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현행 민법에 따르면 만 19세부터는 어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회통념상으로도 만 19세가 지나면 어른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어른'은 생물학적으로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자연히 얻게 되는 수식어가 아니다. 생물학적 조건뿐만 아니라, 사회적 조건이 충족돼야 우리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때 사회적 조건은 단일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어른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에서 어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부당할 때 화낼 수 있는 사람.' 그 밖에도 어른의 사회적 조건으로 이해심, 관용 등이 얘기된다. 이러한 조건들이 모여 '어른'을 구성한다. 즉, 우리는 책임감, 정의로움, 이해심 그리고 관용 등을 가질 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른'을 구성할 또 하나의 사회적 조건을 제시한다.

'자기만의 행복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른으로 성장한 마코토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말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말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 CJ엔터테인먼트


우연히 마코토는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타임리프' 능력을 가지게 된다. 학교 쪽지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푸딩을 더 먹기 위해서 그리고 노래방에 더 있기 위해서 마코토는 능력을 사용한다. 순전히 자신을 위해 능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마코토에게 생겨난 행운만큼 주변의 친구들에게는 불행이 닥치게 된다. 학급 친구인 유리는 마코토 대신 소화기를 맞는다.

또한 시간을 자신의 편의대로 돌리는 과정에서 타인의 마음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다. 친한 친구인 코스케에게 고백하려던 후배 그리고 마코토에게 고백하려던 또 한 명의 친한 친구인 치아키의 마음에 말이다. 여차여차하여 코스케는 마코토 대신 자전거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타임리프 능력을 다 사용한 마코토는 절망한다.

그러나 치아키가 마지막 남은 능력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치아키는 사실 미래에서 왔다. <백매이춘국도>라는 그림을 보기 위해 과거로 온 치아키는, 타임리프 능력을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자신이 왔던 미래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였다.

치아키는 마코토와 달리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코토에게 정체를 들켰기 때문에 떠나야만 한다. 하지만 치아키는 능력을 사용했다. 그만큼 코스케와 마코토는 치아키에겐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여기서 마코토는 '성장'한다. 치아키가 시간을 돌림으로써 다시 생긴 마지막 기회, 마코토는 치아키가 미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타임리프 능력을 사용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소중한 사람을 위해 타임리프를 한 것이다. 치아키와의 헤어짐을 각오하고서 말이다.

결국 영화는 처음의 마코토가 타임리프 능력을 가지기 전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곳에 치아키는 없다. 마코토는 타임리프의 대가를 치아키로 치렀다. 그러나 마코토의 미래에는 치아키가 있다. 자기만의 행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깨달음과 함께.

2006년의 마코토, 2017년 한국 사회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그리는 어른이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그리는 어른이란? ⓒ CJ엔터테인먼트


2006년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마코토의 성장은, 2017년 한국에 깊은 울림을 준다. 마코토는 우리에게 어른의 사회적 조건 하나를 제시한다. 자기만의 행복에는 대가가 따른다. 나만 행복해지면 누군가는 불행해 진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마코토가 정의하는 어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한국 사회의 모습은 마코토가 보여준 어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 증대, 즉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렸다. 기업이 이득을 보는 만큼,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통 받는다. 국가 지도자는 국가 권력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 그 과정에서 사회 곳곳에서 부조리가 발생했다. 소수의 관련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부당하게 국가지원금을 수령했다. 반면 나머지 타인들은 불공정한 경재으로 불행해졌다. 우리 또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이러한 부조리들을 외면해 왔다.

마코토는 자신만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다가, 타인을 위해 타임리프를 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코토는 어른이 됐다.마코토가 보는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떨까? 아마 '어른이 없는 사회'이지 않을까?

혹자는 탄핵정국 향후 100일이 한국 사회 10년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한국 사회 10년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어른이 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자기만의 행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어른이 되지 못한 한국 사회가 맞이할 10년 후의 미래에 치아키는 없다. 

어른 성장 시간을 달리는 소녀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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