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V리그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장면

2016~2017 V리그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장면 ⓒ 박진철


프로배구 순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4라운드 중반이 지났지만, 정규리그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주인공을 예측하기도 불가능한 대혼전이다.

10일 현재 V리그 남자부는 1위 현대캐피탈(41)과 5위 우리카드(34)의 승점 차이가 7점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예년과 달리 솜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1~2위 자리가 언제 미끄러질지 모르는 바늘방석이다.

혼전의 이유는 올 시즌부터 시행된 트라이아웃으로 '절대 지존'급 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몬·레오·가빈·그로저·오레올 등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을 성공시키는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에 따라 국내 선수의 수준은 높지만, 외국인 선수의 약세로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전력과 우리카드가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순위 싸움이 한층 치열해졌다. 반면, 지난 2시즌 연속 V리그 챔피언이었던 OK저축은행은 국내 선수의 부상 여파와 외국인 선수의 잦은 교체가 겹치면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현대-한전-우리-현대, 오묘한 '먹이사슬'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서로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다. 어느 한 팀이 독주할 수 없도록 쇠사슬처럼 발목을 붙잡고 있는 팀의 존재가 감독과 선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1위 현대캐피탈은 3위 한국전력만 만나면, 유독 경기가 안 풀린다. 올 시즌 4전 전패다. 이길 것 같은 경기도 끝나고 나면 세트스코어 2-3 역전패가 되어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노재욱이 한국전력만 만나면 이상하게 멘탈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은 전광인과 서재덕이라는 강력한 국내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선수까지 좋다. 어려운 볼을 해결해줄 결정력 있는 거포가 3명이나 된다"며 "공격 삼각편대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팀"이라고 고전의 이유를 분석했다.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윤봉우의 존재도 부담 요인이다. 상대의 전략과 경기 흐름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블로킹으로 현대캐피탈을 좌절시킨다. 그런 한국전력도 우리카드만 만나면 맥을 못 춘다. 4번 만나 1승 3패를 기록했다. 한국전력이 상대 전적에서 유일하게 패배가 많은 팀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카드와 경기 때 이길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못 살리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캐피탈이 우리에게 지는 패턴도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민웅 세터의 부진에 대해서는 "사람이니까 기복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 선두 싸움을 대혼돈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무서운 상승세다. 그러나 삼성화재도 한국전력에 3전 전패로 약세다. 우리카드는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 역시 3전 전패다.

2위 대한항공만 편식을 안 하는 편이다. 그러나 경기마다 기복이 큰 약점이 있다.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팀에게 1패 이상을 당하면서 두루두루 승점을 나눠줬다. 삼성화재를 만나면 어려운 경기를 하는 징크스도 떨쳐내야 한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KB손해보험도 상위권 팀들에겐 복병이다.

천적 끊어내야 우승·PO 간다

남자부의 경우 준플레이오프 제도도 변수다. 4위 팀에게도 봄 배구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경우에 3위 팀 홈구장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2010~2011시즌에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LIG손해보험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V리그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는 상위권 팀끼리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가장 큰 보약이다.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이기 때문이다. 3점을 얻느냐, 한 점도 못 따느냐에 따라 두 팀이 동률이 되거나 6점 차이로 벌어지는 극과 극의 결과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니 감독과 선수는 하루하루 승패에 피가 마른다. 신영철 감독은 "여유 있게 3강 싸움을 하다가 이제는 플레이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머리도 아프고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신 감독만의 고충은 아니다.

결국, 천적 관계를 끊어내는 팀이 정규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배구팬들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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