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풀세드 혈전...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모습

만나면 풀세드 혈전...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모습 ⓒ 박진철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달콤쌉쌀'한 천적 관계가 올 시즌 프로배구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27일 열린 2016~2017 V리그에서 한국전력이 또다시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1세트만 34-32까지 갔다. 본격 귀성 행렬이 시작됐음에도 이날 수원체육관은 만원에 가까운 3836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두 팀은 올 시즌 5번 만나 4번이나 풀세트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한국전력의 5전 전승이다. 이기고 지는 패턴도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 매번 흡사했다.

5세트만 11번째, 압도적 승률에도 씁쓸한 한국전력

그리고 오묘하다. 5전 전패를 당한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순위는 한국전력보다 앞서 있다.

한국전력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5세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25경기를 치른 가운데, 5세트 경기만 11번째다. 11번의 풀세트 접전에서 9승 2패로 압도적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기쁨보다 속이 더 쓰리다. 풀세트까지 가면 이겨도 승점을 2점밖에 얻지 못하고, 패한 팀에게도 1점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V리그 정규리그 순위는 승점-승수-세트 득실률-점수 득실률 순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승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가 세트 스코어 3-0 또는 3-1로 끝날 경우, 승리한 팀은 3점을 얻게 되고 패한 팀은 승점이 없다. 3-2로 끝날 경우에는 승리 팀에 2점, 패한 팀에 1점이 주어진다.

한국전력이 승수에서는 27일 현재 16승 9패로 1위 대한항공(17승 7패)에 이어 2위에 해당하지만, 순위가 4위에 처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전력보다 1승을 덜한 현대캐피탈(15승 10패)이 2위, 2승이나 덜한 우리카드(14승 11패)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5위 삼성화재(11승 13패)보다 5승을 더했음에도 승점 차이는 고작 3점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만 삐끗하면, 삼성화재에도 밀려 5위로 내려갈 판이다.

쌍둥이처럼 닮은꼴 행보, 천적이면서 '동병상련'

그리고 닮았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행보가 쌍둥이처럼 똑같다. 천적임에도 동병상련이다.

두 팀은 3라운드까지만 해도 1~2위를 다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4라운드에서 경기력과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나란히 2승 4패를 기록했다.

부진의 이유와 상태마저 똑같다. 세터와 외국인 선수가 크게 흔들리면서 팀 조직력이 헝클어졌다.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보다, 이제는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이상)인 '봄 배구' 탈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외국인 선수 교체다. 최 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심사숙고해서 2월 2~3일 안에는 대체 외국인 선수를 결정해야 한다"며 "아무리 늦어도 2월 9일 대한항공전에는 대체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후보군은 3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유럽 리그의 2명은 터키 리그 이네괼 팀에서 주 공격수로 맹활약 중인 닐스 클라위크(33세·200cm)와 폴란드 리그에서 뛰는 선수다. 두 선수의 포지션은 라이트다. 반면, 아르헨티나에서 뛰는 선수는 200cm의 신장을 갖춘 레프트다. 현재 1~2위를 다투는 상위권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에는 초청 대상 24인 명단에 들지 못했다.

최 감독은 "3명의 후보군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선택에 어려움이 많다"며 "당분간 잠을 못 잘 거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누구를 선택하든, 현재의 톤(34세·200cm)보다 나아야 한다는 점도 최 감독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제일 문제는 강민웅의 흔들리는 멘탈과 안정감 회복"이라며 "대화도 나누고, 심리치료 전문 교수 한 분을 모시고 전 선수들과 함께 교육도 받았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여유 있게 3강 싸움을 하다가 이제는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머리도 아프고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털어놓았다.

두 감독의 고민까지 닮은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이들의 달콤한 쌉쌀한 이야기는 현재도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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