어떻게 할 건지, 누구를 시킬 건지 압도적 투표율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0% 투표율이 이뤄지면 여야를 막론하고 90%의 눈치를 볼 거고, 70%면 70%의 눈치를 볼 겁니다. 절반이면 딱 그 정도의 눈치만 볼 거고요.

떨어지더라도 많은 득표로 떨어지게, 붙더라도 많은 득표로 붙게 해야 합니다. 후보를 위해 팬클럽처럼 경쟁할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국민의 팬클럽처럼 경쟁하게 해야 해요.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평등권 아닌가요? 돈 많은 사람도 한 표, 힘없는 사람도 한 표! 이거 포기하면 앞으로 우리의 평등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유일한 평등권을 행사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 걸음을 떼어내야 합니다."


김제동 대선 만민공동회 팟캐스트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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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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