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엘시티 비리 이영복의 비밀장부에 대해 보도했다. 여기에도 최순실 일당이 관여한 흔적이 있었다.

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엘시티 비리 이영복의 비밀장부에 대해 보도했다. 여기에도 최순실 일당이 관여한 흔적이 있었다. ⓒ SBS


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에서는 부산에서 터진 해운대 엘시티 (LCT) 건설 비리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2개월간 집요하게 엘시티 사건에 대해 취재를 해왔던 <그알>이었다.

이날 <그알>에서는 엘시티 건설 관련 10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공개수배 되었다가 11월 10일 전격 체포된 이영복 회장이 만들었다는 비자금 장부의 실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영복 로비, 해운대 엘시티 기적의 특혜 쇼로

수십 년 전부터 해운대 앞 땅은 건물을 짓기만 하면 초대박이 난다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하지만 해안선 경관을 위한 60m 고도제한, 주거시설 승인 금지지역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불투명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영복이 이곳에 눈독을 들이고 엘시티라는 101층에 달하는 초고층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을 본격화하자 그 많던 규제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하는 기적이 펼쳐진다.

부산도시공사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해당 부지를 매각하고, 엘시티 건설 주관사로 이영복 실소유의 청안건설을 민간사업자 선정한다. 부산시청은 도시계획 변경, 주거시설 허용 등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관광단지를 지을 곳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준다. 해운대구청도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도 없이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거기에 해운대구의회는 사업 대장 지역확장 등의 특혜를 이영복에게 주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부산시 전체가 이영복의 엘시티 건설을 위해 온갖 특혜성 인허가를 내준 것이다.

 각종 특혜와 비리로 얼룩지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각종 특혜와 비리로 얼룩지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 SBS


이영복은 이 과정에서 부산시의 인허가 권한을 가진 장들에게 향응 및 불법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영복은 검찰 조사에서 1000억의 사업비 횡령은 인정하지만, 그 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복과 최순실, 여러 연결고리

그알싶에서는 이영복이 최순실과 황제계를 함께한 것 이외에도 대통령, 최순실, 김기춘 실장이 맞았다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도 사실혼 관계인 처와 함께 일본으로 가 받았다는 제보자 등의 말을 전했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최순실 일당의 광범위한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이영복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평창 올림픽 VR(가상현실) 사업과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 공모전에 뽑히는 등 특혜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졌음을 알렸다. 박 대통령이 소니, 삼성전자 등 79개 기업이 참가했던 지난 10월 '코리아 가상현실(VR) 페스티벌' 현장에 직접 방문해 이영복 아들을 격려했던 일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위 : 이영복 아들 회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VR 콘텐츠 공모에 선정되었다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장면.
아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코리아 가상현실(VR) 페스티벌’에 방문, 이영복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부스를 찾았다. 왼쪽이 이영복 아들

위 : 이영복 아들 회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VR 콘텐츠 공모에 선정되었다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장면. 아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코리아 가상현실(VR) 페스티벌’에 방문, 이영복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부스를 찾았다. 왼쪽이 이영복 아들 ⓒ SBS / 청와대 블로그


문화체육계에서 주로 최순실, 차은택 일당이 썼던 수법이 자신들의 사업에 대통령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개소식, 늘품체조 시연회 등에 대통령을 참석시킨 것이다.

이영복과 최순실이 이렇게 여러 군데에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영복은 전방위 로비를 하며 결국 우리나라 가장 정점의 권력, 시크릿 VIP에게도 줄이 닿게 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엘시티 시공사였던 중국회사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손을 뗐을 때 엘시티 사업은 좌초위기에 빠진다. 자본(부동산 2900억) 대비 부채(6000여억원) 비율이 두 배가 넘는 상황에서 이영복 오너리스크와 분양 여부의 사업리스크로 인해 국내외 어느 기업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때 포스코 건설이 2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의 시공을 책임 준공하겠다고 나선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19일만에 엘시티 투자이민제가 승인된다.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가운데)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19일만에 엘시티 투자이민제가 승인된다.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가운데) ⓒ SBS


최순실 일당의 포스코 영향력 행사가(포스코 회장 교체 시도, 차은택 광고회사에 광고 몰아주기 등) 속속 밝혀지며 이영복의 엘시티에도 최순실 일당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된다. 또 2012년 법무부에서 반려되었던 엘시티의 투자이민제(지역이 아닌 이렇게 건물에 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다.)가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 19일 만에 지정된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렇게 엘시티 비리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성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정제계 검찰 언론 등 온갖 곳 검은돈 매수 의혹

3일 <그알>에서는 엘시티 관련 제보자와 이영복 측근들의 입을 통해 이영복이 정관계,검찰,언론을 망라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이영복이 로비명단과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꼼꼼하게 적어두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영복은 또 서울과 부산에 로비 대상자들을 위한 룸살롱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각종 향응을 제공하고 불법 금품을 전달하였다고 한다. 5만 원짜리로 맞춰서 주었다는 구체적인 진술까지 한다. 이곳에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전 해운대 구청장인 배광덕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전 민정수석 등이었다고 한다. <그알> 취재팀은 스마트폰에 현 전 수석과 배광덕 의원의 사진을 보여주며 제보자로부터 맞다는 확인까지 받는다.

