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기국 집회 참석한 김진태, 정미홍, 서석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 서석구 변호사(박근혜 대통령 법률대인이)이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과 서울광장에서 박사모 등이 참여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16차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탄기국 집회 참석한 김진태, 정미홍, 서석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 서석구 변호사(박근혜 대통령 법률대인이)이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과 서울광장에서 박사모 등이 참여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16차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아직도 광화문에 세월호 천막을 치우지 않아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든다. 마음 같아선 불도저를 들고 가서 밀어버리고 싶다."

'막말의 시대', 국민들의 피로감은 늘어간다.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 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정 대표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 "인명을 귀하게는 여기나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그 몇 명을 위해서 수천억을 써야 겠냐"며 "세월호를 건져내니까 (촛불단체는) 오늘도 밤이 되니 광화문 앞에 또 기어 나와서 축제 판을 벌이고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내걸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서 정 대표는 "박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극악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상에서는 작년 연말 탄핵정국 당시 기자들과 나눈 발언이 "탄핵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뜻으로 와전되며 관심을 받았던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급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 대표가 남긴 도를 넘는 각종 '막말'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그 와중에, 이 정미홍 대표를 두고 아직까지 많은 매체가 '전 KBS 아나운서'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1993년 KBS를 퇴사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KBS 메인 아나운서를 맡았던 과거 이미지가 작용한 탓이리라. 이 정미홍 대표에게 붙은 'KBS 전 아나운서'라는 호칭에 현 KBS 아나운서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현직 아나운서들은 큰 부담이자 수치" 

"'정미홍' 씨 관련 보도 시 '전 KBS 아나운서'라는 호칭 대신 다른 직함을 사용해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KBS 아나운서협회가 지난 1일 각 언론사에 보낸 공문 서두다. KBS 아나운서협회는 일부 매체가 정 대표를 '전 KBS 아나운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공문엔 "부담이자 수치"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어조가 셌다. 

"KBS를 떠난 지 20년이 지난 한 개인의 일방적인 발언이 '전 KBS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로 포장되어 전달되는 것은 현직 아나운서들에게는 큰 부담이자 수치이며, 더욱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직함을 내건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 여겨집니다(중략).

최근 공공장소나 SNS상에서 정미홍씨가 하는 발언에 대해 논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격으로 하는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전 KBS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 인해 200여 현직 KBS 아나운서들은 물론 KBS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는데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3년 KBS를 퇴사한 당사자가 회사를 떠난 지 20여 년이 넘었는데도 일방적인 사견을 마치 공인으로서 말하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비치는 것은 공정방송을 위해 애쓰고 있는 KBS 아나운서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KBS 아나운서협회는 "방송을 떠난 지 오래되어 이제는 KBS 아나운서라는 인식도 희미한 사람을 굳이 '전 KBS 아나운서'라고 기재하여 소개하게 되면 개인의 의견이 마치 집단의 의견인 듯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라며 "따라서 기사 작성을 하실 때 '전 KBS 아나운서'라는 호칭 대신 다른 수식어로 정미홍씨를 표현해 주시길 KBS 아나운서협회에서 정중히 요청합니다"라고 전했다.

다른 전직 언론인을 호칭하는 방법과 비교해도 차이고 있고, 현재 포털(네이버·다음)에서 제공하는 프로필도 '더코칭그룹 대표'라고 소개된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온 정 대표는 아직 이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례적인 KBS 아나운서협회의 문제 제기, 타당하다 

탄기국 집회 참석한 윤상현, 정미홍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가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과 서울광장에서 박사모 등이 참여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16차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KBS 아나운서협회의 성명서 "KBS를 떠난 지 20년이 지난 한 개인의 일방적인 발언이 '전 KBS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로 포장되어 전달되는 것은 현직 아나운서들에게는 큰 부담이자 수치이며, 더욱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직함을 내건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 여겨집니다" ⓒ 권우성


KBS 아나운서협회가 전직 아나운서와 관련해서 언론사에 공문까지 보낸 사례는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KBS 아나운서협회가 대외적으로 나서는 것 역시 흔치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당시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과 관련 한국아나운서협회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하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고, 지난 2015년 이른바 'KBS 일베 기자 임용' 논란에 대해서도 KBS 기자·PD 협회와 함께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KBS 아나운서협회의 이번 공문은 그만큼 정미홍 대표의 '막말'에 대한 거부와 더불어 'KBS 전 아나운서'라는 호칭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부 매체들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여러 매체가 정 대표의 막말을 보도하면서 'KBS 전 아나운서'라는 호칭을 그대로 써왔던 실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들어 한국사회는 '막말'이 '보통'인 수준으로 전락했다. 일부 극우, 보수 인사들과 정치인들의 막말을 박근혜 정권이 융성시킨 매체들이 퍼 날랐고, 또 국정원이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례가 밝혀졌으며, 실제 "민중은 개돼지"와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은 고위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

2000년대부터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다 최근 '극우인사'의 반열에 오른 정미홍 대표 역시 박근혜 정권이 키워준 스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른바 '관제데모'에 자주 출몰한 그의 입에 담기 힘든 수위의 막말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친박 집회'에 대표 여성 연사로 자리매김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KBS 아나운서협회의 문제 제기를 환영한다. 비록 박근혜 정권 이후 강화된 KBS 사측의 '친정부' 보도 행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협회 차원의 '극우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정 대표가 지속해서 뱉어낸 막말을 보도로 접해야 했던 다수 국민의 '수치감'을 KBS 아나운서협회가 대신 표현해 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그만큼 박근혜 정권 들어 횡행했던 '막말' 퍼레이드에 국민들이 느낀 피로감이 적지 않았던 터다.

반면 매체들은 'KBS 아나운서'라는 표현이 주는 친숙함과 대표성으로 인해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란 수식을 관성적으로 써왔을 것이다. KBS 아나운서협회의 이번 문제 제기가 정 대표에 대한 수식을 정정하는 것과 더불어 '막말'의 폐해와 매체들의 관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하나 더,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KBS의 공정방송'과 함께.

정미홍 KBS아나운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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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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