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칭찬합시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칭찬합시다> ⓒ MBC


대한민국을 도탄에 빠트린 몇몇을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유난히 힘들었던 2016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정도를 지키며 살았던 국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MBC <무한도전>이 발 벗고 나섰다.

요즘 <무한도전>이 목놓아 강조하는 테마는 '민중의 역사'다. 현재 <무한도전>이 추진 중인 '역사X힙합 프로젝트' 특별 강사로 초청된 설민석 강사의 말을 빌리면, 임진왜란 때도, 일제강점기 시절에도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서서 나라를 구한 이들은 이름 없는 민중들이었다. 위정자들이 망쳐놓은 나라를 다수의 백성들이 바로 세웠던 되풀이되는 역사를 돌아보며 민중의 힘을 확인한 <무한도전>은 예능이라는 틀 안에서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최근 공연까지 마치고 다음 주 방영을 앞둔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처럼 큰 기획물도 있지만, 지난 24일 성탄특집으로 방영한 '칭찬합시다'과 같은 소소한 아이템 속에서도 현 시국과 발맞추고자 했다.

위대한 우리 국민들의 힘, "칭찬합니다!"

지난 24일 방영된 <무한도전-칭찬합시다>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감사의 선물을 증정하기 위해 찾아간 시민들은 자신이 살고있는 위치에서 나눔과 배려,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지난 9월 부산 곰내 터널에서 있었던 유치원 통학 버스 사고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해낸 시민들과 대자보를 통해 아파트 경비원들의 해고를 막았던 초등학생,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나눔을 실천한 부부 등 마땅히 박수받아야 할 영웅들이었지만, 정작 이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가장 울린 장면은 세 번째 사연의 신청자 효립 학생의 아버지와 대리운전 손님으로 잠입한 정준하, 하하가 나눈 대화였다. 기부를 했으니 아직까지 안 망하고 있는 거지 오히려 욕심을 부렸으면 아마 망했을 것이라는 효립 아버지의 신조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부정한 일도 마다치 않고 벌였던 현 사회 지도층들의 일그러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대비되는 훈훈한 풍경이었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칭찬합시다>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칭찬합시다> 한 장면. ⓒ MBC


영웅들은 가까이에 있다

<무한도전-칭찬합시다>에서 소개한 영웅들 외에도 우리 주위에는 칭찬하고 싶은 자랑스러운 시민들이 많이 있다. 아쉽게도 <무한도전>은 그들이 가진 시간적,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영웅에게 일일이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달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심사숙고 결정한 시민 영웅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소수의 위정자가 아닌 다수의 국민에게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칭찬합시다' 방영 이후 막간에 가진 설민석과 도끼의 일대일 역사수업에서 설민석 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영웅을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어요. 오늘 하루 지내오면서 우리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유관순을 스쳐 보내고 있던 거예요. 다만 우리가 그들이 유관순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고 그들도 스스로 유관순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죠. (중략) 국민들을 민초라고 해요. 잔디. 잔디를 하나하나 보면 어때요. 아무것도 아니죠? 하나하나 보면 별것이 아니지만, 이 잔디가 모이면 뭐가 돼요. 초원이 되죠. 우리 스스로가 영웅이고 우리가 하나 되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단 말이죠."

누군가에는 다소 선동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설민석 강사가 <무한도전>을 통해 설파하는 민중의 힘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평화집회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오버랩이 된다. 수십 년 전, 강력한 힘을 가진 위대한 영도자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의 딸도 아버지를 닮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열띤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자신이 추앙하는 위대한 영도자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선택한 지도자가 망친 나라를 자신들의 손으로 바로 잡고자 하는 자손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설민석 강사의 말마따나,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힘은 다수의 민중에게 나왔고,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충정이 있었기에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유관순의 DNA를 인식한 깨어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무너진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것이다. 영웅을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나라 걱정에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간 시민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도를 지키며 매사 최선을 다하는 국민들.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게이트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겨울을 나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며 그래도 아직 세상 살 만하다고 위로해주는 <무한도전>을 칭찬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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