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 만든다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음원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음원 유통비용을 10% 이하로 줄여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그만큼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국 록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 그가 최근 다시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이다. ⓒ 남소연


여기 두 명의 아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인물들이다. 한 명은 저 광폭했던 유신시대, 정권으로부터 발표하는 곡마다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 당한 채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아야 했던 한국을 대표하는 어느 '록커'의 아들이다. 그는 시나위 밴드의 리더이자 신중현의 아들인 신대철이다.

또 한 명의 아들은 탤런트다. 이 또 다른 한 명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자 문건 유출 파동 전까지 '박근혜의 남자'였으며,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활약(?)했던 사람의 아들이다. 그는 정윤회씨의 아들인 배우 정우식이다. 

ⓒ 신대철 페이스북


이 두 문화예술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대철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와 관련해 분노어린 의견을 표출하면서 적지 않은 국민에게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을 안겨줬고, 정우식은 조단역 배우로 활동해 오던 와중에 최근 MBC 드라마 출연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대철의 글과 정우식을 향한 의혹은 비단 현 시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어떤 일깨움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깨움은 결국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와 더불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시나위' 신대철이 목격한 기가 찬 광경   

박사모 등, 헌재앞 '탄핵 반대' 대규모 시위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국회해산” “종북척결”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박사모 등, 헌재앞 '탄핵 반대' 대규모 시위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국회해산” “종북척결”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TV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 안국역 앞에서 친박 단체들 집회 하고 있는데 이 자들이 '아름다운 강산' 을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아름다운강산 이라는 노래는 나의 아버지가 74년에 작곡한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들게 된 사연이 있다. 당시 나의 아버지는 최고의 히트곡 작곡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청와대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증언에 의하면 청와대가 "각하(박정희)의 노래를 만들라"라는 내용의 강권을 행했다 한다. 즉 박정희의 찬양가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노래는 만들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 후 공화당이라며 다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역시 같은 내용이었고 만약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라는 협박도 한다. 그러나 재차 거절했다."

신대철이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이 울려 퍼지는 데 대해 울분과 당혹감을 표한 것이다. 신대철은 이 장문의 글을 통해 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은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신중현은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라는 지시를 거절했고, 이후 그가 만든 수많은 곡이 '금지곡'으로 탄압을 받았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신대철(좌)과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윤종훈씨(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신대철(좌)과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윤종훈씨(우). ⓒ 신대철 페이스북


"고심하던 아버지, 당시 아버지의 밴드였던 '신중현과 엽전들'의 2집(1974년)에 아름다운강산을 수록한다. 오리지날 버전은 이후 이선희의 리메이크 버전(1988년)과는 많이 다르다. 이 곡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라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서슬 퍼런 독재 권력자 박정희의 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를 하나로 아우르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 곡 역시 금지곡이 되었다(중략)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 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말해야지 ...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이라 한 것이다.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일까. 그래서 이 노래는 유신 내내 금지곡이 되었다. 그러므로 박사모, 어버이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

신중현은 억압적인 독재자에 예술과 창작으로 맞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새 희망"으로, 그러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과 표현의 자유를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라거나 "말해야지", "우리의 새 꿈"으로 은유하는 용기도 잊지 않았다.

비록 당시엔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지만,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은 훗날 명실공히 '우리 시대의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그 예술가의 저항에 국민이, 청중들이, 후배들이 바칠 수 있는 헌사였다. 신대철이 "박사모, 어버이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고 비분강개하는 심정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건 그래서다.

2년 간 MBC 드라마 7번 출연한 정윤회의 아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정윤회씨의 아들로 알려진 배우 정우식와 관련해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정윤회씨의 아들로 알려진 배우 정우식와 관련해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 ⓒ 최승호 PD 페이스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우식을 정당한 오디션도 없이 드라마에 발탁한 것은 온갖 편법과 특혜로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입학시킨 것과 똑같이 모든 사회적 규칙과 신뢰를 무너뜨린 부정행위다(중략). 특검 수사를 통해 전말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6일, 한국PD연합회(오기현 회장)가 정윤회씨 아들의 MBC 드라마 출연 특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성명서 중 일부다. 또 이날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와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비선 실세 정윤회 아들 MBC 드라마 출연 특혜 비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특혜 비리의 중심에 선 MBC와 정윤회씨, 그의 아들 정우식을 규탄했다.

앞서 지난 15일 <경향신문>은 정윤회씨의 아들인 신인배우 정우식이 MBC <옥중화>를 비롯해 2년간 7편의 MBC 드라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이 캐스팅 과정에서 외압과 함께 MBC 드라마국 장근수 본부장이 드라마 제작진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공채 연기자 제도가 사라진 지 오래인 지금, 하필 MBC 드라마에만 2년간 7편에 출연한 점,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졌던 2014년 이후 출연이 몰렸다는 점 등은 연예계나 방송국 환경에 익숙한 이라면 누구라도 의혹을 보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 할 만하다. 이후 후속 보도를 통해 "정우식을 출연시키라는 (MBC 측) 요청을 받았다"는 드라마 제작사 관계들의 증언도 나왔다. MBC 측은 의혹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정우식의 과거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지난 12일 <뉴시스>와의 단독인터뷰를 갖고, "자신은 정유라와 다르다"며 "아버지와 연락도 주고받지 않은지 오래고 전화번호도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자신도 피해자고,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분명 최근 불거진 캐스팅 특혜 비리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황과 실태 파악이 병행돼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본다면 MBC와 MBC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들, 그리고 정윤회씨와 정우식씨 모두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이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 학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단 한 조단역 배우의 부정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중현의 아들과 정윤회의 아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 결성 '박근혜 사퇴' 촉구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동아투위, 민언련, 언론개력시민연대 등 전현직 언론단체 대표자들이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 결성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 결성 '박근혜 사퇴' 촉구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동아투위, 민언련, 언론개력시민연대 등 전현직 언론단체 대표자들이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 결성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 권우성


신대철은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우식은 말이 없다. 신대철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탄압을 받았지만 음악과 예술을 통해 저항했고, 정우식의 아버지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서 갖자기 의혹과 비리에 연루됐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한쪽은 부정한 권력에 저항한 아버지였고, 한쪽은 부정한 권력을 키우는데 일조한 것도 모자라 아들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란 세간의 눈길을 받았다. 그리하여 한 아들은 보수단체의 어이없는 '아름다운 강산'의 사용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고, 또 다른 아들은 언론의 의혹 제기와 언론단체들의 강한 비판과 항의를 받는 중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삶을 택하겠는가. 우리는 어떤 삶을 택해야 하는가. 신중현을 탄압했던 그 박정희가 금지곡으로 만들어 버린 '아름다운 강산'을, 그 박정희를 지지하고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박사모가 집회 배경곡으로 사용하는 이 분열증의 시대. 우리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가. 그 가운데서 '촛불'을 들 것인가, 장미와 태극기를 들 것인가.

신대철 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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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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