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t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t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 시네마달


"시민의 방송 tbs TV, 세월호 청문회 전날인 13일 jtbc 뉴스룸 종방 직후인 저녁 9시 30분부터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전격 방영키로 결정.

tbs TV "다이빙벨을 어떻게 무료로 트냐"며 극구 거금 500만 원 지불…. 세월호 유가족들과 상의 끝에 '세월호 진상규명 국민조사위원회' 후원금으로 전액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2일 오전,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공동연출한 이상호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로 알린 소식이다. 앞서 이상호 기자가 jtbc 등 몇몇 방송사에 <다이빙벨> 무료 방영을 제안했고, 결국 tbs 방영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금기시하거나 애써 외면했던 세월호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tbs의 <다이빙벨> 방영이 상징적인 까닭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는 아직도 잠들어 있다.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세월호는 아직도 잠들어 있다. ⓒ SBS


지난 1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두 개의 밀실-세월호 화물칸과 연안부두 205호' 편을 통해 세월호 운영과 인양 작업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가 나서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정황은 물론이요, 특조위 조사의 필요성까지 역설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11일 JTBC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9일 전격 임명된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조위 부위원장 시절 내부 관계자들에게 보냈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조 수석은 내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세월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며, 전리품 잔치를 하는 곳", "(세월호 진상 조사)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해수부 등 공무원들이 조사대상자로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 위법행위이고, 유가족들이 명백한 조사대상자"와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더욱이 조 수석은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결근투쟁을 벌였고, 결국 사퇴했다. 하지만 정부 측 특조위 인사였던 조 수석은 1달 가까이 결근을 하고도 월급을 받았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 연봉인 약 1억2000만 원이다.

이 모두, 불과 몇 달 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민의 공분을 사기 전까진 불가능했을 보도들이라 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번째 다큐인 <다이빙벨>의 tbs 방영은 그래서 상징성을 지닌다.

김기춘과 조윤선, 그리고 6인의 피고발인들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하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하고 있다.

▲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하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아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다이빙벨>과 관련 부산국제영화제 논란은 물론 이와 유사한 정권 차원의 개입과 탄압이 그 실마리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계나 방송계뿐만이 아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이 정권이 벌인 광범위한 범위의 문화예술계 탄압의 피해자들이 직접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광용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서병수 부산시장, 모철민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담당비서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용호성 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 단장.

12일 오전, 문화연대·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며 '박영수 특검'에 고발한 '리스트'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울 강남국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김기춘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일,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문화 검열 규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김영한 비망록'의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이 비망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재직 당시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정황과 정권 비판적인 대중예술과 예술작품들을 탄압한 메모와 청와대 지시 상황이 나와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다이빙벨-교문위-국감장에서 성토 당부(신성범 간사)'(2014년 9월 5일), '부산영화제-다이빙벨-이용관 집행위원장 60억 예산 지원'(9월 10일), '다이빙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함→수사'(9월 20일)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논란'이 바로 이런 작동방식으로 조작됐다고 보면 맞다. 영화제 한 달 전인 2014년 9월부터 여당 의원들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부산시의 고발에 이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감사원 감사,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기소, 예산 삭감 등으로 이어졌다.

2014년 8월, 논란이 됐던 홍성담 화백의 세월호 참사 풍자 작품 '세월 오월'이 광주비엔날레 전시에서 퇴출당했던 정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세월호와 관련) 노란색도 싫어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 왜 세월호를 다룬 작품들에 그리 민감했는지도 이해가 간다. 종합하자면, 이를 바탕으로 이들 단체가 블랙리스트 작성의 '몸통'으로 김기춘 전 실장을 지목하고, 작성과 전달, 이와 연루된 8인을 피고발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편, 이 피고발인 중 1명인 대한민국 정부 대변인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은 지난 11일 전 세계 언론인과 국내 상주 외신에 정부가 국정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위원 회의 등을 통해 빈틈없이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렇게, 지난주 국회 '최순실 게이트'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모르쇠'로 일관한 김기춘 전 실장이나 탄핵이 가결됐음에도 여전히 담담한 박 대통령과 다를 바 없이 조윤선 장관 역시 제 할 일을 해 나가고 있다. 여타 6인의 피고발인을 비롯해 최순실씨가 유린한 문체부 산하 '부역자'들이나 '공범자'들 역시 별일 없다는 듯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간 탄핵안에 쏠렸던 관심을 특검 조사로 환기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이번 문화예술단체들의 고발은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분야의 '비정상의 정상화' 이뤄낼 때 

언론노조,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분석 결과 발표 2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중 청와대의 언론통제, 문화검열 주요 내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언론노조,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분석 결과 발표 2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중 청와대의 언론통제, 문화검열 주요 내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다이빙벨> 이후 <나쁜 나라>와 <업사이드다운>에 이르기까지 세 편의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들이 개봉했다. 개봉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일반 멀티플렉스에서는 대부분 상영되지 못했다. '사실상 외압'을 거론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정황은 없다. 저예산 독립영화들인 것도 맞다. 하지만, '김영한 비망록'에서 드러났듯이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의 '자기 검열'이 작동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tbs의 <다이빙벨> 방영이 상징적인 건 그래서다. 비록 지상파나 유력 케이블 방송은 아니지만, 방송사가 세월호 다큐를 방영하는 첫 사례다. 공영방송을 비롯해 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가 쇄도하는 중이다.

세월호 다큐와 방송이 만난 이번 사례와 같이 세월호 다큐도, 사회 비판적인 영화와 다큐, 예술작품들도 더 많은 관객과 시청자와 만날 권리가 있다. 정권의 탄압과 방해를 걷어 버리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할 시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다이빙벨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