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역할은 없다. 작은 배우가 있을 뿐."
 
영화 <대배우>의 대사가 떠오르는 무대였다.
 
3일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 1부 마지막 무대. 낯선 얼굴들이 드라마 <김과장> OST인 '꿈을 꾼다'를 부르며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1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손님3, 여고생1, 간호사2 등 이름도 없이 출연했던 단역 배우들이었다.
 
"때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괜히 웃음이 나와
정신없는 하루 끝에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 지나간 추억을 뒤돌아보면 입가엔 미소만 흘러
꿈을 꾼다 잠시 힘겨운 날도 있겠지만 /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나는 꿈을 꾼다"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없는 단역을 연기하는 무명 배우들의 무대. 여느 시상식 축하 공연처럼 인기 아이돌이나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었다. 노래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떨렸고, 음정은 불안했다. 하지만 "연기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연기하는 순간 가장 설레고 가슴 떨린다",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노래에 객석의 김혜수, 유해진, 천우희, 하정우 등 배우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무대 위 배우들을 바라봤다.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혜수는 "1부 마지막 무대가 참 좋았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분들의 무대가 너무 감동적이었다"면서 "사실 앉아서 반성을 많이 했다. 정신 차리고, 엄살 부리지 말고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밀정>으로 남자 연기상을 받은 송강호 역시 "1부 마지막에 감동적인 무대를 꾸며준 수많은 후배 배우분들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밀정>에서 뛰어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편집되는 바람에 한 장면도 나오지 못한 후배들도 있다. 오늘의 영광을 그분들께 돌리겠다"고 말했다.
 
지금껏 시상식의 주인공은 화려한 스타들이었다. 무명 배우들은 '손님'으로도 참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은 이들에게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꿈을 말할 기회를 주었다. 주인공을 향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아가씨> <도깨비>를 만든 주역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언젠가 시상식에 후보로, 수상자로, 다시 찾아올 날을 꿈꾸고 있을 '아직은' 무명인 배우들. 그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알려준 이 날의 무대는 '역대급'으로 기억될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다음은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자

▲영화 대상= <아가씨> 박찬욱 감독
▲TV 대상= <도깨비> 김은숙 작가

▲영화 작품상= <곡성>
▲영화 감독상= <밀정> 김지운 감독
▲영화 남자최우수연기상= <밀정> 송강호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 <덕혜옹주> 손예진
▲영화 남자조연상= <부산행> 김의성
▲영화 여자조연상= <더킹> 김소진
▲영화 남자신인연기상= <더킹> 류준열
▲영화 여자신인연기상= <연애담> 이상희
▲영화 신인감독상= <부산행> 연상호 감독
▲영화 시나리오상= <우리들> 윤가은 감독
▲영화 남자인기상= <형> 도경수
▲영화 여자인기상= <공조> 윤아
▲TV 작품상(드라마)= tvN <디어 마이 프렌즈>
▲TV 작품상(예능)= SBS <미운 우리 새끼>
▲TV 작품상(교양)= JTBC <썰전>
▲TV 연출상= SBS <낭만닥터 김사부> 유인식 PD
▲TV 남자최우수연기상= tvN <도깨비> 공유
▲TV 여자최우수연기상= tvN <또, 오해영> 서현진
▲TV 남자신인연기상= SBS <닥터스> 김민석
▲TV 여자신인연기상=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세영
▲TV 남자예능상=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양세형
▲TV 여자예능상= MBC <나 혼자 산다> 박나래
▲TV 극본상=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노희경 작가
▲TV 남자인기상=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TV 여자인기상=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김유정
▲인스타일 베스트 스타일상=김하늘
▲공로상=故 김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