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2016 개막식에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1일 오후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2016 개막식에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 하성태


"제가 (서울독립영화제 사회를 맡은) 16년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집행 대행이었던 이현승 위원장 체제를 포함해 8분을 바꿔봤거든요. 이번엔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그만둔다는 얘기 듣는 순간, '제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일 오후 압구정CGV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2016 개막식. 16년간 개막식 사회를 맡은 '개막식 사회의 달인' 권해효 배우는 이런 소회를 털어 놨다. 그는 "서울독립영화제와 함께 30대와 40대를 다 보내셨잖습니까"라며 이날 공식적으로 퇴임을 선언한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아름다운 퇴장을 아쉬워했다.

서울독립영화제(아래 서독제)만 18년 동안 개근한 부지런하고 꾸준한 영화인,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위원장만 8명을 맞이하고 떠나보낸 영화제 집행위원장, 그간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과 <사이비>,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등 애니메이션부터 <팔월의 일요일들>, <원나잇 스탠드>, <오늘영화> 등 극영화까지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한 열혈 프로듀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간단 소개만 해도 이 정도다. 그 조 위원장이 서울독립영화제2016을 마지막으로 집행위원장 자리를 평화이양(?)한다. 이날 조 위원장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할 수 있게, 자발적 하야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위트 넘치는 소감을 남겼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이사장이 감사패를 수여하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독립영화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인 이날 서울독립영화제2016 개막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도 물론 조영각 위원장이었다.

서울독립영화제만 18년,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아름다운 퇴임

 조영각 집행위원장.

조영각 집행위원장. ⓒ 서독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18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영화제만, 서울독립영화제만 18년을 했습니다. 집행위원장을 15년 했고요. 영화제를 하면서 계속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별의 별 짓을 다하고 비선실세까지 동원을 했는데 절대로 채워지지 않더군요. 우리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사리사욕을) 못 채워서 아쉽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독립영화제는 여러분들의 응원과 지지와 독립영화 감독들의 열정으로 이렇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렇게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사실 수많은 영화제들이 존재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집행위원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열다섯 번째 영화제를 끝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손에 꼽을 정도랄까.

반면 <다이빙벨> 상영 논란 끝에 억울한 송사를 진행 중인 그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나 과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태 등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퇴임은 논란으로 더 많이 기억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무려 15년 간 서독제를 이끌고 명예롭게 자리를 물러나게 된 조영각 집행위원의 행보는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나 조 위원장은 '독립'이라는 테제를 고수하며 독립영화 감독과 배우들의 산파 역할을 해 온 서독제 42년 역사의 중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 어려운 진리를 몸소 실천한 그에게 독립영화인들의 진심어린 박수가 쏟아진 이유이리라.

'독립영화 마당발'의 향후 행보, 주목된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독립영화제2012 개막을 앞두고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조영각 집행위원장.

지난 2012년 11월 서울독립영화제2012 개막을 앞두고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조영각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 독립영화에 관한 한 이 사람을 통하면 가장 신속하고 믿을 만한 정보와 해석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된 지 거의 10여년이 다 되어간다. 언론 지상에서는 물론이고 집회와 세미나 등 각종 독립영화 행사에 가면 언제나 그를 볼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독립영화의 마당발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당당한 판단과 행동은 그동안 몇몇 이슈를 낳았고, 더 중요하게는 그것들이 진보된 결과를 낳았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은 <독립영화인, 조영각 스토리>라는 특집 기사에서 조영각 위원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게 2006년 10월 기사다. 그렇게 조 위원장은 2006년 이후 10년 간 서독제를 지켜왔다.

그 10년 간 영진위의 지원이 끊기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고, 재정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이를 '독립영화' 진영의 연대와 창작 의지를 통해 함께 이겨내 왔다. 조 위원장 개인적으론, 이 <팔월의 일요일들>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 이후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어 왔고, <부산행>의 성공 이전 연상호 감독과 꾸준하게 작업하기도 했다.

그 조 위원장에게 향후 계획을 묻는 것은 조금 이른 감도 있고 실례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그의 단기 과제(?)는 명확하다. 개막작 <재꽃>을 시작으로 오는 9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총114편을 상영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16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것 말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 현장에 귀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기투합하기로 한 감독들도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들이다. 18년간 서독제를 성공리에 이끌어온 저력이 어디 가겠는가.

또 <돼지의 왕>과 같은 독창적인 작품의 산파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였던 조영각 위원장, 아니 조영각 PD가 앞으로 이끌 작업들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정치 인생 18년보다 더 값진 18년을 이뤄낸 '독립영화의 마당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향후 행보 역시 주목해 보도록 하자.       

 한국독립영화협회 후원의 밤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왼쪽부터 임창재, 김경묵, 민용근 감독, 강은진 배우, 박정범 감독, 조영각 집행위원장

한국독립영화협회 후원의 밤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왼쪽부터 임창재, 김경묵, 민용근 감독, 강은진 배우, 박정범 감독, 조영각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2016 조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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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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