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은 2016년 확실하게 떴다. 그 전에도 tvN <식샤를 합시다> 등을 통해 주연을 맡아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연기력과 매력은 인정받았지만 스타성이 문제였다. 주연으로서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방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서현진은 화려하게 비상했다. 2016년에 가장 존재감이 컸던 배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서현진은 어떻게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을까.

2016년, 브라운관 속에서 톱스타가 아닌 여배우가 두드러진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남배우 중심의 영화판보다는 상대적으로 여배우가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쉬운 브라운관이지만, 여배우가 주목받은 작품도 결국 톱스타 위주의 캐스팅이었다.

tvN <시그널>의 김혜수를 시작으로 KBS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 SBS <푸른바다의 전설>의 전지현까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톱스타가 아니면 드라마를 통해 '주연급' 여배우로서 활약한 경우를 찾기 힘들다. 마치 톱스타가 아니면 주목을 받을 수 없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했던 것이다.

서현진, 드디어 비상하다

 드라마 <또 오해영>은 내게 여러모로 불편한 드라마였다.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또 오해영>의 서현진은 대체로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사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 tvN


그러나 서현진은 2016년 여배우 기근 속에서 혜성같이 떠올랐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배우가 이 정도의 주목을 받은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은 tvN <또 오해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도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 <또 오해영>이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서현진에 대한 재평가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사실 서현진은 그동안 많은 작품들 속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주로 서현진의 이미지를 단아함으로 고착화시키는 역할이거나 트렌디하기 보다는 다소 전형적이고 구식의 캐릭터가 주로 주어졌다. <식샤를 합시다2>의 백수지가 그 전형성을 벗어난 예였지만 확실하게 서현진을 각인시키는 계기는 되지 못했다.

<또 오해영> 역시 초반 주목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톱스타도 없었고 특별한 홍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했고 화제성은 폭발했다. 그 와중에 가장 주목받은 연기자가 바로 타이틀롤을 맡은 서현진이다.

서현진은 <또 오해영> 제작진이 원하던 최우선 순위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또 오해영>의 시놉시스는 서현진보다 인지도가 높은 다른 여배우들에게 먼저 전해졌다. 그러나 그들의 거절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서현진이 아니라면 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또 오해영> 속 서현진은 다시 없을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2016년 올해의 여배우, 서현진. 시청자들은 서현진이 표현하는 감정의 진폭에 공감을 보냈다.

2016년 올해의 여배우, 서현진. 시청자들은 서현진이 표현하는 감정의 진폭에 공감을 보냈다. ⓒ tvN


드라마 속 오해영은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약혼자에게 차이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는 처음부터 오해영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언제든 1등이었던 적이 없는 평범한 여자의 몸부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서현진은 술주정이나 생리현상 등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쁜 오해영을 향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열등감을 철저히 숨기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내보이고야 마는 감정들은 서현진의 섬세한 연기력을 통해 빛을 발했다. 오해영은 서현진이라는 연기자가 아닌 캐릭터로 보자면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다. 그다지 착하지도 확연히 매력적이지도 않은 오해영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불나방처럼 또다시 사랑에 달려드는 그 순수함이 안쓰러웠기 때문일 터다. 서현진은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시키는 연기로 오해영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서현진은 진지함과 코믹함의 진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트렌디함'을 보여주었고, <또 오해영> 이후 서현진의 주가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데뷔 후 최초로 광고 전속 모델이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작품 속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또 한 번의 변신, <낭만닥터 김사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서현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서현진 ⓒ SBS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한 서현진은 오해영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았다. 재능파가 아니라 노력파이기는 하지만 무려 의사이고 실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정의로움에 넘친다. 서현진은 남성중심의 <낭만닥터> 속 여자 캐릭터로서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다. 차분하지만 강단있는 연기력은 서현진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다.

<낭만닥터>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또 다시 흥행을 했다. 서현진은 또다시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행운만은 아니었다. 서현진이 표현해내는 캐릭터의 설득력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서현진은 2016년 <굿바이 싱글>과 2017년 초 개봉하는 <사랑하기 때문에>에 출연하여 충무로에서도 주목받는 배우가 되었다. 서현진의 가장 큰 장점은 도화지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아한 이미지의 역할이나 사극에서부터 유부녀, 평범녀, 의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현진은 2016년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하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2016년 올해의 여배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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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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