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약 한두 회 방송을 내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이후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최근 방송사들은 명절을 겨냥해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여러 편 제작해 시청자들에 선보이고 그 결과물에 따라 편성을 결정한다. SBS <씬스틸러>나 KBS <노래싸움 승부>, <트릭앤트루>, MBC <미래일기>도 지난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돼 정규로 안착한 프로그램들이다. 이들 네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고 호평에 힘입어 정규로 편성됐다.

시청자는 다양한 종류의 예능을 미리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방송사는 정규 편성의 부담감 없이 새로운 예능 포맷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은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보인다. 올 설에는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JTBC가 총 12편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냈다. 이들 중 어떤 예능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아이돌, 다른 예능!
SBS <초등학쌤> KBS <걸그룹대첩-가문의 영광>

 <가문의 영광>

걸그룹 8팀이 출연해 100% 노래방 라이브로 대결을 펼치는 파일럿 <걸그룹대첩 - 가문의 영광> ⓒ KBS


초등학생들이 아이돌의 선생님이 된다. SBS <생리얼수업 - 초등학쌤>에서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에게 초등학생들이 한국어를 가르쳐준다. 강남, 슈퍼주니어 헨리, 에프엑스 엠버, 트와이스 모모, 세븐틴 디에잇, NCT 텐 등 아직 한국어가 서툰 아이돌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속담의 의미나 '숭늉' '매듭'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한국어 단어를 배운다. 27일 오후 5시 50분 SBS.

반면 KBS에서는 <걸그룹 대첩 - 가(歌)문의 영광>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문의 영광>에는 레드벨벳, 여자친구, 에이핑크, EXID, 다이아, 구구단, 라붐, 오마이걸까지 총 8팀의 걸그룹이 나와 100% 라이브 노래방 애창곡 대결을 펼친다. KBS는 1년 전 설 파일럿 예능으로 여자 아이돌이 대거 출연한 <본분 금메달>을 선보였다. 하지만 방송 직후 이 방송은 아이돌 성 상품화 논란으로 큰 비판을 마주해야 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27일 오후 6시 10분 KBS 2TV.

<미운 우리 새끼>의 나비효과?
KBS <엄마의 소개팅> JTBC <어머님이 누구니>

 설 예능 <어머님이 누구니>

설 예능 <어머님이 누구니> MC를 맡은 JTBC 아나운서 장성규, 유하나, 박수홍. ⓒ JTBC


명절마다 등장하는 '가족 예능', 올해 키워드는 '엄마'다.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 등 방송인의 일상생활을 그들 어머니에게 공개하고 그 반응을 카메라에 담았던 SBS의 관찰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이후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어머니들이 나서서 아들들의 상대를 찾아주려 했다면 KBS <엄마의 소개팅>에서는 역으로 스타들이 엄마의 짝을 찾아 나선다. 황신혜, 윤민수, 박나래가 그들의 엄마에게 소개팅을 주선하고 엄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다. 29일 오후 10시 40분 KBS 2TV

JTBC <어머님이 누구니>는 JTBC에서 내놓는 올해 유일한 설 파일럿 예능이다. '예비 며느리'가 시어머니 후보 5명을 보고 '1등 남편감'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추리 데이트 쇼'를 표방하는 예능. 녹화 전 다섯 명의 '시어머니'는 '최고의 며느릿감'을 뽑았고 이들은 만장일치로 JTBC 강지영 아나운서를 뽑았다고 한다. 강지영 아나운서는 여성으로서 혹은 며느리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상대 남성의 어머니와 질문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28일 오후 9시 40분 JTBC.

추리·심리쇼의 풍년!
SBS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KBS <나만 그런가? - 신드롬맨>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에 참여한 배우 김의성.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에 참여한 배우 김의성. ⓒ SBS


성시경, 한혜진, 김의성, 타일러, 신동이 한자리에 모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간다. 성시경에게 주어진 의문의 선물 상자. 그 안에서 성시경은 커다란 스포츠가방과 가발, 여성용 부츠를 발견한다. 이것들이 7년 동안 풀리지 않았다는 미스터리의 결정적 단서라는데. SBS 파일럿 예능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은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제작진들이 합류해 선보이는 '미스터리 추리 토크쇼'다. 미제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도 이미 명성이 높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과연 어떤 미스터리 사건을 가져올까. 28일 오후 11시 5분 SBS.

