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11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 B조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4-0으로 이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11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 B조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4-0으로 이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가 북한 평양에서 우뚝 섰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요르단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과의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유영아, 지소연(2골), 조소현의 연속골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3승1무(승점 10, 골득실+20)의 성적으로 조별 리그를 마무리한 우리 대표팀은 북한(승점 10, 골득실 +17)을 제치고 B조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안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윤덕여 호는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뿐 아니라 2019 프랑스 월드컵 본선행의 희망도 얻게 됐다. 여자축구 아시안컵은 남자대회와는 달리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달려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을 겸하고 있어 내년 4월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서 5위 안에 들 경우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평양의 기적' 이룬 태극낭자

지난 1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 조 추첨식을 지켜본 윤덕여 감독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어야 했다.

이유는 '강호' 북한과 같은 조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 역대 전적(1승 3무 14패)에서 북한에 크게 뒤지는 터라 꼭 피하고 싶은 대진이었다. 더군다나 예선전을 평양에서 치러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축구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무래도 북한을 넘어서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왔다. 하지만 낙담하기엔 일렀다. 축구는 예측불가능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윤덕여 호는 북한 전 승부를 위해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왔다. 지난 달부터 평양 원정 맞춤형 훈련을 통해 대표팀 전력 강화에 나섰다.

북한 홈 관중의 단체응원을 이겨내기 위해 대형 스피커 6개를 이용하여 소음 환경이 조성된 목포 축구센터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북한 여자선수 특유의 강한 체력을 이겨내기 위해 남자 고등학교 팀들과 연습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물론 고생 끝에 낙이 왔다. 5일 인도와의 첫 경기서 10-0 대승을 거두었고 7일 북한과의 운명의 대결에서도 4만여명이 넘는 북한 팬들의 응원을 이겨내고 무승부를 거두며 값진 승점을 따냈다.

이어 홍콩, 우즈벡 전에서도 10골을 몰아치는 막강한 공격력을 펼치며 한국여자축구의 저력을 알렸다. 무엇보다도 김정미, 조소현, 지소연 등 베테랑 선수들과 이금민, 장슬기 등 신예 선수들의 신구 조화가 빛났다. 

한국여자축구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바로 아시안컵 정상과 월드컵 2회 연속 진출. 오는 13일 금의환향하는 태극낭자가 앞으로도 '꽃길'을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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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북한 아시안컵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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