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2016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사진 출처: KBO 홈페이지) ⓒ KBO


KBO리그 골든글러브는 해당 시즌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총 8개 부문에서 10명의 선수가 수상하며, '포지션 최고'라는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인만큼 수상은 선수에게 있어 커다란 영예로 받아들여진다.

시상식 전 '어느 선수가 수상할 것이냐'하는 전망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거리다. 여러 언론들은 유력한 후보를 선정하며, 팬들 역시 기록을 분석해 수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에 대해 토론한다. 후보 선수들 역시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곤 한다. 골든글러브는 그런 상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예상과는 달리 많은 논란만을 낳았다. '공신력을 잃었다',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상이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속출했다.

시상식의 특성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나올 수 없다. A 선수가 수상하면 B 선수가 아쉬울 것이며, C 선수의 팬들이 기쁘다면 D 선수의 팬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고 있는 논란은 단순한 '아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불신'이나 '냉소'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가 된 것일까? 왜 KBO 골든글러브는 '공신력 없는 상'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게 된걸까?

첫 번째, 이해하기 어려운 후보 선정 기준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역시 후보 선정 기준이다. 이번 2016 골든글러브는 시상식 이전부터 논란이 발생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후보 선정 기준 때문이다. KBO가 설정한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 기준은 다음과 같다.

 2016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부문별 후보 선정 기준

2016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부문별 후보 선정 기준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올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강민호는 포수로 출장한 경기 수(95)가 기준치인 96경기에 미치지 못해 후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 강민호는 포수로 출장한 경기 수는 양의지(103)보다 적지만, 오히려 포수로 소화한 이닝은 763 1/3이닝으로 양의지(740)보다 많다. 강민호는 양의지보다 포수로 더 많은 이닝을 뛰고도 후보에선 제외된 셈이다.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 후보에서 제외된 강민호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 후보에서 제외된 강민호 ⓒ 롯데 자이언츠


한편 박석민, 나성범, 히메네스는 타율 기준인 0.310을 넘지 못해 후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들은 타율을 제외한 다른 요소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세 선수 모두 리그에서 단 14명만이 달성한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으며, 박석민은 단 7명 만이 달성한 30홈런까지 넘어섰다. (시즌 32홈런)

타자의 능력을 일부만 확인할 수 있는 '타율'이라는 잣대로 기준을 설정하다보니, 타율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지표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후보에서 제외되어버리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공동 홈런왕이 되지 못했다면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최정

공동 홈런왕이 되지 못했다면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최정 ⓒ SK 와이번스


3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최정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지 못해 테임즈가 단독으로 홈런왕이 됐다면 , 최정 역시 타율 0.288로 기준에 미치지 못해 후보에서 제외되는 촌극이 벌어질 뻔했다.

심지어 타율의 포지션별 기준 역시 애매모호하다. 대부분의 포지션은 0.310인데 비해 지명타자는 0.300, 포수는 0.290, 유격수는 0.280으로 낮다. 이해가 가지 않는 기준이다.

포수, 유격수 포지션의 경우 수비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라 치더라도, 지명타자 부문의 기준이 0.300으로 다른 포지션보다 낮은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포지션보다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지명타자 포지션이 다른 포지션보다 타율 기준이 낮은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올 시즌 주요 지명타자 중 타율 0.310을 넘은 선수는 김태균과 박용택 뿐이다. 올 시즌 KBO 통산 2000안타와 한일 통산 600홈런을 넘어선 '레전드' 이승엽은 타율 0.310을 넘지 못했다.

다른 포지션과 같은 0.310의 기준을 적용하면,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이승엽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분명 큰 논란을 불러올 터. 지명타자 포지션의 유독 낮은 타율 기준이, 이러한 논란을 막기 위한 '꼼수'가 아닐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지나친 추측일까?

두 번째, 매 시즌 달라지는 투표 기준

매해 달라지는 투표 기준 역시 문제점이다. 물론 '투표'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이상,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이는 수비력을 중요시하고, 어떤 이는 타율을 높게 평가하며, 어떤 이는 많은 경기 수에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투표인들의 재량이다.

하지만 이 '평가 기준'이 매 시즌 달라진다는 점은 아쉽다. 같은 포지션에서도 어느 해에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어느 해에는 또 타율이 높은 선수가, 또 어느 해에는 홈런이 많은 선수가 수상한다는 점은 분명 납득하기 어렵다. 프로 선수들이 각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각자 다른 것은 이해하지만, 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경기마다 달라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경기에 나섰고, 투표에 따라 수상자로 선정되어 상을 받은 것뿐이다. 그들에게는 비난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인기 투표가 아닌가'라는 오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상, 골든글러브의 권위는 살아나기 어렵다.

투표인단은 자신들만의 명확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KBO 역시 투표인단 자격 기준부터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스스로 걷어차버린 골든글러브의 '권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산 김재환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산 김재환 ⓒ 두산 베어스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논란이 예고된 사건은,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이다. 김재환은 외야수 부문 투표에서 202표를 받아 최형우(311표), 김주찬(100표)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의 성적을 보면 골든글러브 수상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무려 37개의 홈런을 쏘아올렸고, 타점은 124개를 기록했다. 타율은 0.325, OPS(출루율+장타율)는 1.035에 달한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역시 리그 5위이자 외야수 2위로 엄청난 수치다.

문제는 그가 금지 약물 적발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야구월드컵 국가대표 선발 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금지약물'을 복용했던 선수다.

그런 그가 금지약물 적발 후 5년이 지나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이다. 2006년 약물 복용이 적발된 전력이 있는 KIA 헥터 노에시가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것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김재환이 지금과 같은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시피한 KBO의 책임도 막중하다. 후보 자격을 엄격히 해야할 기준은 타율이나 경기수가 아니라 금지 약물 전력과 같은 부분일 것이다.

김재환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지켜봤을 수많은 선수들 중 일부가 '금지약물을 하더라도 좋은 성적만 내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다. 2016 골든글러브는 미래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만 셈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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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계민호 기자 / 감수 및 정리: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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