 박 대통령과 현기환 전 민정수석. 지난 7월 TV 조선이 보도한 현 전 수석의 공천개입 관련 녹취보도.

박 대통령과 현기환 전 민정수석. 지난 7월 TV 조선이 보도한 현 전 수석의 공천개입 관련 녹취보도. ⓒ SBS


 엘시티 비리 제보자가 <그알싶>에서 이영복이 접대했다고 확인한 현기환 전 수석(가장 위)과 배광덕 의원(중간). 배의원은 그알싶의 룸살롱 접대에 관한 질문에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돌렸다.

엘시티 비리 제보자가 <그알싶>에서 이영복이 접대했다고 확인한 현기환 전 수석(가장 위)과 배광덕 의원(중간). 배의원은 그알싶의 룸살롱 접대에 관한 질문에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돌렸다. ⓒ SBS


배광덕 의원은 <그알>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현기환 전 민정수석도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엘시티 관련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구체적인 혐의를 찾아내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현 전 수석은 자해소동까지 하는 촌극을 한다.

박 대통령 "엘시티 엄정수사하라" vs. 검찰 "정호성 녹음 10초만 공개돼도..." 

<그알> 제보자들에 따르면 2013년에 거의 동일한 사건 내용으로 고발이 있었으나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7월 다시 검찰에 의혹이 제기되어 엘시티 비리수사는 시작된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영복이 100여 일 넘게 도피하며 난항에 빠진다. 그런데 이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상황은 급선회하게 된다. 11월 10일 이영복이 전격 검거된 것이다. 이영복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영복이 자수 통보를 하고 부산검찰청으로 향하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로 상황을 알아본 뒤, 차를 돌려 다시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영복은 가족들의 신변 보호 요청 격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되고 만다.

이영복이 최순실과 함께 한 번에 수천만 원을 내는 황제계에 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순실 관련 또 다른 대형 비리가 터져 나올 것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이영복 검거 5일 후, 박 대통령은 검찰에 뜻밖에 지시를 한다. 바로 엘시티 비리와 관련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엘시티 제보자는 엘시티 연루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친박계라는 말이 회사와 검찰 등에서 흘러나오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내려진 대통령의 엄정수사 지시가 의문스럽다고 했다.

지인과 제보자들은 '비밀 장부'에 열쇠가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바로 이영복이 검거 직전 사무실 책상 위에 검찰에 주었던 각종 향응과 뇌물 등이 적힌 장부를 놓고 왔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비밀 장부는 검찰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혹시, 대통령이 자신의 호위세력인 친박계 등이 피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검찰에 엄정수사를 지시한 것은, 대통령이 비밀 장부 등 검찰의 약점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검찰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엘시티 비리' 등에 대해 옥죄어 올 경우, 박 대통령이 검찰과 동귀어진할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엄정수사 지시 후 나온 검찰 측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정호성 녹음파일이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는 것. 법무부 차관이 청문회에 나와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통령과 검찰 양측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차 담화에서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던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검찰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그와 함께 대통령은 검찰에 인망이 있는 검찰수사통인 최재경 민정수석을 임명한다. 검찰수사에 철저하게 대응하려는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다.
 11월 4일 2차 담화에서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던 박 대통령. 16일 돌연 엘시티 엄정수사를 지시한다. 그리고 검찰수사에 불응하며 약속을 어긴다.

11월 4일 2차 담화에서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던 박 대통령. 16일 돌연 엘시티 엄정수사를 지시한다. 그리고 검찰수사에 불응하며 약속을 어긴다. ⓒ SBS


검찰도 대통령 대면조사가 원칙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한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약점을 잡고 수사를 거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친박계 등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자신이 물러나게 되면 다음은 그들이라는 무언의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3차에 걸쳐 진행된 담화와 엘시티 엄정수사 지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탄핵 등에 친박계 등 새누리당이 나서지 못하게 하는 무언 명령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엘시티 비리'...검찰개혁 필요성 더 강해져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엘시티 비리는 전형적인 정관유착형 비리다. 특히 고위 정부 관료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설치하려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극렬히 반대하며 무산시켰던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검찰도 이에 반기를 든 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만약 사정 기관으로써 검찰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이번과 같이 온 나라를 흔들고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게이트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검찰개혁은 더는 미뤄둘 수 없는 선결과제가 되고 있다. 검사장급 이상을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여 대통령과 청와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검찰의 무한정한 수사권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선진국들의 예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주장] 검찰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3일 <그알>에서는 엘시티 비리에서 이영복의 비밀 장부와 그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특검을 시작했듯이, 검찰이 연관되었을지 모를 엘시티 비리의 경우도 특검에서 수사하여야 할 것이고, 미진할 경우 별도의 특검을 통해 그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엘시티 비리 이영복 최순실 황제계 이영복 비밀장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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