현대인들이 겪는 수많은 '신드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는 KBS 예능 파일럿 <나만 그런가? - 신드롬맨>. 심리학 전문가가 등장해 스타의 심리를 관찰하고 사생활을 분석한다. 1부에서는 화장실을 거실처럼 생각하는 최민수, 쉬는 날이면 화장실을 20번 간다는 김구라가 나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심리학 전문가는 '화장실을 좋아하는' 이들의 심리를 분석할 예정. 30일 오후 5시 50분 KBS 2TV.

방송사 '효자 예능'의 비틀기?
MBC <발칙한 동거 - 빈방있음> SBS <주먹쥐고 뱃고동>

 <주먹쥐고 뱃고동>

인생 최초의 홍어삼합을 맛보는 육성재. SBS <주먹쥐고 뱃고동>에서 볼 수 있다. ⓒ SBS


'나 혼자 살았다'가 또 '같이 산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재조명해 사랑받은 프로그램이라면 이번에 MBC에서 내놓은 <발칙한 동거>는 타인과 '같이 사는' 프로그램. 전혀 다른 성향의 출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집의 빈방을 다른 출연자에게 내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었다. 이번 파일럿에서 김구라는 배우 한은정과, 블락비 피오는 홍진영, 김신영과 걸그룹 우주소녀는 셰프 오세득과 한집을 공유한다. 27일 오후 5시 45분 MBC.

'정글'로 갔다가 이번에는 '바다'로 간다. <정글의 법칙>에 이어 SBS가 내놓은 새 파일럿 <주먹쥐고 뱃고동>은 바다로 향한다. 모토도 '신개념 어류 추적 버라이어티'다. <정글의 법칙>에 이어 김병만이 다시 출연하고 이 밖에도 강예원, 이상민, 김종민, 육중완이 함께 바다로 떠난다. 30일 오후 5시 50분 SBS.

장르는 죽지 않는다 다만 변화할 뿐!
SBS <천국사무소> SBS <코미디 서바이벌 희극지왕>

 설 연휴 파일럿 예능

'예능 대부' 이경규와 '요즘 대세' 양세형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 <희극지왕> ⓒ SBS


토크쇼 혹은 스탠드업 코미디쇼. 만드는 이들 혹은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그 장르는 변하지 않는다. SBS <천국사무소>는 출연자가 죽어 천국에 갔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던 7가지 기억 중의 하나만 갖고 천국으로 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갖고 가겠느냐?"는 질문 아래 진행되는 토크쇼다. 안재욱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아 '프로불참러'라는 칭호를 얻은 조세호와 안재욱이 드디어 '천국'에서 만났다. 29일 오후 11시 5분 SBS.

<코미디 서바이벌 희극지왕> 선후배라는 관계를 모두 지운 채 오직 웃음으로만 대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 특히 '예능 대부'라 불리는 이경규와 무섭게 성장하는 양세형과의 대결이 <희극지왕>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4시 5분 SBS.

'무한도전'과 '미생'의 '소소한 시즌'?
MBC <사십춘기> MBC <오빠생각>

 권상우와 정준하가 여행을 떠난다. <무한도전>이 쉬는 동안 편성된 MBC <사십춘기>

권상우와 정준하가 여행을 떠난다. <무한도전>이 쉬는 동안 편성된 MBC <사십춘기> ⓒ MBC


MBC <무한도전>이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동안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프로그램은 <가출선언 - 사십춘기>다. 어느새 아빠가 된 두 친구 권상우와 정준하는 "철 들지 않겠다"며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모험 혹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28일 오후 6시 25분 MBC.

반면 <미생>에서 모티프를 얻은 예능 <오빠생각>은 올해 방송가에서 선보이는 파일럿 중 가장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미생>에서처럼 영업사원이 된 출연자들은 자신을 대중들에게 '영업'해야 한다. 스타가 자신의 팬을 '입덕' 시키기 위해 '영업용 영상'을 의뢰하는 형식의 독특한 버라이어티로 윤균상, 채수빈, 양세찬, 이말년, 레드벨벳의 조이, 솔비와 경리가 출연한다. 29일 오후 11시 15분 MBC.

설 파일럿 예능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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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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