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선수들이 4대0으로 대패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지난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선수들이 4대0으로 대패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전북 현대는 정말 강했다.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0년 만에 아시아 최강자 자리에 올랐고,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아쉽기는 했지만 K리그 클래식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38경기에서 단 두 차례밖에 패하지 않았고, 무려 71골을 뽑아냈다.

후반기부터 살아난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측면의 지배자'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중원의 이재성과 김보경까지, 전북이 국가대표팀보다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레오나르도가 팀을 떠났고, 로페즈와 이재성이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국가대표팀 주전 풀백 김진수를 영입했고, 경험이 풍부한 이용과 이재성(수비수)이 합류했다. 올 시즌 대형 수비수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김민재의 영입도 안정감을 더했다. 

그런데 올 시즌 전북은 자신들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FA컵에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부천 FC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일찌감치 더블의 꿈을 접어야 했고, 리그에서도 광주 FC에 패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지난 3일 K리그 클래식 2위에 올라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전북은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올 시즌 '닥공' 축구를 선보이고 있는 제주에 '진짜 닥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조로운 공격 전술로 무더위에도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에 답답함을 안겨줬고, 상대의 다양한 공격 전술에 무려 4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전북의 이날 패배는 200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K리그 팀에게 당한 네 골 차 참패였다.

'충격의 0-4', 전북 현대의 예견된 참패

사실 전북은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먼저, 올 시즌 공수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수가 경고 누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핵심 전력인 최철순도 경고 누적으로 빠진 상태였고, 오른쪽 풀백 이용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민재를 오른쪽 윙백에 배치시키며 위기를 넘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김신욱(오른쪽)과 제주 권한진이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전북 김신욱(오른쪽)과 제주 권한진이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참패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울산 현대를 제외하고, 김신욱이 향하는 팀마다 따라오는 비판. 김신욱의 머리만을 향하는 크로스가 공격의 전부인, 전술의 단조로움이었다. 심지어 김신욱과 스타일이 비슷한 에두를 그의 짝으로 내세우면서, 전북의 공격은 더 단순해졌고, 정말 답답했다.

김신욱과 에두는 활동 폭이 제한적이었고,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전북은 측면에서 이들을 향하는 크로스만을 끊임없이 올렸다. 처음으로 윙백 포지션을 소화한 김민재는 경기 초반 한 차례의 크로스 시도를 제외하면,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느끼며 공격에 힘이 돼주질 못했다. 결국, 왼쪽 윙백 박원재가 크로스를 올리면 김신욱이 떨구고, 에두가 슈팅을 노리는 것이 공격 전술의 전부였다.

제주는 수비하기가 편했다. 크로스는 내주더라도 페널티박스 안쪽만 사수한다면,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제주의 스리백 수비를 포함해 미드필드진까지 페널티박스 안쪽에 밀집하면서, 김신욱과 에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김보경과 정혁 등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야 했지만, 전북은 오로지 박원재의 크로스와 김신욱의 높이였다.

드리블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뒤흔들 선수가 있었다면, 전북의 공격은 훨씬 좋았을지도 모른다. 측면이든 중앙이든 짧은 패스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와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나왔더라면, 제주의 수비는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북은 선수 교체 외에는 변화를 주지 못했고, 참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제주의 다양한 공격 전술, '원조 닥공'을 일깨울 수 있을까

단조로웠던 전북과 달리 제주의 공격 전술은 다양했다. 먼저, 제주의 전방을 책임진 황일수와 마그노의 움직임이 김신욱, 에두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들은 페널티박스 부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고,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려 했다.

특히 황일수는 득점은 없었지만, 멀티골을 기록한 마르셀로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빠른 침투에 이은 과감한 슈팅으로 마르셀로의 선취골을 도왔고, 수비수 2명을 따돌린 재빠른 움직임과 드리블 돌파가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볼을 주고받았고, 과감한 개인 돌파와 슈팅을 시도하는 등 제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제주 마르셀로(오른쪽)가 선취골을 넣고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지난 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제주 마르셀로(오른쪽)가 선취골을 넣고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방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간다고 해서, 공격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득점포가 폭발할 수 있었던 데는 공격형 미드필드 마르셀로와 중원에 위치한 이창민, 권순형 등의 도움도 컸다. 마르셀로는 황일수와 마그노의 활동량이 만들어낸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고, 슈팅과 드리블 시도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권순형의 프리킥을 방향만 살짝 바꿔놓았던 두 번째 득점은 마르셀로의 축구 지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줬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미드필드로 떠오르고 있는 이창민의 중거리 슛과 연계 패스, 토트넘 홋스퍼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떠올리는 권순형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제주 공격의 다양성을 더해줬다. 선발로 돌아온 왼쪽 윙백 정운과 우측면의 박진포 역시 공격 상황에서는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대량 득점에 힘을 보탰다. 이렇듯 제주의 공격은 다양했고, 동적이었다.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공간과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북도 그래야 한다. 김신욱의 높이만을 활용하는 공격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공격에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김보경과 이승기 등의 존재감이 더욱 커져야 하고, 전방과 측면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도 늘어나야 한다. 답답할 때는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아져야 하고,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드리블 돌파도 필요하다.

이제는 전북도 변해야 한다. 이날 드러난 전북의 문제점들이 생전 처음 접하는 것들도 아니지 않나. 최강희 감독의 투톱 전술과 김신욱 활용에 대한 아쉬움은 이전 시즌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종호가 울산으로 떠날 때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던 데는 비슷한 유형의 스트라이커뿐인 전북 공격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충격적인 0-4 참패. 전북은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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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VS 제주 유나이티드 최강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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