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SBS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오바마 케어'라 불리는 미국 의료 보험 체제 개편으로 칭송받는가 하면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해 결국 트럼프를 택하게 했다는 평도 있다. 또한 임기 중 전용기를 타고 놀러 다녔다는 평과,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 달려간 뛰어난 현장가라는 평도 있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에서도 오바마는 퇴임 당시에도 무려 55%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다. 우리 대통령들이 대부분 퇴임 즈음해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심지어 교도소에 가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큰 차이다. 그 이유가 뭘까? <SBS 스페셜>이 짚었다.

박수 받으며 떠나는 자

남의 나라 대통령의 인기 원인을 분석한다는 건 부러움도 있겠지만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 새 지도자에게 뭔가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일 것이다. 퇴임해도 환호 받는 대통령. 소박한 희망이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일상을 담은 비디오 영상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즐기는 대통령이었다. 그에겐 2취임부터 퇴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전담 작가 등 미디어 참모들이 있었다. 현대 정치가 마치 '아이돌 탄생기'처럼 이미지가 강조되던 와중 발 빠르게 행보를 맞춘 것이다.

오바마의 공식 작가 차운드 하리는 그런 미디어 프렌들리라는 지점만으로 오바마를 기억하는 것에 고개를 젓는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온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던 인물이라며 말이다. 그 누구보다 카메라에 많이 노출되었지만, 노출된 오바마의 모습은 가공된 이미지가 아니라 오바마 그 자신이었다고 하리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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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은 그런 오바마의 진솔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인종 국가 미국의 전형처럼 그는 복잡한 가계를 가진 인물이고, 진보적 인물로서 인정받았다. 영상 속 오바마는 이런 규정을 넘어 미국을 통합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솔선수범한 인물로 묘사했다.

인사 또한 파격적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국방 전문가 조셉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지명해 임기 내내 함께 했다. 무엇보다 그가 걸출했던 것은 미국이 위기를 맞이한 그 순간이었다. 백인의 흑인 교회 난입사건. 그 추도식에 선 오바마는 'amazing grace'를 불렀다. 미국은 순간 증오가 아닌 통합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진짜 통합의 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선거 기간은 물론, 취임 과정에서도 아와 타를 구분함으로써 자신의 편을 결집시키며 위기를 돌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내 인종 갈등을 정점으로 이끌었던 그 사건의 현장에서 오바마는 흑백 인종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현대 정치학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건 통합이다. 다양한 인종, 계층, 그리고 각각의 요구를 하나의 정치 체제로 통합하는 게 오늘날 정치인들과 리더의 가장 큰 숙제다. SBS 다큐는 오바마를 그런 통합의 관점에서 성공한 지도자로 주목했다.

비결 중 하난 부성애였다.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자, 평범한 가장으로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낸 오바마는 국가 일 역시 아버지 마음으로 임했다. 국민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슬퍼하고, 기쁜 일은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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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허물어 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코믹한 모습을 정치적 긴장의 요소로 적절하게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실수할 지라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이런 소박하지만 거리낌 없는 그의 모습들을 사람들이 그리워한 건 아닐까.

그런 오바마를 두고 한 학자는 '슬픔의 사령관'(commander of grief)라 칭한다. 일반적으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전시 최고 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지만 오바마는 공감을 통해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졌다. 이는 지난 대통령 임기 중 불통으로 내내 고통 받았던 우리 입장에선 몹시 부러운 덕목이기도 하다.

오바마 비디오는 오바마가 퇴임 한 후 5년이 지난 2021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작가의 허락을 받아 취합한 한 시간 여의 영상에는 카메라가 켜지던 꺼지던 진지하게, 때론 가볍게 자신을 내보이기에 서슴없었던 한 대통령의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비디오 속 모습은 오바마라는 정체 세력이 지향한 '이미지네이션'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우리는 이미지라 하더라도 양극화 사회에서 국가와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 기꺼이 솔선수범하는 새로운 대통령을 원한다. 업무 실적으로만 보면 오바마는 잘 한 것만큼, 잘하지 못한 것도 많은 대통령이다. 그 누군가의 평가처럼 그로 인해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대통령이었던 그때 많은 미국 국민들이 그에게 위로받고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부디 새 대통령도 그 누구들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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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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