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화려한 수비 포지션은 유격수다. 그라운드 중심에서 야수들을 조율하는 사령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빠르고 까다로운 타구를 가장 빈번하게 처리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수비 만으로도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야구를 처음 접한 이들 중 상당수가 유격수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야구의 매력을 느끼곤 한다. 과거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MBC 청룡 김재박, 해태 이종범, LG 유지현의 플레이에 반해 야구와 사랑에 빠진 팬들이 적지 않다.

최근 KBO리그에는 이들처럼 빛날 수 있는 젊은 유격수들이 출현해 야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과 LG 트윈스 오지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란히 20홈런을 기록한 유격수 오지환과 김하성

나란히 20홈런을 기록한 유격수 오지환과 김하성 ⓒ 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


KBO리그 35년을 통틀어 봐도, 기민한 몸놀림을 보여야 하는 포지션의 특성상 몇몇 스타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장타력을 지니지 못한 유격수가 대부분이었다. 유격수로 풀시즌을 치루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유격수에게 홈런포까지 바란다는 것은 사실 지나친 욕심이다. 하지만 김하성과 오지환의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공백을 메우며 풀타임 유격수로 자리잡은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 달성에 홈런 1개만이 모자란 19홈런-24도루를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2년차인 올해는 마침내 20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올시즌 김하성과 강정호의 2008 시즌 기록 비교, 같은 나이 대의 김하성이 월등한 기록을 남겼음을 알 수 있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올시즌 김하성과 강정호의 2008 시즌 기록 비교, 같은 나이 대의 김하성이 월등한 기록을 남겼음을 알 수 있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종전까지 20-20 유격수가 이종범, 강정호 단 두 명에 불과하다는 것만 봐도 굉장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올시즌 김하성은 박병호와 유한준 등 주포들의 이탈과 한층 넓어진 고척돔으로의 홈구장 이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팀 내 홈런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LG 부동의 유격수 오지환 역시 공수에서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탄탄한 근육질 체형에 타고난 손목힘이 워낙 좋아 데뷔 초창기부터 슬러거로서의 자질을 보여왔던 선수다. 신인 유격수 시절 오지환은 수비의 세기와 안정감만 보완하면 KBO리그 유격수 계보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평가 받기도 했다.

 후반기 오지환은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한 명이었다.

후반기 오지환은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한 명이었다. ⓒ LG 트윈스


풀타임 유격수로 자리잡은 2010시즌에 무려 27개의 실책을 범하기도 했지만 2013시즌을 기점으로 수비에서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도스키 리포트'로 알려진 사도스키 현 롯데 스카우트 코치는 오지환 만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만한 풋워크를 보인다고 평하기도 했다.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어이없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기용하며 기다려준 팀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타격에서는 잠재력에 비해 더딘 성장을 보였다. 유격수치고는 리그 상위권 타격이었지만 데뷔 초반 걸었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7월 이후 그의 방망이가 무섭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오지환은 7월부터 3개월 동안 무려 17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팀 타선을 이끌었고 그에 힘입은 소속팀 LG는 무서운 상승세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오지환은 후반기 폭발로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최초의 20홈런 유격수가 될 수 있었고 유격수 OPS 1위 등 올해 최고의 공격력을 보인 유격수로 우뚝 섰다.

 2016시즌 팀별 주전 유격수들의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팀별 주전 유격수들의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수비가 우선인 유격수 포지션에서 공수를 겸비한 젊은 선수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일이다. 김재박, 이종범, 류지현이 그랬듯 김하성과 오지환의 공수 맹활약은 향후 KBO리그의 흥행몰이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골든글러브와는 인연을 맺지 못한 두 선수가 2017시즌에는 명실상부한 1인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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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 감수 및 정리: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김하성 오지환 유격수 KBREPORT 골든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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