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강동원, 예쁜 열굴에 부상투혼 1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강동원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분),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이병헌 분)과 그의 브레인 박장군(김우빈 분)이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12월 개봉 예정.

지난 2016년 11월 14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강동원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작년 여름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 박근혜 정부의 서슬이 시퍼렇고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었을 때, <변호인>에 나온 배우 송강호가 몇 년째 변변한 역을 맡고 있지 못했을 때, 영화 <1987>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불이익을 감수하고 출연을 하겠다고 한 배우가 셋 있었습니다. 강동원은 그중 한 사람입니다."

영화 <1987년>(가제)은 최근 4월 중 크랭크인 소식을 알린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영화다.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웠던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평범하지만, 진실을 향해 나아갔던 국민들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제작인 만큼, 출연진도 화려하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설경구, 강동원, 여진구, 김태리가 출연한다. 이 중 여진구는 고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다. 또 한 명의 실존 인물은 강동원이 연기한다. 고 이한열 열사 역할이다.

이에 대해 7일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위와 같이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는 "배우 강동원이 이한열 열사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3월 강동원은 과거 인터뷰 발언 등과 함께 외증조부가 친일파였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공식 사과까지 한 바 있다.

사업회 측은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배우 강동원의 캐스팅과 관련해 의견을 물은 제작사 측에 유족과 이사회의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업회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표명함으로서 향후 제작 과정이나 개봉 전후 불거질지 모를 캐스팅 관련 논란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가 밝힌 구체적인 의견을 좀 더 살펴보자.

유족 측, "외증조부 일로 배우 교체는 너무 편협"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실린 이종만의 사진. 배우 강동원의 외증조부로 알려져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실린 이종만의 사진. 배우 강동원의 외증조부로 알려져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어려운 시기(작년 여름)에 출연을 결정했던 배우이니 함께 가야 한다."

유족들과 사업회 관계자들의 이러한 결정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려운 시기"라는 언급과 함께 "<변호인>의 송강호"를 예로 든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러온 파문은 문화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욱이 이러한 블랙리스트가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행해졌고, 참사 이후 구체화했다는 사실 또한 '고 김영한 비망록'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모태펀드의 투자 심사 등을 활용, 대중상업 영화들의 제작/투자에까지 관여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좌파'로 찍힌 영화들은 투자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해당하는 영화들은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최초 투자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이러한 영화계 분위기에서 캐스팅을 포함한 <1987> 프리프로덕션 과정은 분명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인 데다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짐작 가능하다. 유가족과 사업회 측은 그런 와중에 출연 제의에 응한 강동원의 소신을 높게 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사업회 측은 '외증조부 논란'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게 정리했다.

"부친도 아니고 외증조부의 일로 배우를 교체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

"외증조부가 어떠했느냐 보다 지금 그 배우가 어떤 자세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사업회가 내놓은 의견이다. 그러면서 확인한 사실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업회는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은 맞"지만, "일제에 낸 자금보다 독립운동이나 노동자 광부 농민에게 낸 금액이 몇백 배나 된다는 주장"까지 고려했다.

그러면서 사업회는 "몇 년 전 강동원이 외증조부를 환상적인 분이라고 표현한 것은 재산을 사회에 희사한 부분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라고 해석했다. 또 사업회는 "지금 그 배우가 어떤 자세냐"를 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란 당시 강동원이 쓴 사과문의 핵심을 요약하기도 했다.

"외증조부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저의 잘못이라 통감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또 반성해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습니다."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의 성숙한 입장 표명, 환영한다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업회는 배우 강동원의 <1987> 캐스팅과 관련하여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업회는 배우 강동원의 <1987> 캐스팅과 관련하여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


<1987>은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각본은 <카트>의 김경찬 작가가 집필했다. 투자/배급은 박근혜 정권이 '좌파' 운운(?)했던 CJ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제작진은 <1987>을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싸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소개한다.

<1987>의 제작 소식은 관객들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복판으로 초대하는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과 함께 '박근혜 정권' 이후 한국 현대사를 정면으로 그린 대중영화로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별출연으로 알려진 강동원을 비롯해 화려한 캐스팅 명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87>의 크랭크인 소식 직후 전해진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의 입장 표명은 성숙함이 돋보이는 결정이라 할 만하다. 영화의 의의와 캐스팅 당시 문화예술계 분위기를 고려하는 동시에 향후 있을지 모를 논란에 대비, 강동원 측 입장이나 외증조부 친일 논란의 핵심까지도 다각도로 염두에 뒀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제작진에게나 강동원 측을 모두 고려한 결정인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 3월 강동원의 사과로 일단락됐던 '외증조부 친일 논란' 역시 과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광산왕'이었던 이종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건 엄연한 '팩트'이지만, 이종만의 해방 전후의 업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학계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업회의 견해 표명을 통해 이종만의 친일 논란의 진위가 다시금 널리 확인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불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배우에게 '연좌제'와 같은 상황으로 비난이 이는 것도 사회적으로나 배우 개인에게 있어서도 불행한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의 성숙한 대응을 환영하는 이유다.

강동원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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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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