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과 포백에서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내는 손흥민 선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재가공했다.

스리백과 포백에서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내는 손흥민 선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재가공했다. ⓒ 토트넘 홋스퍼


올 시즌 손흥민(24, 토트넘)의 활약이 놀랍다.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를 마친 현재(24일 기준) 손흥민은 리그 7호 골을 비롯해 시즌 9호 골을 달성했다.

2010~2011시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14~2015시즌 기성용이 스완지 시티에서 달성한 8호 골을 넘어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시즌 최다 골 기록이다. 아직 시즌이 절반가량 남아있어 사실상 손흥민은 스스로가 얼마나 기록을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지난해 9월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받을 정도로 흐름이 폭발적이었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진일보한 모습이다. 이적 첫해였던 2015~2016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했다. 번득이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동료 선수와 호흡은 아쉬웠다. 하지만 올 시즌엔 팀의 확실한 공격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선발로든 득점을 위한 교체카드를 선택할 때 손흥민을 1순위로 선택하고 있다.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도 상승세다. 현재 선두 첼시에 이은 리그 3위(승점 46점, 13승 7무 2패)를 달리고 있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와 무승부를 기록하기 전까지 7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최근 팀의 상승세와 달리 손흥민의 활약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리그 초반 폭발적인 모습은 많이 반감됐다. 최근 10경기에서 손흥민은 선발로 4경기 나섰고 그나마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 수는 2경기에 그친다.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을 활용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손흥민이 올 시즌 기록한 9골 중 8골은 팀이 포백 포메이션일 때 나왔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손흥민은 왜 스리백에서 외면받을까.

부진했던 손흥민과 전술가 포체티노

ⓒ 이종현


토트넘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한 포체티노 감독은 그간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배치해 빌드업을 수행하게 한 4-2-3-1 포메이션을 가장 선호해왔다. 올 시즌 역시 4-2-3-1을 제1의 옵션으로 삼았다. 개막전 에버턴과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이후 6경기에서 5승 1무를 기록했다. 특히 7라운드에선 혁명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를 상대로 2-0 승리를 따냈다.

포백과 함께 승승장구했던 토트넘이 포백을 외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당시 토트넘의 상승세와 함께 손흥민은 4골 2도움을 기록했고 프리미어리그 '9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주포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면서부터다. 4-2-3-1 포메이션은 최전방 공격수를 한 명 배치한 시스템이어서 원톱 공격수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 토트넘은 8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9라운드 본머스, 10라운드 레스터 시티전까지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정확히 케인이 부상 기간과 일치한다.

연이은 무승부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상대는 북런던의 라이벌 아스널이었다. 다행히 케인이 부상 복귀 후 출전이 가능했지만 온전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더욱이 상대는 원정에서 만날 라이벌 아스널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아스널전에서 처음 스리백으로 선발을 구성했다. 얀 베르통헨과 케빈 비머, 에릭 다이어가 최종 수비로 나섰다. 그간 흐름이 나쁘지 않았던 손흥민 역시 스리백 시스템에서 선발출전 했다. 하지만 포백과 달리 스리백에선 손흥민과 윙백 대니 로즈와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됐다. 포백일 때 풀백 로즈와 스리백일 때 윙백 로즈의 역할과 공격 빈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로즈에게 스리백은 시너지보단 서로의 장점을 갉아먹는 구조였다.

다행히 이은 경기에서 토트넘이 다시 포백으로 전환하면서 손흥민과 스리백의 불편한 동거는 막을 내렸다. 한동안 잠잠했던 스리백이 고개를 든 건 왓퍼드와 치른 리그 19라운드였다. 철저히 20라운드 강팀 첼시전을 대비한 경기였다. 왓퍼드전에서 손흥민은 윙어가 아닌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확실히 최전방으로 나선 손흥민은 포백 시스템의 측면 윙어로 나설 때 비해 동선과 파괴력 면에서 2% 부족한 모습이었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연계 플레이와 오프 더 볼(볼이 없을 때 움직임) 움직임이 미숙한 것 역시 손흥민이 부진한 요인 중 하나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전에서 예상대로 스리백을 가동하면서 스리백 시스템에선 유독 부진했던 손흥민을 제외했다. 손흥민의 자리는 델레 알리가 맡았다. 20라운드. 당시 리그 13연승을 기록 중이던 첼시를 2-0으로 격파하면서 당시 스리톱으로 나선 델레 알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조합이 토트넘 스리백의 주축 공격 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동일한 포메이션으로 나선 21라운드에서 웨스트 브롬위치에 4-0 대승을 거두자 3-4-3 조합과 선수 구성에 확신을 얻었다. 흐름에서 알 수 있듯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 전술을 선택할 땐, 메인 포메이션으로 나선 경기에서 연이어 부진을 거듭하거나,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경우, 강팀을 상대로 변칙 전술을 펼칠 때라는 공통점이 있다. 애석하게도 그럴 때마다 손흥민은 부진했고 결국 스리백 시스템에선 손흥민은 차선책이 됐다.

최고의 윙백과 찰떡궁합 스리톱

ⓒ 이종현


최근 스리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스리백을 쓰진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못 쓴다'고 표현하는 게 옳다. 스리백은 뛰어난 윙백은 물론, 윙백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향의 공격수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왼쪽엔 로즈와 오른쪽엔 카일 워커라는 리그 내 최고 풀백을 보유하고 있다. 잉글랜드 A대표팀 자원이기도 한 두 선수는 빠른 스피드와 함께 공격적인 움직임이 일품이다. 토트넘이 유연하게 포백과 스리백을 오갈 수 있는 것 역시 두 선수의 공이 크다.

포체티노 감독 역시 두 선수를 전폭 신뢰한다. 공격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리그 최소 실점(35실점)과 올 시즌 현재까지 리그 최소 실점 2위(16실점)로 이끈 수비 능력도 포체티노 감독이 그들을 선택하는 데 한몫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손흥민을 측면 윙어로 배치한 스리백 시스템에선 윙백과 부조화가 따랐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으로 나설 때 손흥민에게 윙백을 맞추기보다는 윙백에게 맞는 공격수를 찾았고 해답은 알리였다.

알리는 손흥민과 달리 중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윙백 로즈가 측면을 활보해도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알리는 중원에서 간결한 볼 터치와 패스워크로 상대방을 뚫는 플레이를 선호하고 강정이 있는 선수다.

마무리에 능한 케인, 중앙에서 패스 플레이를 선호하는 에릭센과 상호보완 체계에서도 알리가 손흥민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리는 지난 첼시전 에릭센과 케인과도 물 흐르듯 역습 전개를 이었고 헤더로만 두 골을 뽑으며 윙백에 측면 공격을 맡긴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물론 손흥민이 스리백에서 부진한 것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할 순 없다. 현재 토트넘 스리백 시스템에선 손흥민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과 동료 선수의 성향이 다소 이질적인 게 문제일 뿐이다.

손흥민은 아직 만 24세의 젊은 선수다. 해마다 발전을 했고 새로운 무대를 옮기면서 껍질을 깨고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2년 차에 다시 한번 찾아온 위기. 이 위기를 깨면 손흥민은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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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종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흥민 3백 4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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