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 초 NC 네 번째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 초 NC 네 번째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10월 18일. 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바로 1월 29일 대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한 NC의 불펜 투수 원종현이 승리 기원 시구를 한 것이다. 여러 번의 항암 치료를 받은 끝에 8월 완치 판정을 받았고 투병하면서 떨어진 기초체력 보강을 위한 훈련을 하던 도중,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시구자로 나선 것이다.

마산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내심 원종현이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시원한 강속구를 꽂아 동료들에게 큰 힘을 불어 넣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원래 마른 체격에 투병 생활로 몸이 더욱 야윈 원종현은 여배우나 걸그룹 멤버가 던질 법한 소위 '아리랑볼 시구'를 선보였다. NC팬들은 병마를 이겨낸 원종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가 2014년 같은 위력적인 구위를 회복할 때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기도 했다.

원종현에게 청천벽력 같은 대장암 소식이 전해진 지 어느덧 2년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작년 5월이 끝나갈 무렵 1군에 복귀한 원종현은 복귀 첫 시즌에 시속 155km를 던졌던 2014년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리며 야구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그리고 2017년,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원종현은 단순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을 넘어 KBO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우뚝 섰다.

방출과 암수술 시련 이겨내고 건강하게 마운드 복귀

2014 시즌 전까진 야구팬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테스트를 받고 육성 선수로 NC에 입단한 경력 때문에 원종현을 시작부터 철저한 무명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원종현은 고교 시절 차우찬(LG 트윈스)과 함께 군산상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팀을 전국대회 4강까지 이끌었던 촉망 받았던 유망주 출신이다.

원종현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11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으로 LG에 지명됐다. 계약금도 1억1000만원이나 받았고 덕수정보고의 천재타자 김문호(롯데 자이언츠)와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는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보다 지명 순위가 더 높았다. 하지만 원종현은 프로 입단 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LG에서 방출된 원종현은 2011년 육성 선수로 NC에 입단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2승을 올린 원종현은 NC가 1군에 합류한 2013년에도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신생 구단에서조차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원종현은 2번째 방출의 위기에 놓였지만 원종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김경문 감독의 만류로 간신히 생존에 성공했다.

2014년 4월 프로 입단 9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원종현은 그 해 73경기에 등판해 5승3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NC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5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도중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중도귀국했고 결국 대장암 진단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NC는 이미 시즌 아웃된 원종현을 정식 선수로 등록시키며 의리를 지켰다.

1년이 넘는 오랜 투병과 재활 과정을 끝낸 원종현은 작년 5월 31일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로 돌아왔다. 비록 첫 두 달을 놓쳤지만 54경기에서 3승3패3세이브17홀드 3.18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원종현의 재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지독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작년 원종현은 .197의 피안타율과 0.98의 이닝당 출루 허용수(WHIP)를 기록하며 NC불펜의 핵심 필승조로 활약했다.

개막 3연전 난타 당한 후 1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 초 NC 네 번째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 초 NC 네 번째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1억4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생애 첫 억대 연봉 선수가 된 원종현은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됐다. 비록 네덜란드전에서 란돌프 오뒤버르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암투병을 하던 선수가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원종현의 올 시즌 출발은 그리 좋지 못했다. 3월3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0.1이닝 동안 3개의 안타를 맞으며 3실점(1자책)했고 이틀 후에는 다시 롯데를 상대로 연속 3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개막 3연전을 치른 원종현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08.00이었다. 혹자는 한 시즌 늦게 수술 후유증이 찾아온 게 아니냐는 성급하고 근거 없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원종현이 자신의 구위를 되찾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종현은 4월 6일 한화 이글스 전부터 7일 삼성 라이온즈 전까지 1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종현이 주로 경기 흐름이 팽팽한 승부처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셋업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호투행진이다. 원종현은 온갖 승부처에서 팀의 리드를 지켜내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즌 10홀드 고지를 밟았다.

세부 내용은 더욱 눈부시다. 원종현은 올 시즌 20이닝 넘게 소화한 불펜 투수 가운데 팀 동료 김진성과 함께 '유이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고 시즌 피홈런은 아직 1개도 없다. .181의 피안타율과 1.05의 이닝당 출루 허용수, 그리고 9이닝 당 8.55개에 달하는 삼진률도 발군이다. 비록 마무리 투수는 아니지만 원종현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바로 원종현의 체력이다. 원종현은 작년 시즌에도 무더위가 심해진 8월과 9월 성적이 부쩍 떨어진 적이 있다. 올해도 원종현은 NC가 치른 32경기 중 17경기에 등판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원종현의 등판 간격을 조금만 더 세밀하게 관리해 준다면 원종현은 다가올 가을에도 지금처럼 위력적인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종현의 구위 유지는 NC가 올 시즌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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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원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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