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시즌 막바지만 해도 5위 싸움으로 치열했던 SK는 9월 10일,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내리 진 이후로 9연패 수렁에 빠지며 가을야구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9월 초만 해도 팀 분위기는 괜찮았다. 순위는 4위로 하위 팀과 승차는 얼마 벌어지지 않았지만 갈수록 투타 모두 안정성을 찾는 듯했다. 특히나 SK는 항상 '가을'에 강한 선수가 많았으니까 기간이 갈수록 더 괜찮았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 9월은 유난히 더웠고 9연패의 충격은 더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지난 시즌에는 가을야구 막차를 탄 SK였지만 올 시즌은 한 단계 더 내려앉은 6위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LG와 기아 또한 필사적이었다. 결국, 맥없이 추락해버린 비룡은 '김용희호'의 마침표가 되었다. 물론 2016시즌을 준비하는 기간부터 순탄치 않았다. FA로 정우람(한화), 윤길현(롯데), 정상호(LG)를 보내야 했고,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더 좋아진 점이 없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또한 미미했고 중간엔 외국인 투수교체도 있었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야수진] 복불복, 터지거나 말거나

 비룡의 4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잡은 정의윤과 '건강한' 최정은 올 시즌 100타점 듀오로 활약했다.

비룡의 4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잡은 정의윤과 '건강한' 최정은 올 시즌 100타점 듀오로 활약했다. ⓒ SK와이번스


타선은 예상보다 훨씬 힘이 있었다. 팀장 타율 2위(.454)와 함께 팀 홈런 2위(182)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팀 2루타는 9위(234개), 타점 또한 9위(715)에 머물렀다. 병살이나 삼진 개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올 시즌 SK는 유난히도 득점권에서 좋지 못했다. (득점권 타율 .276, 10위) 그래서인지 김용희 감독은 2016시즌에만 무려 121번의 선발 타순 변경을 시도했다. 이는 LG의 129번에 이은 2번째로 많은 수치. 타선이 잘 풀리지 않았던 SK에게 맞는 '퍼즐'을 찾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2016 시즌 SK 와이번스의 중심 타선 성적

2016 시즌 SK 와이번스의 중심 타선 성적 ⓒ 자료 출처 STATIZ


올 시즌 타선에서 가장 크게 주목할 점은 중심타선에 있다. 우선, 최정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팬들의 기대감을 사기 충분했다. 최정은 통산 184개의 사구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매 시즌 잔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했지만 올 시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600타석에 들어와 3루수 최초 40홈런 100타점 100득점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시즌 중간에 부진에 빠지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화끈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최정과 함께 SK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정의윤 또한 3할-100타점을 기록. SK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달이 있는 법. '가을 남자' 박정권은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다.

김성현이 안정적인 수비력과 함께 타격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며 완전히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부진에 빠진 이명기와 마땅한 중견수 재목이 없다는 것과 고메즈를 대신할 유격수 또한 고민이었다. 최승준과 최정민, 김동엽 등 영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지만 각 위치에 확실한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SK가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았던 시즌이다.

[투수진] 나쁘진 않았다, 나쁘진 않았는데...

 김광현의 거취가 SK로서는 최대의 고민거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김광현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김광현의 거취가 SK로서는 최대의 고민거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김광현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 SK 와이번스


말 그대로 나쁘진 않았다. 켈리와 김광현을 필두로 윤희상도 부활했다. 박종훈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제 몫을 했다. 2015시즌에 이어 함께 시작한 세든과 중간에 교체한 라라의 활약이 아쉬울 따름. 근데 1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김광현(11승)이 유일하다.

구원진은 뭔가 아쉬웠다. 박희수도 이전만큼의 위용은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FA로 정우람과 윤길현을 잡지 못한 게 커 보였다. 필승 조인 채병용과 박희수가 서른 중반이라는 점에서도 영건들의 성장은 확실히 고무적이었다. '신인' 김주한과 서진용의 활약은 SK의 희망을 다시 보게 했다.

메릴 켈리는 이번 시즌에도 활약을 톡톡히 했다. 200.1이닝을 소화하면서 9승 8패 20번의 QS(퀄리티스타트)를 보여주었고, QS+는 14번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선발 중에서도 유독 승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양현종의 10승에 1승이 모자란 9승으로 시즌을 끝내야 했다.

- 양현종만 승운이 없나?
2016 켈리 성적: 31경기 200.1이닝 9승 8패 경기당 6.46이닝 득점지원 4.85 WAR 5.95

팔꿈치 부상이 있었던 김광현도 여전히 강했다. 선발로 나왔던 21경기 중 15회의 QS(71.4%)를 기록했던 김광현이지만 가을야구가 걸린 중요한 경기들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부상으로 불펜으로 투입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김광현에게는 FA를 앞두고 아쉬움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과연 이번 FA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할까. SK는 전력으로 김광현을 잡겠다고 나섰다.

- 국내 최고의 좌완, 메이저리그 도전?
통산 10시즌 242경기 1347.1이닝 108승 63패 1146탈삼진 ERA 3.41 WHIP 1.36

[2017 시즌] 트레이 힐만의 SK는 달라야 한다

 KBO 역사상 가장 높은 커리어의 감독이 부임했다. 힐만이 SK팬들에게 한단계 높은 수준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KBO 역사상 가장 높은 커리어의 감독이 부임했다. 힐만이 SK팬들에게 한단계 높은 수준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 SK 와이번스


사실 SK는 올 시즌 투수보다는 세밀한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다. 자책점과 비교하면 실점이 많은 SK는 수비에도 문제가 많았다. 또한, 득점권 타율 최하위, 최다 주루사와 최다 도루 실패율을 기록하는 등 '세밀함'의 부족도 가을 야구 티켓을 놓친 이유에 포함된다. 더 큰 문제는 당장 김광현의 잔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김광현의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국내 최고의 좌완 에이스의 향방에 따라 SK의 다음 시즌 구도가 확 뒤바뀔 수도 있다.

김광현을 제외하고도 투타 모두 어느 정도 괜찮은 상태이다. 하지만 '괜찮다'라는 것은 때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다가오기 마련. 켈리를 제외한 다른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적절하게 찾아오는 것 외에도 세밀함이 부족했던 올 시즌 SK의 모습을 새 사령탑에 오른 트레이 힐만 감독이 어떻게 변화시킬지 팬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니혼햄 파이터즈 시절(2003~2007) 우승과 준우승 1회씩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캔자스시티 로열스(2008~2011) 감독직을 역임했던 역대 KBO 사상 커리어가 가장 높은 힐만 감독이 명성만큼이나 비룡군단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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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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