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주역 추신수에게 쏟아진 인터뷰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가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지난 4일(현지시간), 우승의 주역인 추신수가 클럽하우스에서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 연합뉴스


2017시즌을 앞둔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텍사스 지역언론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3월 2일(한국시간) 추신수가 텍사스와 장기계약을 맺은 이후 잦은 부상으로 팀에 꾸준히 기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신수는 2014년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와 2014년 7년 1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톱타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30대를 넘긴 선수에게 고액의 장기계약이 위험할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후자의 전망이 더 들어맞았다. 추신수는 텍사스 입단 이후 매년 부상에 시달리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지난 3시즌 동안 320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은 0.258에 불과했다. 세부 지표인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따져봐도 추신수는 4.3에 불과했다. 추신수의 높은 몸값과 앞으로 남은 계약기간을 감안하면 암울한 수치다.

그나마 몸상태가 비교적 건강했던 2015시즌 후반기에는 타율 0.343, 출루율 0.455, 11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 9월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환상적인 모습을 보인 기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6시즌에는 부상자 명단에서는 4번이나 등재되면서 고작 48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건강한 추신수'의 기량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건강도 곧 실력이라고 했을 때 할 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추신수를 혹평한 이 매체는 급기야 박찬호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 역시 2001년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FA로 텍사스에 입단했지만 공교롭게도 잦은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하지못하고 실패한 게약이 되었다는 점은 추신수와 '평행이론'으로 거론된다. 텍사스의 박찬호 영입은 지금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FA 계약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될 정도다.

스타텔레그램은 "추신수는 박찬호와 역대 텍사스 최악의 계약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하필 두 선수 모두 모두 한국에서 왔고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게 공통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 팬들 사이에는 이미 여러 번 거론되었던 이슈이기는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도 새삼 이를 다시 조명했다는 것은 금기시되는 아픈 손가락을 건드린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텍사스가 추신수를 되도록 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있다. 높은 몸값 때문에 당장 이적이 쉽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계약이 끝날 때까지 추신수가 텍사스가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설사 당장 올 시즌에라도 추신수가 일시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서 주가가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전력보강을 노리는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 대상이 될 것이라는게 유력한 시나리오다. 박찬호 역시 텍사스에서 오랜 기간 고전하다가 2005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던 시점에서 돌연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바 있다.

국가대표팀에도 큰 빚

추신수는 텍사스만이 아니라 국가대표팀에도 큰 빚을 졌다. 추신수는 당초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었으나 소속팀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합류가 무산됐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른 추신수로서는 이번 WBC가 국가대표팀에 승선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선수 본인도 강력한 참가의지를 드러냈으나,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추신수의 몸상태를 우려한 텍사스 구단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몇 년간 몸값을 못한 고액연봉자로서 추신수도 구단에 자기 목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얻었다. 추신수가 텍사스에서의 FA 대박과 장기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도 당시 대표팀에서 얻은 병역혜택 덕분이었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후 추신수는 대표팀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했다. 2013년 WBC 때는 FA 자격을 1년 앞둔 상황이라는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했고 2015년 프리미어 12와 올해 WBC에서는 본인이 출전의지를 보이고도 구단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텍사스에서의 먹튀 행보로 추신수와 자주 세트처럼 비교되는 대선배 박찬호는 적어도 대표팀에서의 행보만큼은 천지 차이다. 박찬호는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로도 2006년 WBC와 2007년 베이징올림픽 예선까지 국가대표팀의 발탁에 꾸준히 응했다. 2009년 2회 WBC에서는 대표팀 합류를 고사하며 태극마크 은퇴를 선언했지만 당시 이미 36세의 나이에 필라델피아에서 불펜투수로 힘겹게 재기를 노리던 박찬호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했던 팬들은 아쉬움보다 박수를 보냈다.

추신수의 나이를 감안할 때 2018년 아시안게임이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신수가 그때까지 건강한 몸상태로 텍사스나 혹은 메이저리그 다른 구단에서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가 쉽지않다. 어느덧 야구인생의 후반부를 향해가는 추신수로서도 올시즌은 그간의 잦은 부상 불운과 부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더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 진 마음의 빚을 갚을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팬들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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