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FC서울 대 웨스턴 시드니 원드러스(호주)의 경기. 서울 황선홍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FC서울 대 웨스턴 시드니 원드러스(호주)의 경기. 서울 황선홍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FC 서울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충격적인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서울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경기서 2-3으로 패했다. 시드니에게 3골을 먼저 실점하고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던 서울은 윤일록이 후반 2골을 만회하며 막판 추격의 희망을 불태웠으나 결국 반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로써 서울은 챔피언스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설사 서울이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다른 조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골득실도 -5(4득점 9실점)로 가장 불리하다. 사실상 자력 진출은 물건너간 셈이다.

K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이자 ACL 무대에서도 신흥 강호로 군림했던 서울의 몰락은 국내 축구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서울은 ACL이 현재 체제로 개편된 2002년 이후 본선에 올랐을 때 최소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적이 아직 없다.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만 5회였고, 2013년에는 창단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은 조별리그에서 4승 1무 1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K리그 구단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아드리아노와 데얀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서울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의 서울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하던 아드리아노가 팀을 떠났고 신진호도 입대하면서 두드러진 전력보강이 없는 가운데 남은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는 더 높아졌다. 지난달 21일 홈에서 치른 상하이 상강과의 첫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헐크에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하며 출발부터 좋지 않은 조짐을 보였다. 우라와 레즈와의 2차전 원정에서는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하는 졸전 끝에 2-5로 완패하는 '사이타마 참사'를 당했다.

서울은 다시 홈에서 치르는 웨스턴 시드니전 승리를 통해 마지막 반등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허약한 수비와 골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공수의 주축인 곽태휘와 박주영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스쿼드가 더 약해졌다.

서울은 시드니를 상대로 전반 볼점유율은 높았지만 실속이 전혀 없었다. 주로 측면에서의 롱볼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은 날카로움이 없이 느리고 무디기만 했다. 서울은 전반 네 차례의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 스코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39분에는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크로스를 태클로 저지하려던 신광훈이 핸들링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서울은 후반 18분 조슈아에게 다시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골키퍼 유현의 어정쩡한 위치선정과 상황판단도 아쉬웠다. 3골 모두 공세를 펼치다가 역습 한 방에 결정적인 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서울은 올 시즌 수비불안과 함께 전반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CL과 K리그를 포함하여 올시즌 5경기에서 벌써 10실점을 내주고 있는데 이중 8골이 전반에만 허용한 실점이다. 실점 이후 뒤늦게 정신을 차려 후반에 힘겹게 추격하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경기를 뒤집을 동력이 부족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FC서울 대 웨스턴 시드니 원드러스(호주)의 경기. 슈팅 찬스를 놓친 윤일록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FC서울 대 웨스턴 시드니 원드러스(호주)의 경기. 슈팅 찬스를 놓친 윤일록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K리그는 올시즌 ACL 무대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전북이 심판 매수 파문으로 올해 ACL 출전자격이 박탈됐고 현재 중반까지 치른 조별리그에서 K리그 4팀 중 선두에 오른 팀이 전무하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하필 이 시점에서 황 감독이 꺼낼 만한 변명은 아니었다. K리그 팀들이 초반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E조의 울산(1승1무1패, 3위), G조의 수원(1승2무, 2위), H조의 제주(1승1무 1패) 등은 여전히 16강행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K리그 4팀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 동아시아 4개 조를 통틀어서 승점 1점도 획득하지 못한 팀도 서울이 유일하다. 오랜만에 ACL 무대에 나선 제주나, 전북의 불참으로 급박하게 본선무대에 합류한 울산의 고군분투와 비교해도 서울의 졸전은 실망스럽다. 서울의 전력이 울산이나 제주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없고, 올 시즌에는 온전히 황선홍 감독 체제로 준비했던 시즌인 만큼 불과 1년만의 급격한 역주행에 대하여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목이다.

전북의 ACL 출전 자격 박탈에 이어 K리그 챔피언이라는 서울마저 조별리그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다면 K리그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 남은 3경기 중 2경기가 까다로운 중국-호주 원정이라는 점은 서울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서울이 K리그 우승팀의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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