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6회말 NC가 한화에 9대 2로 앞선 상황,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6회말 NC가 한화에 9대 2로 앞선 상황,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해는 과연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해까지 무려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만일 올 시즌도 가을야구에 탈락한다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LG가 세웠던 프로야구 역대 단일팀 최장기록인 10년 연속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팀 평균 연봉 1위, 평균 연령 1위를 기록중인 한화는 올 시즌만큼은 투자에 걸맞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또한 올시즌 한화의 행보가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사령탑 김성근 감독에게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2015시즌부터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구단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 속에서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선수 혹사와 줄부상, 비매너 야구,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리더십을 둘러싼 구설수도 끊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이후 경질설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구단은 고심 끝에 김 감독의 임기를 지켜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완전한 재신임은 아니었다. 한화는 지난 겨울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며 프런트의 권한을 강화하는 혁신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는 곧 그간 김 감독에게 편중되었던 권한과 입지가 약화된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추구하는 야구관과 노선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박종훈 단장의 취임 직후부터 불협화음을 드러내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한화는 지난 겨울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중심타자로 활약한 윌린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에 이어, 거물급 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하며 메이저리거급 선수로만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채웠다.

배영수, 안영명, 송창식 등 오랜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가세로 예년보다 선발진을 비롯한 마운드 전력이 두터워진 것도 호재다. 베스트 멤버의 이름값만 놓고보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주 끝난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지난해 우승팀 두산과 함께 6승2무4패로 공동 3위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가 더 많다. 팀 주장 이용규를 비롯하여 송광민, 정근우가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며 재활중이다. 2년간 '김성근의 노예'로 불리우며 혹사 당한 권혁 역시 다시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베스트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개막 4월이 최대 고비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고령화된 주전 라인업과 부상자들의 철저한 관리 및 회복 여부가 이번 시즌에도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화 전임 감독들의 쓸쓸한 말년... 김성근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가운데)과 이태양(왼쪽)과 이용규가 인사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가운데)과 이태양(왼쪽)과 이용규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10년간 한화의 전임 감독들은 마지막 해 성적이 모두 좋지 못했다. 2009년의 김인식 감독, 2012년의 한대화 감독(시즌 중 사임), 2014년의 김응용 감독 모두 마지막 시즌을 최하위로 마치며 쓸쓸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들은 모두 한화 사령탑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재기하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김인식이나 김응용 전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더불어 나란히 역대 한국야구 최다승 1-3위를 자랑하는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들로 꼽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은 한화에서 만큼은 유독 하나같이 실패한 감독으로 남았다. 김응용은 지도자 생활을 완전히 은퇴하고 행정가로 변신하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직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에 탈락하는 '고척 참사'를 겪으며 불명예스럽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과 관록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말년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과거의 성공 방식과 야구관에만 안주하며 달라진 현대야구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도자로서의 전성기를 훌쩍 넘겨 70대를 넘긴 나이에 지휘봉을 잡은 것도 시대 흐름에 뒤처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성기 시절의 명성과 업적까지 상당히 까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삼김 중에서 이제 현역 지도자로서 남은 것은 김성근 감독뿐이다. 김 감독은 SK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사령탑을 거치며 '야신'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시점에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한화에 입성했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오히려 그간의 성공신화에만 가려진 김성근 리더십의 어두운 민낯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김 감독이 내년에도 한화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한화가 장기적으로 프런트 야구와 내부 육성에 대한 노선이 점점 확고해지는 데 비하여 김 감독은 성향상 강한 프런트와는 상극인 인물이다. 김 감독이 지난 2년간 한화 사령탑을 맡으면서 가뜩이나 저조한 성과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진 것도 걸림돌이다. 김 감독은 한화와의 재계약 유무를 떠나 앞으로도 현장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와 최근의 성과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그에게 다시 러브콜을 내밀 프로구단이 과연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한화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시즌에 김 감독이 어떤 모양새로 유종의 미를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최소한 10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김 감독과 한화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연령대를 감안해도 올시즌은 세대교체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한화가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한화가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한다거나, 프런트와의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경우 오히려 김 감독의 레임덕이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다. 여기에 만일 김 감독이 성적이나 자신의 야구관에 대한 집착으로 또 혹사나 퀵후크같은 무리수를 남발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런 지경이 온다면 한화 감독으로서의 실패를 넘어 야구 인생의 말년에 더이상 회복불가능한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이 과연 김응용이나 김인식 전 감독과는 또 다른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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