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들어온 사람은 티가 안 나지만 나간 사람의 빈자리는 크다'는 뜻의 속담이다. 물론 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격언이 그러하듯, 중요한 건 격언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인용'하는 기민함이기 때문이다. 마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말할 것인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조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간처럼 말이다. 핵심은 들어오고 나가는 방향성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린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접근한다면, MBC <무한도전>의 '난 자리'는 확실히 크다. 큰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하다.

손해가 아니라 이익에 주목해야

 7주 간의 재정비에 들어간 <무한도전>

7주 간의 재정비에 들어간 <무한도전> ⓒ MBC


<무한도전>은 1월 28일부터 7주간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 빈자리는 정준하와 권상우가 뭉친 파일럿 예능 <가출선언 사십춘기> 3부작과 <무한도전 레전드 특집> 4부작으로 채워진다. <사십춘기>는 마흔이 넘은 두 아빠, 철들지 싶지 않은 두 남자의 무계획 이탈기를 다룬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배우 권상우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제법 호평을 받긴 했지만, 1회 6.3%, 2회 5.7%로 시청률(닐슨코리아)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KBS2 <불후의 명곡>은 11.7%,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은 7.0%를 기록했다.

[단독] '무한도전' 결방에 광고 반토막... MBC 20억 이상 손해 <연합뉴스>

그래서일까. 한 언론은 <무한도전> 결방으로 MBC가 막심한 손해를 봤다는 기사를 써내기도 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한도전>은 회당 40개의 광고가 붙는데, 그 단가가 1350만 원 정도(주말 프라임 타임 기준)라는 것이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회당 5억4000만 원이다. <무한도전>의 '최소 가치'가 그 정도다. 한편, <사십춘기>는 광고가 반토막 난 상황이다. 멤버들의 코멘터리가 붙는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재방송'인 <무한도전 레전드 특집>도 광고 수에서 <사십춘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결방하지 않았다면 7주 동안 38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겠지만, 현재로서는 20억 원가량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PPL(간접광고)과 협찬을 더 하면 MBC의 손해는 더욱 커진다. 그 외의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한다면 어떨까. 새삼 <무한도전>의 힘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말이다. 위의 기사는 '손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생각을 달리해서 그동안 <무한도전>이 MBC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줬는지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무려 516회다. 방송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터프하게 계산을 해봐도(5억4000만 원 × 500회) 2700억 원에 달한다. 물가 변동에 따른 광고 단가의 변화나 제작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대략적으로나마 <무한도전>의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정말이지 '황금을 낳는 거위'이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결방으로 인한 '손해'가 아니라 1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MBC에 떠안긴 천문학적인 수준의 '이익'이 아닐까.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우리의 자세

'MBC 방송연예대상' 마봉춘 먹여살리는 무한도전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양양세형, 정준하, 하하, 박명수, 유재석, 황광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방송연예대상' 마봉춘 먹여살리는 무한도전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양양세형, 정준하, 하하, 박명수, 유재석, 황광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단독] '무한도전', 재정비 마치고 녹화 재개... 9일 첫 촬영 <스타뉴스>
'무한도전' 측 "코멘터리 녹화 준비중, 재정비 다하려면 아직 멀었다" (공식) <뉴스엔>

<무한도전>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노홍철의 복귀와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지지 않았던가. 또, 한 언론은 <무한도전>이 재정비를 마치고 녹화를 재개했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다른 언론은 <무한도전> 측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단순히 코멘터리 녹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며 재정비를 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반박했다. 새 특집 녹화는 3월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언론의 '설레발'이야 하루이틀이 아니니 그러려니 할 일이지만,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무한도전>의 '난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건 오로지 <무한도전>으로만 채울 수 있는 빈자리다. 이제 고작 5주가 남았다. 더 단단해진 <무한도전>, 더 재미있는 <무한도전>을 기대한다. 이 '즐거운 기다림'을 마음껏 즐기자.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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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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