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6일 FA 시장이 공식 폐장됐다. 총15명이 FA를 신청한 가운데 4명이 이적을 선택했고 9명이 원소속팀에 잔류했으며 NC다이노스의 백업포수 용덕한은 코치로서 새출발을 선택했다. 대체적으로 해외 도전보다는 국내 잔류가 많았던 이번 FA시장에서 황재균은 홀로 빅리그도전을 선언한 반면에 작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했던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와 150억 원에 4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6년 만에 국내 무대로 컴백했다.

이대호와 최형우(KIA 타이거즈)를 비롯한 7명의 선수가 계약기간 4년을 꽉 채웠고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이현승과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이원석(이상 27억)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 밖에 봉중근(LG트윈스), 이진영(kt 위즈, 이상 15억), 조영훈(NC, 4억5000만원)은 세월의 흐름, 그리고 특급 선수에게만 유리한 FA제도의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2년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다년 계약을 허용하는 FA 신청을 했음에도 1년 계약에 묶인 선수는 단 2명뿐이다. 물론 구단으로부터 2017 시즌이 끝난 후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예외의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FA 시장에서 조금은 서러운(?) 1년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단 한 명 밖에 남지 않는다. 바로 KBO리그 역사에 단 4명 밖에 없는 2000경기-2000안타의 주인공 정성훈(LG)이다.

최고인 적은 없지만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3루수

 정성훈은 LG 유니폼을 입은 8년 동안 5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정성훈은 LG 유니폼을 입은 8년 동안 5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다. ⓒ LG 트윈스


정성훈은 오늘날까지 고교야구사에서 '역대최강'으로 평가 받는 1997년 광주일고 황금 내야진(최희섭,송원국,이현곤,정성훈)의 유일한 2학년생이었다. 1999년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정성훈은 전설의 해태 유니폼을 입어본 몇 안 되는 현역 선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물론 정성훈이 입단했을 때의 해태는 KBO리그를 주름잡던 왕조 시절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해태에서 KIA로 간판이 바뀌는 동안 정성훈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타이거즈의 차세대 내야수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팀에는 홍세완과 이현곤(이상 은퇴)이 차례로 입단하면서 KIA의 내야진은 1루수 장성호, 2루수 김종국, 유격수 홍세완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결국 3루 한 자리를 놓고 광주일고 동문 이현곤과 정성훈이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KIA에서는 장타력 보강을 위해 정성훈을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시켰다.

고향을 떠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 이적은 정성훈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았다. 이적 첫 해부터 현대의 주전 3루수를 차지한 정성훈은 타율 .343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2006년에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돼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도 했다. 200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정성훈은 동갑내기 이진영과 함께 LG트윈스로 이적했다.

물론 LG가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는 데는 정성훈 합류 후에도 5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지만 정성훈은 이적 첫 해부터 3할 타율을 기록하며 LG의 핫코너 고민을 말끔히 지웠다(물론 정성훈의 가세 후 미련 없이 KIA로 보낸 김상현이 그 해 홈런왕과 MVP를 휩쓸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준수한 성적으로 FA 계약기간 4년을 보낸 정성훈은 2012 시즌이 끝난 후 다시 LG와 4년34억 원의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정성훈과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후 첫 시즌 LG는 10년의 암흑기를 떨쳐내고 가을야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그 해 정성훈의 성적은 타율 0.312 9홈런 62타점이었다. 3루 수비에 부담을 느낀 정성훈은 2014년부터 1루수로 변신했지만 타격 성적을 타율 0.329 13홈런 59타점으로 더욱 끌어 올렸고 LG는 2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반면에 정성훈의 타율이 0.284로 떨어졌던 2015년엔 LG의 성적이 9위로 추락했다.

생각보다 컸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 이제 매 시즌이 생존경쟁

 이제 정성훈은 내년을 '보장'받지 못한 채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제 정성훈은 내년을 '보장'받지 못한 채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 LG 트윈스


2015 시즌 후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2016 시즌을 맞는 정성훈의 부담은 한결 커졌다. 3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도 부담스러운데 자칫 조금이라도 성적이 부진하면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 18년 차의 베테랑 정성훈은 자신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를 따뜻한 박수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야구를 잘하는 것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현대 시절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지만 정성훈은 장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이에 정성훈은 무리해서 장타를 노리기보다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는 타격을 구사했다. 이 때문에 홈런은 6개로 줄었지만 타율은 0.322까지 치솟았고 타점도 LG 이적 첫 해인 2009년(70개) 이후 가장 많은 64개를 기록했다. 8월 28일 kt전에서는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고 9월 4일 kt전에서는 역대 4번째로 2000경기-20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타율 0.322 6홈런 64타점 58득점 득점권 타율 0.321. 37세 시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올린 정성훈은 시즌이 끝난 후 통산 3번째 FA신청을 했다. 물론 정성훈이 젊은 선수들과 같은 거액을 바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자신의 가치를 알아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노장 FA를 대하는 LG의 태도는 냉정했고 결국 정성훈은 구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1년 7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5억 원의 연봉을 받은 정성훈이 FA로 1년 7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비FA선수가 연봉 2억 원이 인상된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한 번 FA 신청을 한 선수는 4년 동안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다시 FA가 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정성훈은 앞으로 매년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해 구단과 연봉협상을 하던 비FA시절로 돌아간 셈이다. FA선수에게 1년 계약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정성훈의 1루 포지션엔 양석환이라는 유망주가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작년 시즌 외야로 자리를 잡았지만 김용의도 얼마든지 1루 수비를 소화할 수 있고 타격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유망주 서상우도 있다. 올해로 38세가 되는 정성훈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이제 정성훈은 다음 시즌이 보장되지 않은 1년짜리 계약의 FA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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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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