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가운데)과 김주찬(왼쪽)과 양현종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가운데)과 김주찬(왼쪽)과 양현종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이스는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던졌고 2009년 한국시리즈 MVP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FA 협상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해도 좋을 만한 성적을 올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즌 KIA타이거즈가 '내부단속'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낼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하지만 KIA는 지난 겨울 칼을 빼들었다. 작년 시즌 타율, 타점, 최다안타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한 KBO리그 최고의 타자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영입한 것이다. 여기에 FA자격을 얻은 '집토끼' 나지완에게는 4년 40억 원을 투자했고 에이스 양현종과는 해외진출 보장을 약속하며 1년 계약에 합의했다. KIA가 스토브리그에서 FA선수 3명에게 투자한 돈은 무려 162억 원이었다.

작년 가을야구까지 경험했던 KIA가 이렇게 아낌없는 투자를 한 이유는 하나, 2009년 이후 8년 만에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서다.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팀 역사상 준우승이 한 번도 없다. 일단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 시즌 KIA의 1차 목표 역시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투수] 400이닝 원투펀치에 시속 157km짜리 광속구 불펜까지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작년 시즌 합계 407이닝을 책임졌다. 작년 KBO리그에서 20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가 단 3명이었는데 그 중 2명이 KIA의 원투펀치였다(나머지 한 명은 SK 와이번스의 메릴 켈리). 작년 시즌 KBO리그를 폭격했던 두 파이어볼러는 올해도 KIA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10승 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포기하고 데려온 좌완 팻 딘도 시범경기를 통해 괜찮은 경쟁력을 보인 바 있다.

다만 윤석민의 어깨수술로 인한 공백은 시즌 초중반까지 KIA의 약점이 될 수 있다. KIA는 윤석민 대신4선발이 유력했던 베테랑 김진우마저 늑골 염좌판정을 받으면서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김기태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홍건희, 김윤동 등을 시험했지만 선발 트로이카에 비하면 경험이나 실적이 많이 부족하다. 4, 5선발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시범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시범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는 작년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5.38로 8위에 머물렀다. 특히 양현종은 작년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22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단 10승에 그쳤는데 이는 불안한 불펜진이 양현종의 승리를 여러 번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엔 7년차 우완 한승혁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승혁은 날씨가 쌀쌀한 시범경기부터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김기태 감독과 KIA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승혁이 마무리나 셋업맨으로 불펜 한 자리를 지켜준다면 KIA의 불펜 운영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42세의 노장 마무리 임창용의 체력을 관리해 줄 수도 있고 좌완 심동섭과 고효준의 활용 범위도 넓어진다. KIA입장에서는 KBO리그 최고령 선수(1974년생) 최영필이 50경기 이상 등판하지 않으면서도 시즌 내내 불펜이 잘 굴러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2017년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2017년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 양형석



[타선] 기본만 해줘도 무시무시한 KIA의 중심타선

20홈런86타점짜리 1루수가 빠지고 31홈런 144타점짜리 좌익수가 가세했다. 빅리그 7년 경력의 중견수와 5년 넘게 호흡을 맞춰 온 키스톤 콤비는 덤이다. 4, 5 선발이 불안한 KIA가 올 시즌 우승후보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몰라보게 강해진 타격이다. 특히 김주찬-최형우-이범호-나지완으로 구성될 중심타선은 작년 시즌 112홈런 443타점을 합작했다. 특별히 분발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작년만큼만 해줘도 10개 구단 최강의 중심타선이 될 것이다.

김주찬의 우익수 변신이 순조롭다면 KIA의 외야는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김주찬으로 주전이 꾸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백업 혹은 1.5군 정도로 분류됐던 노수광과 이호신 등이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 들었다. 건강한 내부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 김기태 감독이 가장 기다리던 장면이 시범경기를 통해 나온 것이다.

KIA가 상대적으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포지션은 바로 안방이다. 작년 시즌 80경기에 출전했던 백용환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 이후 재활 중인 가운데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한승택이 가세해 기존의 이홍구와 주전 자리를 놓고 다툴 예정이다. 여기에 동성고 출신의 2년 차 신예 신범수가 시범경기를 통해 예사롭지 않은 타격재능을 뽐내면서 KIA 안방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강한울(삼성 라이온즈)이 최형우의 보상 선수로 이적하면서 다소 헐거워진 내야 백업엔 2년 차 유망주 최원준이 많은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상당한 잠재력을 과시했던 최원준은 아직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타격 재능이 뛰어나고 작년 퓨처스리그 도루왕에 올랐을 만큼 폭발적인 주루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1군 엔트리에만 생존한다면 대주자 및 대타 요원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키플레이어] 프로 18년 만에 가을야구 데뷔 노리는 김광수

지난 2000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선발도 해보고 마무리도 해보고 중간계투도 해봤다. 하지만 어느 보직에서도 적성을 찾지 못했고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노장 선수가 됐다. 한 시즌에 20번이나 선발로 등판하며 114이닝을 던졌지만 4승에 그쳤고(2009년) 이듬 해 마무리 투수가 됐지만 8세이브에 머물렀다. 결국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두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겨 다니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2011년 유원상 트레이드 때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김광수는 2015년 유창식, 노수광, 오준혁과 함께 다시 KIA로 이적했다. 당시 김광수는 트레이드에 포함된 7명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하지만 KIA 이적 첫 해 4승4패9홀드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했고 작년 시즌 2승6패7세이브14홀드5.16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긴 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시즌이었다.

작년 시즌엔 KIA의 마운드 사정상 마무리와 셋업맨, 중간계투를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임창용과 한승혁이 있는 만큼 김광수는 6회나 7회를 책임지는 미들맨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더도 말고 2015년의 투구 내용으로 2016년 같은 성적만 기록해 준다면 김광수는 KIA 불펜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투수가 될 것이다.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노장이지만 김광수는 여전히 속구의 평균구속이 시속 143km에 이를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 하지만 주로 암흑기의 LG 트윈스, 한화에서만 활약하는 바람에 아직 프로 데뷔 후 가을야구 등판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는 우승을 노리는 KIA에서 활약하는 만큼 김광수에게 2017년은 포스트 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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