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는 우리가 기억하는 동화를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하여 가족극으로 잘 풀어냈다.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는 우리가 기억하는 동화를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하여 가족극으로 잘 풀어냈다. ⓒ 국립현대무용단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영원한 꿈이자 삶의 현재가 될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 5주년 기념작 <어린 왕자>(안무 안애순)가 작년 초연에 이어 올 연말도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어린 왕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춤과 공간감 가득한 영상으로 어린이와 어른 등 온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통해 <어린 왕자>를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영상 가득 우주별이 가득하다. 마치 3D 영화를 보는듯한 공간감에 관객도 함께 우주를 날아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하고 오른쪽 무대에는 어린 왕자(김진우 분)가 화산 위에 앉아있다. 어린 왕자는 여러 별로 여행하며 다양한 만남을 이어간다.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의 장미 장면. 점층적인 볼레로 음악과 함께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의 장미 장면. 점층적인 볼레로 음악과 함께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국립현대무용단


몽환적인 선율과 잔잔한 비트의 볼레로풍 음악 속에서 붉은 의상의 무용수들이 매혹적으로 벌어지고 오므라지는 장미꽃을 표현한다. 뱀의 혀가 날름거리며 똬리를 트는 것 같은 느낌의 음악이다. 왕자가 장미꽃을, 서로를 '길들이고 길드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집중력 있게 보여주었다.

번쩍이는 눈, 코끼리를 통째로 먹은 보아뱀이 영상에서 크게 보인다. 큰 풍선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천장의 사이키 조명이 회전하며 노란색, 빨강색, 파랑색 그림자가 현란하게 회전한다. 짓궂은 아이들의 모자 뺏기 놀이 모습도 보인다. 영상 속 별들의 모습은 점차 라켓, 야구공 등 지구의 부산물로 변한다. 화면 가득 정신없이 펼쳐지는 숫자는 메말라가는 현실, 지구상의 어른들을 표현한다. 슬픈 미뉴에트가 들려온다.

 마지막 도시 장면. 꿈과 현실이 함께하는 도시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표현한다.

마지막 도시 장면. 꿈과 현실이 함께하는 도시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표현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마지막 '도시' 장면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로 전체공연 80분 중 20분으로 가장 길다. 영상에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며, 건물 창문 속 사람들의 포즈가 확대된다. 어린 왕자는 아득하게 그것을 바라본다. 화려하던 도시는 검게 어두워지며, 무용수들은 저마다 바쁜 현대인부터 외로운 인간군상까지를 표현한다. 마침내 가운데 벽이 갈라져 어린 왕자가 다가오지만 결국 하늘로 자기별로 날아오른다.

정재일의 음악은 장면에 따라 볼레로, 펑키, 메탈, 슬픈 미뉴에트 등 다양한 스타일로 무대를 꽉 채웠다. 김지운의 영상(구성/대본도 함께 맡았다)은 항성, 도시, 새 등 <어린 왕자>의 각 장면을 현대무용의 추상성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표현하며 공간감과 실재감을 줬다. 결과적으로 <어린 왕자>를 120% 재현해줬다. 후지모토 타카유키의 조명은 전체작품을 한 톤 업그레이드하는 색채감과 문양을 선보였다. 원색 그림자의 빠른 회전 등 입체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 왕자>는 가족무용극으로, 어린이와 일반관객도 현대무용에 쉽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잘 제작되었다. '어린 왕자'로 활약한 아이돌 그룹 '위너' 김진우의 인기는 공연 후 대기실 앞을 메운 팬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이 더욱 인기상품이 될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또한, 안애순 감독의 주요 안무 화두인 도시 속 현대인의 모습까지 '어린 왕자' 주제와 맞물리며 잘 녹아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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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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