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는 류현진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로 이동해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 출국하는 류현진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로 이동해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류현진(LA 다저스)이 다시 재기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류현진은 소속팀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참가 준비를 위해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류현진은 데뷔 이래 늘 화려한 야구인생을 걸어왔다. 2006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 첫해부터 신인왕과 MVP를 휩쓸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7시즌 간 무려 98승을 수확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하며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하는 수훈을 세우고 명실상부한 한국야구의 간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포스팅 금액만 한국야구 역대 최고인 2573만 달러(당시 약 280억)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6년 연봉 총액 3600만 달러의 몸값을 받으며 명문구단 다저스의 3선발로 당당히 입성해 2년 연속 14승을 따내며 빅리그에서도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순탄해 보이던 류현진의 야구인생은 2015년 불의의 어깨 부상 이후 사실상 시간이 정지한 상태다.

험난했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도전기

표정 밝은 류현진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로 이동해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 표정 밝은 류현진 일본에서 재활훈련을 한 류현진이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로 이동해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시범경기에 등판해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개막 후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는 5월 말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어쩌면 투수 생명이 걸려있던 민감한 부상이었기에 우려는 컸다.

2016년 어렵게 마운드에 복귀하는 듯했으나 1경기 선발 등판 만에 이번엔 팔꿈치에 문제가 생기며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만 해도 한 차례도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일이 없었던 류현진이기에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류현진의 행보는 묘하게도 대선배인 박찬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영원한 코리안 특급이자 원조 메이저리거 1호인 박찬호는 류현진과는 다저스-한화에서 활약했던 선후배지간이라는 인연이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활약하던 박찬호 역시 한창 전성기에 돌입하던 20대 후반에 불의의 부상으로 발목이 잡히며 내리막길에 접어든 아픈 경험이 있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한 공백은 선수에게 육체적 고통도 크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정신적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박찬호는 텍사스로 이적하며 FA 대박을 터뜨렸지만 잦은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자 '먹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아니었고 최고의 정점에 있다가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추락이었기에 마음고생은 더 컸다. 잘나가던 시절 국민적인 스포츠 영웅으로까지 박수를 받던 박찬호는 장기간 부진에 시달리며 한국 팬들에게까지 비난을 받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류현진 역시 2년간의 시련 동안 인기의 무상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어깨 수술을 받은 첫해만 해도 류현진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더 컸지만 부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여론도 점점 싸늘해졌다. 잘 나갈 때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류현진의 개인 행적이나 경기장 밖의 모습들이 새삼스럽게 재조명되며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팬서비스나 사인을 둘러싼 구설수, 자기관리에 대한 지적 등이 대표적이었다. 한때 국민적 사랑을 받던 선수에서 류현진은 그렇게 안티팬들도 늘어나고 일각에서는 이미 한물간 취급을 받는 선수로 위상이 바뀌었다. 류현진 스스로에게도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지난 2년을 허비하는 동안 다저스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다저스는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중심으로 마에다 켄타, 리치 힐, 훌리오 유리아스 등이 선발진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류현진은 다음 시즌에는 백지상태에서 스콧 카즈미어, 알렉스 우드, 브록 스튜어트, 호세 데 레온 등과 5선발 자리를 놓고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다저스에는 현재 류현진이 없어도 선발로 활용 가능한 후보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지난해 선발투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한 시즌 무려 15명의 선발투수가 등판했을 만큼 로테이션이 자주 꼬였던 다저스는 올 시즌에는 오히려 선발진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저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다음 시즌 6선발 로테이션보다는 5선발 체제를 선호한다는 구상을 밝히며 경쟁의 문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 야구인생 후반전을 노린다

기자회견하는 박찬호와 류현진 박찬호(오른쪽)와 류현진이 지난 2014년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인터뷰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기자회견하는 박찬호와 류현진 박찬호(오른쪽)와 류현진이 지난 2014년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인터뷰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년간 고작 1경기 출장에 그친 류현진으로서는 올해도 부상에 시달리거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더는 다저스에서의 미래는 없으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당장 다저스 입단 초기인 2013년이나 2014년의 활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 상태로 당시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박찬호는 부상으로 인한 시련뿐만 아니라 극복의 과정에서도 류현진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만한 존재다. 박찬호는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겪으며 반복되는 부상과 부진에 좌절하고 마이너행 불펜 강등-몸값 하락-은퇴 압박 등 온갖 시련과 수모에 시달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어코 재기에 성공했다.

전성기는 짧았지만, 박찬호가 험난한 빅리그에서 버텨내며 124승의 아시아 최다승 투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절망에 주눅 들지 않은 강인한 용기와 인내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시련과 좌절의 경험을 거쳤기에 박찬호가 더욱 성숙한 야구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아직도 만 29살에 불과하다. 박찬호가 수많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40세 가까이 야구인생을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야구 인생도 길게 보면 이제 후반전을 앞두고 있다고 할만하다. 류현진이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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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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